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 둘째 날인 25일 오전 중국 베이징 징선수산시장에서 주민들이 수산물을 고르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로 촉발된 중국 정부의 일본산 수산물 전면 수입금지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염수를 둘러싸고 중-일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내달 초 국제회의를 계기로 고위급 대화가 모색되고 있으나 성사가 쉽지 않은 분위기다.
마이니치신문은 30일 “정부가 중국과 대화를 계속 하겠지만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세계무역기구 제소를 포함한 대응책 검토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이 신문에 “과거 세계무역기구 제소 사례를 정밀하게 조사하는 등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세계무역기구 제소를 검토하면서도 일단 중국과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이다. 외무성 간부는 이 신문에 “내달 초순까지 1차 방류된 처리수의 데이터를 가지고 (중국과) 교섭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더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수산물 전면 수입금지에 이어 수천 건이 넘는 항의 전화, 일본인 학교 공격 등 점점 격해지는 중국의 ‘일본 때리기’가 영향을 준 것이다.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은 29일 기자들을 만나 중국을 상대로 세계무역기구 제소를 검토할 것이냐는 질문에 즉답은 피했지만 “세계무역기구 체제 등에서 필요한 대응을 계속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은 중국의 수입금지와 관련해 “경제적인 위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스트레일리아가 중국을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한 것 등을 거론하며 “어떤 식으로도 대항 조치를 생각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강조했다.
제소에 대한 신중론도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제소에 들어가면 연 단위의 시간이 소요되고, 2019년 한국 정부와의 분쟁에서 일본이 역전패 당했다”며 “신중한 자세가 있다”고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사진)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한겨레 자료사진, 총리 관저 누리집 갈무리
중-일 정부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고위급 회담을 성사시킬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내달 5~7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리창 중국 총리를 만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지통신은 “리 총리와의 회담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중국의 대항 조치가 길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대화의 시도는 계속될 전망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기시다 총리는 9~10일 인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도 함께 참석한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한·중·일 3국의 외교부 고위급 실무 레벨 협의를 내달 하순 서울에서 개최하는 방향으로 조율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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