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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펠로시는 누구?

등록 2006-11-17 18:36

낸시 펠로시(66) 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차기 하원의장에 추대됐다. 이로써 미국에 새로운 여성정치 시대가 열렸다. 그는 첫 여성 하원 원내총무, 원내대표에 이어 또다시 첫 하원의장이란 새 기록을 세웠다. 내년 1월3일 110대 하원이 개원하면 대통령 승계 서열 2위(1위는 부통령)인 하원의장에 취임한다.

‘아르마니’ 입는 골수 좌파=그는 이날 하원의장에 추대되는 영광을 안았지만, 후임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자신이 밀었던 후보가 큰 표차로 떨어지는 쓴맛을 봤다. 이로써 ‘불안한 출발선’에 서게 됐지만, 중립을 지키지 않았던 자신의 태도에는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자리를 넘보는 현 원내 부대표 스테니 호이어 의원을 징벌하려고 했으나 패하자,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그의 승리를 기꺼이 축하하는 여장부 기질을 보였다.

2500만달러 재산을 가진 갑부 남편이 골라다 주는 ‘조르조 아르마니’를 맵시나게 입는 민주당 골수 좌파 정치인 펠로시는 이처럼 선호가 분명하다. 이런 단호함과 조직력, 그리고 전국적 정치인으로서 필수 요소인 모금력은 그를 47살의 늦깎이 하원의원으로 만들었다. 특히 ‘캘리포니아 골드’로 불릴 정도로 선거자금 모금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의 정치기질은 가계로부터 물려받았다. 동부 볼티모어 이탈리아 이민가정의 5남1녀 중 막내딸로 태어난 그는 ‘루스벨트 민주당원’인 아버지 토머스 달레산드로의 무릎에서부터 남성들의 무대인 정치판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배웠다. 그의 아버지는 볼티모어 시장, 연방 하원의원을 지냈다. 오빠도 대를 이어 볼티모어 시장을 지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정치에 맘먹었던 건 아니다. 대학 시절 만난 남편을 따라 남편의 고향인 샌프란시스코 부자 동네에 정착한 그는 한때 영락없는 유한주부였다. 36살 때 민주당 주지사 후보의 선거홍보물에 우표를 붙이는 일을 하면서 정치에 발을 들여놨다.

5남매 키운 현실주의자=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1987년 자신의 지역구인 캘리포니아 제8선거구의 현역의원인 살라 버튼이 암에 걸리면서 출마를 권유했다. 그는 이 보궐선거에서 처음 당선된 뒤 평균 81%의 득표로 10선을 기록하고 있다. 그의 지역구는 49년 이래 한 번도 공화당에 내준 적이 없는 민주당 아성이 됐다.

공화당 쪽에선 그를 ‘샌프란시코 리버럴’이라고 비야냥댄다. 하지만 그는 독실한 가톨릭신자이면서 낙태에 찬성하고 사회정의 실현과 인권보호 등 민주당 좌파의 노선을 한결같이 지켜오고 있다.

94년 깅그리치 선거혁명 이후 공화당에 연전연패하던 민주당원들의 변화에 대한 갈망을 타고, 2001년 민주당 하원 원내 부대표에 선출됐다. 2002년에는 딕 게파트 원내대표가 대선 출마를 위해 사임하면서 여성으로선 처음으로 하원 원내대표가 됐다. 원내대표로서 처음 치른 2004년 선거에서 대패한 그는 컨설턴트의 권고를 받아들여 이데올로기 공세 수위를 낮추고 공화당의 약점을 공략하는 전략으로 2006년을 준비했다.

말끝마다 5남매의 엄마임을 강조하는 그는 워싱턴의 기성정치를 잘 아는 정치인이면서도 뭔가 다르다. 동료 의원들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그가 현실주의자라고 평한다. 중간선거 승리 직후 조지 부시 대통령과 초당적 협력을 다짐하고 있지만, 부시 행정부의 목줄을 죄어야만 2008년 대선 승리가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는 것이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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