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미군,피살된 장애인 유족에 회유 의혹도
민주 “히디타 등 학살 책임 럼스펠드 물러나라”
민주 “히디타 등 학살 책임 럼스펠드 물러나라”
이라크 주둔 미군 해병대원들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주민을 사살하고 거짓 증거를 심어놓은 뒤 가족들에게 “돈을 줄테니 해병대 주장에 동조하라”고 회유한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고 5일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해병대원들의 하디타 주민 24명 학살사건이 큰 파문을 몰고오는 와중에 공개된 이 사건으로, 미군은 도덕성에 또한번 심각한 상처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민주당 의원들은 하디타 사건의 책임을 군 최고수뇌부까지 져야 한다며,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사퇴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증거조작에 가족 회유까지=지난 4월26일 이라크 중부의 작은 마을 함다니야에서 미 해병대원들이 다리를 심하게 저는 하심 이브라힘(52)을 사살했다. 해병대원들은 상부에 올린 보고서에서 “하심이 집 근처 도로변에 폭탄을 설치하려고 땅을 파고 있었다”고 밝혔다. 하심이 숨진 장소 옆에선 에이케이(AK)-47 소총과 삽이 발견됐다.
그러나 가족과 이웃들은 하심이 폭탄을 설치하려 하지도 않았고, 현장에서 발견된 소총과 삽도 나중에 미군들이 심어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하심의 이웃인 파난 아흐메드 후세인은 “미군이 우리집에서 AK-47 소총과 삽을 빌려 갔다”고 말했다.
지난주엔 해병대원 몇명이 하심 가족을 찾아와 “우리가 많은 돈을 줄테니, 미군 조사팀이 오면 해병대 주장을 뒷받침하는 얘기를 해달라”고 회유했다고 하심 가족들은 폭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하심은 뺨과 입술 등 4곳에 총탄을 맞았다”며 “사진으로 보면 가족들 주장의 신빙성이 높다”고 전했다.
군 최고위급 책임져야= 조지프 바이든 상원의원(민주)은 4일 <엔비시>방송에 출연해, 하디타 사건은 국방부 지도력의 문제점을 보여준 것이라며 “럼스펠드 장관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은 “하디타 사건의 조사가 군 지휘계통에까지 확대될 게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칼 레빈 상원의원(민주)도 “이 사건이 (군 지휘부에 의해) 은폐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하디타 사건이 ‘최고위층’에서 다뤄지고 있다며, “진지하고 철저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시엔엔(CNN)> 방송에 출연해 “잘못된 행동의 주장이 있을 때 조사를 하는 게 민주주의”라며 “조사가 끝나면 유죄 병사들에겐 적절한 처벌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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