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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옥수수 밭에서 기름캐자” 열풍

등록 2006-06-27 10:18수정 2006-06-27 10:25

미, 옥수수 추출 에탄올 생산량 1년새 30% 늘어
식량위기 경고 · 생산방식 환경친화 여부 논란도

‘21세기 유전’은 밭에 있다?

옥수수에서 자동차 연료용 에탄올을 생산하는 에너지 골드러시가 미국을 휩쓸고 있다. 테네시, 캔사스에서 캘리포니아까지 미국 전역에 에탄올 제조공장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5일 보도했다. 에탄올은 휘발유에 일정 비율 혼합해 대체연료로 쓰인다.

현재 1년에 46억갤런(1갤런=3.7ℓ)의 옥수수 추출 에탄올이 생산되는 미국에서는 앞으로 1년 안에 새 공장 39곳이 들어서 14억갤런이 추가로 생산될 전망이다. 1년 안에 생산량이 30% 증가하는 셈이다.

에탄올 제조업체들은 특수를 누리고 있다. 업체들은 1부셸(곡물단위 27.2㎏)당 5달러의 순이익을 거두고 있다. 미국 2위의 에탄올 생산업체 베라선은 최근 증시에 상장해, 당일 주가가 30% 올랐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도 올초 ‘퍼시픽에탄올’에 8400만달러를 투자했다.

환경주의자들의 꿈으로 각광받았던 에탄올은 이제 에너지 대기업과 미국 기업형 농가의 최대 사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1배럴당 70달러선의 고유가시대와 교토의정서 등 이산화탄소 방출량 제한 움직임, 올해 초 “중동 석유 중독에서 벗어나겠다”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선언이 대체에너지인 에탄올 붐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제임스 울시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서구가 석유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페르시아만 등 중동 지역의 불안과 이슬람근본주의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며 지정학적인 의미에서 에탄올 등 바이오 연료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식량을 연료로 바꾸면서 식량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식물의 전분을 발효해 생산하는 에탄올은 현재 미국에서는 옥수수, 브라질에서는 사탕수수, 유럽에서는 사탕무를 원료로 생산된다. 미국이 에탄올 생산에 박차를 가하자, 국제 옥수수 가격이 치솟고 있다. 미국 농무부는 올해 옥수수 수확량 105억5천만부셸 가운데 14%가 에탄올 제조에 사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1%보다 4%포인트 높은 수치다. 투기자본이 옥수수 선물시장에 뛰어들면서 거래규모와 가격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에탄올과 바이오디젤 등 바이오 연료는 현재 미국 자동차 연료의 3%에 불과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올해 초 연두교서에서 바이오 연료 비중을 하루 160만배럴의 중동산 원유수입을 모두 대체할 규모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선언이 현실화하려면 한해 500억갤런의 옥수수 추출 에탄올이 필요하며, 미국 전체 농지의 절반이 옥수수 생산에 쓰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에선 사료용 옥수수 부족으로 축산농가가 타격을 입고 결국 식료품 가격 인상으로 나타나겠지만,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빈곤층은 식량재앙을 맞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옥수수대나 밀짚, 풀 등 농업 부산물을 이용한 에탄올 생산 연구가 진행 중이나, 현실화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에탄올이 환경친화적 녹색에너지인가에 대한 논란도 거세다. 곡물을 에탄올로 바꾸는 과정에는 대량의 천연가스와 석탄 등 에너지가 필요하다. 데이비드 피멘텔 코넬대 교수는 에탄올을 섞어 써서 절약되는 휘발유보다 29% 더 많은 에너지가 에탄올 생산과정에서 낭비된다고 지적한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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