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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턱 밑까지 올라온 ‘미국의 악몽’

등록 2006-11-07 18:43수정 2006-11-08 00:42

산디니스타민족해방전선(FSNL)의 다니엘 오르테가 후보가 한 지지자와 포옹하고 있다. 마나과/AP 연합
산디니스타민족해방전선(FSNL)의 다니엘 오르테가 후보가 한 지지자와 포옹하고 있다. 마나과/AP 연합
중미까지 좌파블록 확산
우파 빈곤퇴치 실패 원인
‘반미’ 베네수엘라 측면지원
16년만의 집권,오르테가의 니카라과

5일(현지시각) 치러진 니카라과 대선에서 좌파인 다니엘 오르테가(61) 산디니스타민족해방전선(FSNL)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 되면서 남미에서 다시 좌파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오르테가의 승리는 미국의 앞마당인 중미로까지 좌파 도미노가 상륙하는 셈이어서 미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38.59%의 승리= 6일 오후 7시 61.8%가 개표된 상태에서 오르테가는 38.59%의 득표율로 30.94%에 그친 몬테알레그레 니카라과자유동맹보수당 후보를 앞섰다. 니카라과 선거법상 한 후보가 유효투표수의 40% 이상을 얻거나, 최소 35%를 얻되 2위와 격차를 5%포인트 이상 벌리면 1차투표에서 승리하므로 오르테가의 당선은 사실상 확정된 셈이다.

하지만 몬테알레그레 후보는 개표가 끝날 때까지 오르테가의 승리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미국도 오르테가의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밝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중·남미 좌파 블록 확산되나=여태껏 미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미는 남미와 견줘 좌파 바람과 일정 정도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오르테가가 이번에 재집권에 사실상 성공함으로써, 미국 코 앞에 또 하나의 좌파 정권이 생겨났다.

중·남미 좌파 블록의 확산은 미국의 지원을 받던 우파 정부가 빈곤 퇴치에 실패한 데 근본원인이 있다. 1990년 미국의 지원을 받아 대통령에 당선된 비올레타 차모로 전 니카라과 대통령은 올초 <비비시>와 인터뷰에서 “미국의 정치인들은 중남미에서 벌어진 전쟁을 통해 돈을 벌어들였다”고 미국을 비난했다. 코르타리카의 여론조사 기관 B&A 대표인 빅터 보르게는 지난해 9월 “오르테가가 재집권에 성공하면 다른 중미 지역 좌파들에게 동기를 부여해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1980년대 중남미 우파 정부들은 신자유주의적 시장모델을 채택해 수출 주도의 성장을 모색했다. 그러나 긴축재정, 민영화 등 경제개혁은 빈곤과 실업, 양극화의 심화를 가져왔다. 이런 중남미의 경제상황이 다시 좌파 진영을 불러들인 것이다. 2001년 9·11테러 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펼치는 동안 중남미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은 것도 좌파 바람의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차베스의 대리전= 이번 선거는 중남미 패권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베네수엘라와 미국의 대리전이라는 평가도 있다. 중남미 통합을 외치며 반미를 외치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산디니스타혁명을 이끌었던 오르테가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차베스는 니카라과 지방정부에 40% 정도 싼 가격의 조건으로 석유를 판매한다는 협정을 맺었다. 이에 미국은 오르테가가 승리하면 원조와 무역이 끊길 수 있다고 윽박지르면서 우파 연합을 촉구했다.

차베스를 중심으로 한 중·남미 좌파블록과 미국은 중남미 무역협정을 놓고도 대립하고 있다. 미국은 칠레에 이어 과테말라·엘살바도르·온두라스·코스타리카·니카라과·도미니카 등과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을 타결한 상태다. 반면, 베네수엘라·쿠바·볼리비아도 ‘미주대륙을 위한 볼리바르 대안(ALBA)’이라는 대안적 움직임을 취하고 있다. 오르테가는 유세 기간 동안 중미자유무역협정에 찬성하며,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폴 트리벨리 니카라과 주재 미국 대사는 “오르테가는 줄무늬를 바꾸지 않은 호랑이”라며 평가절하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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