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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볼리비아 석유·가스 국유화”

등록 2006-05-02 19:02수정 2006-05-02 23:56

천연가스 등 자원 국유화를 선언한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가운데)이  1일 라파즈 대통령궁 발코니에서 군중들의 환호에 손짓하고 있다. 라파즈/AFP 연합
천연가스 등 자원 국유화를 선언한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가운데)이 1일 라파즈 대통령궁 발코니에서 군중들의 환호에 손짓하고 있다. 라파즈/AFP 연합
모랄레스 ‘차베스식 선포’…석유·가스전 등 56곳 군 투입
외국기업들 ‘시설 통제권’ 넘겨야…브라질·스페인 타격
“고대하던 그날이 왔다. 오늘은 볼리비아가 천연자원에 대한 절대적인 통제권을 다시 확보한 역사적인 날이다.”

지난해 12월 에너지산업의 국유화를 공약으로 내세워 빈민층과 인디오들의 압도적 지지 속에서 당선됐던 에보 모랄레스(46) 볼리비아 대통령이 1일 자신의 공약대로 가스·석유산업의 국유화를 선언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노동절인 이날 최대 가스전인 산알베르토 가스전을 방문해 “외국회사들의 약탈은 끝났다”며 이렇게 선언했다. 그는 외국계 석유회사들이 지분을 장악한 56개 석유·가스전 및 정유시설에 국영에너지회사(YPFB) 기술자와 군대를 보내, 시설 접수를 명령했다. 또 외국계 회사에 대해선 6개월 이내에 시설통제권을 넘기는 새로운 계약에 서명하거나 떠날 것을 요구했다. 이번 조처로 브라“”질의 페트로브라스와 스페인의 렙솔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볼리비아의 에너지자원은 세계 5위의 원유수출국인 베네수엘라에 비해선 미미한 수준이다. 석유는 자국 소비를 충당할 정도고, 천연가스도 남미 두번째 매장량이라고는 하지만 세계 20위에도 들지 못한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베네수엘라-쿠바의 ‘미주를 위한 볼리바르 대안(ALBA)’에 가입한 이후 전격 시행한, ‘신자유주의적 흐름에 대항한 좌파정책’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지난 3월 베네수엘라의 광물자원 국유화법 시행에 이은 볼리비아의 이번 조처는 좌파정권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는 중남미에서 자원민족주의가 더욱 고조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에콰도르도 미국 에너지기업들에 대해 로열티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페루, 멕시코 등에서도 주요 기업의 국유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좌파후보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에너지대국 러시아에 이은 중남미의 자원민족주의는 이란 핵문제와 함께 계속적인 유가·가스가 급등의 요인이 될 전망이다.

모랄레스 대통령의 국유화 조처는 여러 면에서 베네수엘라의 조처를 빼닮았다.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32개 유전개발사업에 대한 60%의 지분을 국영석유공사(PDVSA)가 확보토록 했고, 이를 거부한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에너지 회사 토탈과 에니를 추방했다.

볼리비아는 1980년대 초부터 25년간 국제통화기금의 관리를 받아왔다. 이 기간 동안 민영화와 시장개방 등의 요구를 받아들여 에너지기업을 포함한 국영기업들이 외국기업들에 매각됐다. 그러나 1981년부터 2000년까지 20년간 일인당 실질 국민소득은 오히려 4% 줄어들었다. 2000년부터 빈민층과 인디오들의 에너지기업 국유화 요구 시위가 잇달았고, 이는 인디오 출신의 모랄레스가 대통령에 당선된 뒷힘이 됐다.

지난 3년간 볼리비아를 휩쓴 에너지산업 국유화 요구 시위를 주도했던 모랄레스는 선거운동 당시 볼리비아 경제의 종속 구조와 신자유주의의 침탈에 대응하기 위해 천연가스·석유·철도·항공·통신·전력 등 기간산업의 재국유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국영기업이나 정부의 지급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점진적인 국유화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기에 과격한 조처를 취하게 된 것이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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