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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중 정상회담뒤 ‘잔뜩구름’

등록 2006-04-21 20:14수정 2006-04-21 20:33

사사건건 이견에 백악관 환영행사까지 ‘엉망’
양쪽 의구심 키워…대립 전면화는 서로 부담

■ 두 ‘거인’은 냉랭했다

“정말 좋은 회담이었다. 두 정상은 서로 스타일을 잘 안다. 오찬 때도 두 정상은 격식을 벗어나 바로 옆자리에 앉아 계속 대화를 나눴다.”

20일 오후(현지시각) 미-중 정상회담이 끝난 뒤, 데니스 와일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보좌관 대리는 회담결과를 이렇게 설명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21일 “쌍방이 건설적이고 실무적인 자세로 회담에 임했으며, 두 나라 공동의 관심사와 국제·지역 문제에서 중요한 공동인식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공식적 언급에는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문제를 의도적으로 피하려는 의도가 짙게 배어 있다. 와일더는 ‘격식을 따지지 않은 회담’을 강조했지만, 회담 직전 백악관 뜰에서 열린 성대한 환영행사는 중국의 거듭된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이 환영행사가 파룬궁 지지자의 항의시위로 엉망이 된 건 이번 정상회담 분위기를 상징하는 사건이다. 이런 의전상 결례는 두 나라간 이견과 함께 “미국이 과연 중국과 협력할 생각이 있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중국 쪽에 불러일으킬 수 있다. 중국 인권 비난과, 파룬공 지지자의 시위를 막지 못한 건 맥이 닿아 있다는 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홍콩의 친중국계 <대공보>는 논평을 통해 “미국은 중국의 흥기가 미국의 안보와 이익을 해칠 것을 우려해 협력과 억제의 양면정책을 쓰고 있다”며 “이런 ‘양면성’이 중-미 관계를 복잡하게 만드는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등 불만스런 시각을 드러냈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부시 행정부는 이번에 중국과의 이견을 해소하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점을 확인한 것처럼 보인다. 두 정상은 거의 모든 현안에서 평행선을 달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후 주석은 통상에서부터 핵확산 문제까지 미국과 협력하겠다고 말했지만, 실제 구체적인 약속을 하는 건 피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쪽에서 보면 중국이 타협을 거부한 것이지만, 중국 쪽에서 보면 미국이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이다.



이번에 분명하게 드러난 이견들, 곧 위안화 절상이나 중국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이란·북한의 핵확산 문제 등은 두 나라 지향의 근본적 차이를 반영하고 있다. 미국은 핵개발을 하는 제3국을 무력으로라도 제압하려 하지만, 중국은 ‘평화적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은 <뉴스위크> 인터뷰에서 “분명히 두 나라 사이엔 사고의 충돌이 감춰져 있었다. 이걸 인정하고 냉전과 같은 대립으로 가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후 주석의 정상회담 발언은 “우리는 미국과 협력을 원한다. 하지만 일정 선 이상은 양보할 수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미국 내에선 ‘협력’과 ‘양보 안 한다’ 중 어느 쪽에 강조점을 둘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협력할 것인가, 대립할 것인가’라는 화두의 또다른 표현이다.

공식 환영행사에서 후 주석을 몰아붙인 부시 대통령 태도로 보면, 보수적인 부시 행정부가 중국과의 협력에 애쓸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미국 국방부가 지난 2월 펴낸 ‘4개년 국방정책 검토(QDR) 보고서’엔 이미 중국을 미국 이익의 잠재적 위협으로 규정하고 있다. 두 거인이 지금 당장 대립을 전면화하기엔 양쪽 다 부담이 너무 크다. 냉랭한 관계 속에 서로 길을 모색하면서, 물밑다툼은 더욱 격렬해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베이징/박찬수 이상수 특파원

■ ‘북핵’도 삐걱
예상밖으로 길게 대화했으나 접점 못찾아
부시 압박요구…후진타오 “좀 더 유연성을”

조지 부시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백악관 정상회담과 오찬에서 ‘북한 문제’를 두고 예상 밖으로 길게 대화를 나눴다. 데니스 와일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보좌관 대리는 “이란, 수단 다르푸르와 함께 북한 문제가 회담의 가장 중요한 의제였다”며, 두 정상이 오찬 때도 통상적 의전에서 벗어나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북한 문제를 계속 논의했다고 전했다.

공개된 대화 내용을 보면, 두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 및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라는 전략적 목표에 이르는 방법론, 특히 북한을 대하는 방식에서 쉽사리 접점을 찾지 못했다. 부시 대통령은 환영식 연설에서부터 “중국이 북한에 대해 갖고 있는 상당한 영향력을 사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공개적으로 강조했다. 핵무기 포기라는 북쪽의 전략적 결단을 설득해 달라는 주문일 수도 있지만, 미국의 대북 압박에 협조하라는 요구의 성격이 더 강하다. 반면, 후 주석은 6자 회담에서 “당사국들이 좀더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며, 미국의 유연한 대응을 촉구했다. 후 주석은 6자 회담이 열리지 못하는 데 대해 ‘좌절감’이라는 말까지 동원했다. 6자 회담에서 중국은 할 만큼 했으며, 북-미 문제라는 인식을 보였다.

부시 대통령은 탈북자 문제도 강도 높게 제기했다. 최근 북송된 탈북자 김춘희(가명)씨 사례의 ‘투명하지 못한 절차’를 지적하며, 중국이 서명한 유엔 헌장의 의무사항을 환기시켰다.

‘북한 문제’에 대한 두 정상의 오랜 대화는 그 자체로 중요하다. 특히 두 정상은 지난 1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두고도 긍정적인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쪽 설명을 보면 김 위원장의 방중은 중국 쪽의 요청과 노력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북한이 중국을 통해 이번 정상회담 결과를 들은 뒤, 6자 회담 복귀 여부를 포함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중국의 태도를 보면 중국이 일방적으로 북한에 회담에 복귀하라고 요구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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