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유사 1분기 순이익 40%p ↑
부시,석유값 폭리여부 조사 지시
부시,석유값 폭리여부 조사 지시
2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의 많은 주유소들은 기름을 넣으려는 차량들로 붐볐다. 일부 주유소가 휘발유 부족으로 가동을 중단한 탓이다. 지난해 허리케인 카트리나 참사 직후와 같은 일이 보통 때 벌어진 건 매우 드문 일이다. 워싱턴 시내의 휘발유 값은 벌써 갤런(약 3.78ℓ)당 3달러를 넘어섰다. 최근 몇 달 사이에만 미 전역에서 평균 33센트가 올랐다. 일부 지역에선 휘발유 값이 갤런당 4달러에 가까웠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시민들의 분노는 정유회사들에 쏠리고 있다. 휘발유 값 폭등과 함께 정유회사들의 이익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정유회사들의 1분기 순이익은 전년도 같은 기간에 견줘 40%포인트나 뛰었다고 <에이비시 방송>은 전했다.
지난 1월 퇴임한 정유회사 엑손모빌의 리 레이먼드 최고경영자가 퇴직금으로 9850만달러를 챙긴 것도 시민 정서에 기름을 끼얹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것은 유가 폭등이 시장 사정 때문이라는 정유회사들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의회도 유례없는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의장(공화)과 빌 프리스트 공화당 상원 지도자는 조지 부시 대통령한테 “정유회사들의 가격조작이나 담합 행위를 수사하라”는 편지를 보냈다. 해리 리드 민주당 하원 지도자는 “정유회사들의 과도한 이익에 불로소득세를 물리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따라 부시 대통령은 25일 석유사들이 석유값을 올려 폭리를 취했는지에 대한 조사에 나서도록 관계당국에 지시했다. 매클렐런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 지시로 연방거래위원회가 지난해 허리케인이 (남부 해안지역을) 강타한 이후 석유사들이 유가 조작을 했는지 조사 중”이라며 “대통령은 또 에너지부와 법무부에도 유가 조작 여부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와 함께 공급 확대를 위해 전략유 비축을 잠정적으로 중단하라고 지시하고, 석유제품에 대한 환경기준 적용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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