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 추수감사절 연휴에 휴가를 보내고 있는 매사추세츠주 낸터킷섬 상점가에서 음료를 들고 서 있다. 낸터킷/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유들 중 하나는 자신의 중동 평화 노력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 하마스의 1차 인질 석방을 맞아 한 기자회견에서 “난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유들 중 하나는 내가 이스라엘과 그 생존권 인정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국가들과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는 점을 그들이 알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추수감사절 연휴를 보내는 매사추세츠주 낸터킷섬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사우디 관계 정상화는 중동의 장기적 평화에 “압도적 이익”이 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미국 등이 지난 9월 인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발표한, 이스라엘·아랍에미리트연합·요르단·사우디·인도를 철도 및 항만으로 연결하는 물류 기반시설 구축 계획은 중동 평화 구축을 위한 핵심 사업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달 말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도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유는 “내가 사우디와 마주앉은 것”이고 “사우디가 이스라엘을 인정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많은 중동 전문가들도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유로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사우디 관계 정상화가 추진된 것을 꼽는다. 이스라엘은 2020년에는 미국의 후원으로 아랍에미리트연합·바레인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아브라함협정을 맺었다. 이슬람권 맹주 사우디마저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하면 자신들이 더욱 고립될 것이라고 판단한 하마스가 이를 막으려고 나섰다는 게 유력한 관측이다. 따라서 미국이 이-팔 갈등 해소는 등한시한 채 이스라엘과 다른 중동 국가들의 관계 정상화에 매달린 게 사태의 배경이 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가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를 방해하려고 나섰다는 진단에는 동의하면서도 자신의 ‘중동 평화’ 노력을 강조하며 하마스를 비난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의 대규모 희생과 인질 사태 장기화로 비판 받아온 바이든 대통령은 인질 문제만큼은 성과를 내려고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는 이번 회견에서 “내가 중동 지도자들과 한 많은 통화를 비롯한 미국의 광범위한 외교적 노력”의 결과로 인질 협상이 타결됐다고 했다. 그는 25일 2차 인질 석방이 이스라엘의 합의 불이행을 주장하는 하마스의 반발로 지연되자 타밈 빈 하마드 알 사니 카타르 국왕과 통화하며 대응을 논의하기도 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하마스는 지금 (자신들에게) 더 나은 인질 거래를 원한다”며 “협상이 좋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1·2차 석방 대상에 미국인이 없는 것은 “우리 나라와 우리의 리더십에 대한 존중이 없기 때문”이고 “미국에는 매우 슬프고 어두운 시기”라며 바이든 대통령을 깎아내렸다. 석방 대상 인질 50명 중에는 미국인 3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날까지 풀려나지 않았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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