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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쿠바 군부가 쿠바 경제를 먹여살려

등록 2006-11-16 16:05

냉전중에 앙골라에서 남아공 군대를 무찌르는 등 국제적으로 용맹을 자랑하는 쿠바 군대가 국가 경제의 중책을 맡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16일 소개했다.

쿠바 혁명군은 현재 요식업, 담배산업, 광산업, 유전탐사 등 다방면에서 막중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 규모가 국가 경제의 60%에 이르는 것으로 미국 마이애미 대학 쿠바연구소는 추산하고 있다.

현재 사경을 헤매고 있는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80) 시대가 끝나면 군부의 경제분야 역할이 더 증대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런 전망의 한 가운데에 카스트로의 친동생으로 후계자로 인정받고 있는 라울 카스트로(75)가 자리 잡고 있다. 포스트 카스트로 시대에 쿠바는 '중국식의 개방정책'을 취할 것이라는 것이 관측통들의 전망이다.

그러나 쿠바가 미국으로 부터 불과 15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는 지리적 조건, 중국과는 달리 본국에 투자하겠다는 재외 동포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 그리고 현재 독점권을 가지고 있는 군부가 경쟁체제를 거부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중국식 개방정책'에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카스트로 사후에 어떤 형태로든지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우선 후계자 라울이 이미 수차례 중국을 방문해 개방 정책의 현장을 눈여겨 보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라울은 또 2003년에는 중국 개방정책을 선두에 서서 실천에 옮긴 주룽지 당시 중국 총리를 쿠바로 초빙해 개인교습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라울은 또 1990년대에 구 소련 군사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군부 고급인력을 해외에 내보내 호텔경영, 경리 등을 배우도록 하는 등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라울은 이와 함께 군부가 운영하는 군복과 탄약공장 등에 조심스럽게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라울의 경제에 대한 지대한 관심은 쿠바가 지난 십여년 사이에 겪은 뼈아픈 경험에서 기인했을 것이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구 소련의 붕괴와 함께 쿠바에 대한 보조금이 없어지자 1989년~1993년에 국내 생산은 35%가 감소했으며 대외무역도 75%나 감소했다.


그 당시 쿠바 국내의 생활수준은 크게 악화돼 아바나 시민들이 고양이 고기를 먹었다는 소문이 자자했으며 영양부족으로 환자가 속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라울은 지난 1994년 이같은 어려운 경제환경 속에서 한 연설에서 "콩이 대포보다 중요하다"는 말을 서슴치 않았다.

라울은 결국 경비절감을 위해 병력을 대규모로 삭감했으며 농부시장을 개설하고 배관공, 이용사 등 자영업을 권장하는 과감한 개혁을 단행하기에 이르렀다. 라울의 이같은 개혁에 대해 피델 카스트로는 그다지 탐탁하지 않게 생각했으나 별다른 대안이 없어 수용했다고 한다. 쿠바 정부는 이에 머물지 않고 군부 엘리트들을 동원해 외자유치를 독려하기도 했다.

조심스런 경제개혁 과정에서 실패 사례도 없지 않았으나 2000년을 기준으로 3천개에 이르는 국영기업 가운데 1천400개에서 인센티브를 도입한 것으로 미국의 유력 싱크탱크로 꼽히는 렉싱턴 연구소의 필립 피터즈 전 외교관은 추산하고 있다.

군부가 국가경제를 맡아 순조롭게 성과를 내고 있는 배경에는 전통관료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식주의'에 얽매이지 않고 비지니스를 비지니스로 받아들이는 태도도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약점도 없지 않다. 군부 내부에서 시기와 알력이 없지 않으며 장성을 아버지로 둔 유력 자제들이 이권에 개입함으로써 자칫 잘못했다가는 카스트로 사후에 쿠바가 공산주의 붕괴이후 혼란을 겪었던 러시아 꼴로 전락할 위험도 없지 않다고 월스트리트는 경고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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