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백악관 앞에서 열린 내셔널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가자지구 민간인 살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 무슬림 지도자들이 휴전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낙선 운동을 선언했다.
내년 11월 대선의 경합주(스윙스테이트)들로 꼽히는 미시간·미네소타·애리조나·위스콘신·플로리다·조지아·네바다·펜실베이니아주의 무슬림 지도자들은 2일 미시간주 디어본에 모여 ‘#바이든을 버리자’라는 이름의 낙선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합주의 무슬림 지도자들은 바이든이 2024년 선거에서 패배하도록 공조하기로 했다”며 우선 소셜미디어에서 운동을 펼치겠다고 했다.
모임을 주도한 후세인 제일라니는 “우리는 앞으로 4년간 우리의 결정이 더 어려운 시간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안다”며 “하지만 이는 우리에게 (정치적 입장을) 재조정할 기회를 줄 것이며, 민주당은 우리의 표가 필요한지 아닌지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 낙선 운동이 무슬림을 노골적으로 배척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것을 알지만 가자지구의 참상을 목격하며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뒤지는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무슬림들의 민심 이반은 분명히 불리한 요소다. 아랍미국연구소는 2020년 대선 때 아랍계 미국인들의 59%가 바이든 전 대통령에게 투표한 것으로 추산되며, 이들 사이에서 바이든 대통령 지지도는 최근 크게 하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낙선 운동이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경합주들에서 펼쳐지는 점도 심상찮다. 아랍계를 비롯해 미국 무슬림 인구는 345만명이다. 미국 인구의 약 1%에 불과하지만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는 곳에서는 이들의 표심도 중요하다. 액시오스는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15만4천표 차이로 이긴 미시간주의 아랍계 미국은 27만8천명이라고 전했다. 불과 1만500표 차이로 승리한 애리조나주의 아랍계는 6만명이다. 또 역시 1만1800표 차이로 신승한 조지아주의 아랍계는 5만7천명이다.
2020년 투표 결과에서 다른 점들은 놔두고 아랍계를 비롯한 무슬림들의 대거 이탈을 대입해 가정하면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상당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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