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근처 파이롤리 에스테이트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파이롤리 에스테이트/로이터 연합뉴스
미·중 정상이 1년 만에 다시 만나 군사 소통 채널 복원 등에 합의했다. 그동안 강대강으로 대립해온 양대 강국이 일단은 ‘관리 모드’로 들어가기로 ‘전술적 타협’은 했지만, 첨단기술과 대만 문제 등 핵심 이슈에서는 타협할 뜻이 없다는 점도 확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5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부근 ‘파일롤리 에스테이트’에서 4시간 동안 회담을 하면서 양국 군사 분야 소통 재개, 인공지능(AI) 규제 논의 등에 합의했다. 특히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뒤로 완전히 단절되었던 군사 분야 소통 채널을 복원해, 남중국해·대만해협 등에서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는 체계를 재구축한 것은 의미가 있다.
날카롭게 부딪쳐온 양국의 정상이 직접 만나 화해 제스처를 취한 것은 양국 국내 사정을 고려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경제를 관리해야 하고, 시진핑 주석도 제로코로나 폐지 뒤에도 성장률 둔화, 실업 문제 등을 겪고 있는 중국 경제 회복을 위해 미-중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만 문제와 첨단기술 등 핵심 이슈에서 두 나라 모두 조금도 물러설 뜻이 없음은 더욱 분명해졌다. 시 주석은 대만 문제에 대해 “중국은 필연적으로 통일될 것”이라고 했고, 미국의 중국에 대한 “과학기술 억압”에 불만을 표하면서 미국의 대중국 첨단기술 수출 제한 정책을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미국에 맞서는 데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을 중국에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두 정상 모두 “충돌과 대립”은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지만, 장기적인 경쟁과 갈등이 지속될 것이다.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등 중동 불안으로 국제 질서가 크게 흔들리고 군비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양국은 세계의 평화와 질서 유지를 위해 협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한·미, 한·미·일 협력에 올인하는 외교를 해온 윤석열 정부는 미·중의 ‘전술적 타협’으로 생긴 외교 공간에서 한국이 직면한 안보·경제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중국과의 관계를 방치하다시피 해온 그간 외교 전략의 수정이 필요하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북핵 문제는 거의 거론되지 않는 현실에서, 한국의 최대 안보 과제인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로드맵을 만들어야 할지 더욱 무거운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