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미국·중남미

“트럼프 비판 수상소감 잘렸네”…원본 꺼내 읽은 대배우

등록 2023-11-30 11:35수정 2023-11-30 17:05

로버트 드 니로, 뉴욕 고섬어워즈 시상식서
“전임 대통령, 3만번 거짓말하고 보복 캠페인”
영화 ‘플라워 킬링 문’의 한 장면. 애플TV·네이버 영화 갈무리
영화 ‘플라워 킬링 문’의 한 장면. 애플TV·네이버 영화 갈무리

80살의 대배우 로버트 드 니로가 미국의 한 영화제 시상식에서 자신이 준비한 수상 소감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이 임의로 삭제됐다며 반발했다. 드 니로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원고 원본을 읽어 내려갔고 관객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비비시(BBC),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을 종합하면, 드 니로는 2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33회 고섬어워즈 시상식에 참석했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등과 함께 출연한 마틴 스코시즈의 영화 ‘플라워 킬링 문’이 역사적인 아이콘과 창작자에게 주어지는 특별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플라워 킬링 문’은 18세기 말 미국 오클라호마주 원주민 보호구역에서 석유가 나온 뒤 돈방석에 앉은 오세이지족 사회를 백인들이 조직적으로 파괴했던 실제 이야기를 다룬다. 드 니로는 원주민을 도우면서 큰돈을 벌었지만 기본적으로 원주민은 보호받고 지배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우월감을 지닌 농장 주인 빌 헤일 역을 맡았다.

2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33회 고섬어워즈 시상식에서 배우 로버트 드 니로가 자신의 수상소감이 임의로 편집·삭제된 것에 항의하며 휴대전화에 저장된 원고 원본을 읽어내려가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2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33회 고섬어워즈 시상식에서 배우 로버트 드 니로가 자신의 수상소감이 임의로 편집·삭제된 것에 항의하며 휴대전화에 저장된 원고 원본을 읽어내려가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이날 무대에 오른 드 니로는 텔레프롬프터(원고표시장치)를 보며 영화와 마틴 스코시즈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드 니로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관객들에게 “내 수상 소감의 앞부분이 나도 모르는 채 편집되고 잘려나갔다. 하지만 나는 (원본을) 읽고 싶다”고 말했다. 드 니로는 휴대전화를 꺼내들었고 프롬프터 대신 휴대전화를 보며 원고 원본을 읽기 시작했다.

드 니로는 “역사는 더 이상 역사가 아니고 진실도 진실이 아니다. 심지어 사실도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로 대체되고 음모론과 추악함에 의해 끌려가고 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시작했다.

드 니로는 “전임 대통령(트럼프)는 4년의 재임 기간 동안 3만번 넘게 거짓말을 했고 현재 보복 캠페인(재선 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워싱턴포스트의 팩트체크팀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3만500번 넘는 거짓말을 했고, 이는 하루 21번꼴이다.

드 니로는 과거 트럼프가 사사건건 자신의 언행을 지적해 ‘트럼프 저격수’로 불려온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두고 원주민 혼혈이란 점을 들어 ‘포카혼타스’(17세기 실존했던 원주민 추장의 딸로, 영국인들에게 붙잡혀 개종하고 영국인과 결혼한 여성)라고 비아냥댔던 일도 언급했다. 드 니로는 “트럼프는 약자를 공격하고, 자연의 선물을 파괴하며, 무례하게 상대방을 비방하기 위해 ‘포카혼타스’ 표현을 사용한다”고 비판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수상 소감이 편집되고 잘려나간 것에 단단히 화가 난 드 니로는 이날 예정됐던 영화 제작사인 애플에 대한 감사 인사도 하지 않았다. 드 니로는 “그들(애플)이 한 행동을 생각하면, 감사하고 싶지 않다. 어떻게 감히 그런 짓을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드 니로의 말이 끝나자마자 관객석에서는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드 니로는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반 트럼프 인사’로 과거에도 트럼프 비판 발언을 여러 차례 한 바 있다. 2016년 대통령 선거 전 한 영상에서는 트럼프를 매우 노골적인 바보, 개, 돼지, 사기꾼 등으로 칭했고, 2018년 캐나다 토론토에 갔을 땐 캐나다인들에게 “우리 대통령(트럼프)의 바보 같은 행동을 사과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9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감옥에 갇힌 트럼프를 하루빨리 보고 싶다”고 말한 적도 있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하던 2020년에는 트럼프를 일컬어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도 신경 쓰지 않는 미치광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같은 드 니로의 비판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과거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드 니로는 매우 낮은 아이큐(지능)를 가졌다”고 응수했었다고 전했다.

한편, 고섬어워즈와 애플 쪽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백악관, 미국 무기로 러시아 영토 공격 허용 검토” 1.

“백악관, 미국 무기로 러시아 영토 공격 허용 검토”

돌풍에 무너진 멕시코 대선 유세 무대…9명 사망, 수십명 부상 2.

돌풍에 무너진 멕시코 대선 유세 무대…9명 사망, 수십명 부상

트럼프 “장전된 총 들고 집 압수수색해 죽을뻔” FBI, 곧장 반박 3.

트럼프 “장전된 총 들고 집 압수수색해 죽을뻔” FBI, 곧장 반박

‘라이칭더 대만’ 포위훈련 들어간 중국…“분리독립 세력 강력 징계” 4.

‘라이칭더 대만’ 포위훈련 들어간 중국…“분리독립 세력 강력 징계”

러, 우크라 국경 근처서 전술핵 훈련 시작…영상까지 공개 5.

러, 우크라 국경 근처서 전술핵 훈련 시작…영상까지 공개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