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3일 아이오와주 코럴빌에서 연설하고 있다. 코럴빌/AP 연합뉴스
콜로라도주 대법원에서 공화당 대선 경선 입후보 자격이 없다는 판결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시간주 대법원에서는 승소했다.
미시간주 대법원은 27일 한 진보 단체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으니 내년 2월 공화당 경선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게 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그가 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소송은 다른 주들에서 제기된 소송들처럼 2021년 1월6일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의사당 난동 사건을 사주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공직에 있던 반란 가담자는 다시 공직을 맡을 수 없다’는 수정헌법 제14조 제3항을 적용해야 하는지를 다퉜다. 미시간주 대법원은 “우리 법원이 이 사건을 다뤄야 하는지가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트럼프 전 대통령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은 지난 19일 콜로라도주 대법원 판결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작지 않은 승리다.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트럼프가 반란에 가담했다는 분명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가 있다”며 그의 이름을 콜로라도주 공화당 경선 후보 명단에 올릴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는 앞서 미네소타주와 뉴햄프셔주 소송에서는 이긴 상태였다. 다만 콜로라도주 대법원 판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방대법원에 상소할 시간을 주기 위해 내년 1월4일까지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이번 승소가 또 중요한 것은 미시간주가 경합주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후보를 밀어온 미시간주는 2016년에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맞붙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근소한 차이의 승리를 안겼다. 하지만 2020년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곳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눌렀다. 그가 최악의 경우 콜로라도주에서 입후보하지 못해도 대선 결과에는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일반 투표에서 이긴 후보가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모두 확보하는데, 콜로라도주는 어차피 민주당 우세 지역이라서다. 하지만 공화당 우세 주나 미시간주 같은 경합주에서 입후보를 금지당하면 치명적이다.
입후보 자격 논란은 결국 연방대법원이 정리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 전망이다. 연방대법원은 지금까지 남북전쟁 뒤 마련된 수정헌법의 관련 조항에 대한 해석을 내린 적이 없다. 연방대법원은 보수 6 대 진보 3 구도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명한 대법관이 3명에 달한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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