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정상회담 앞둔 양국 ‘수출관리 대화채널’ 설치 합의

16일 1년만에 시진핑-기시다 회담
‘전략적 호혜관계’ 재확인할듯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타이 방콕에서 만나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두 정상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방콕/AP 연합뉴스

중국과 일본 정부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정상회의를 계기로 16일(현지시각) 정상회담을 열고 ‘전략적 호혜관계’를 재확인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요미우리신문은 16일 “중국 쪽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이번 회담에서 전략적 호혜관계 확인을 요구했다. 일본도 전략적 호혜관계를 중시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이런 방향으로 조율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는 앞서 미국으로 출발하기 전 15일 기자들과 만나 “중·일은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서로 노력할 것이다. 다양한 형태로 의사소통을 하겠다”고 말했다. 중-일 정상회담 역시 미-중처럼 지난해 11월 아펙에서 만난 뒤 1년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중·일이 말하는 ‘전략적 호혜관계’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1차 내각 당시인 2006년 10월 전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시절 이뤄진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으로 악화된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만나 합의한 내용이다. 중·일 사이에 풀어야 할 현안이 있지만, 공통의 이익을 확대해 전체적인 관계는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합의는 2008년 ‘전략적 호혜관계의 포괄적 추진에 관한 중·일 공동성명’으로 이어졌다.

중·일은 후쿠시마 제1원전에 보관 중인 오염수 바다 방류 문제로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다. 중국은 일본 정부가 지난 8월 말 후쿠시마 오염수 바다 방류를 시작하자, 크게 반발하며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전면 수입금지를 결정했다. 중·일은 그밖에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두고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으며, 대만 문제를 놓고 민감하게 대립하는 중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중·일 정상은 안보나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금지 등 대립점에서는 대화를 계속하는 동시에 경제나 기후 변화는 협력을 진전시켜 나갈 생각”이라고 전했다.

정상회담에 앞서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과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15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나 ‘수출관리 대화채널’을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은 지난 7월 이후 갈륨·흑연·희토류 등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전략 광물’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양국이 수출관리와 관련된 대화 틀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니시무라 경산상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반도체 재료 등의 수출관리를 적절히 운영해 달라고 (중국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신문은 “이번 대화채널은 수출관리를 담당하는 양국 국장·과장급에서 각각 실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장급 협의는 적어도 연 1회 등 정례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