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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달라지는 미국 대학 입학…성적만으로 안된다

등록 2006-12-14 14:52수정 2006-12-14 15:45

강성만 기자의 미국 고교, 미국 대학 그리고 미국 대입
강성만 기자의 미국 고교, 미국 대학 그리고 미국 대입
강성만 기자의 미국 고교, 미국 대학 그리고 미국 대입 ①
부유층 학생들 약진에 교육당국 고심
SAT 무용론 등으로 아시아계 학생 불리
흔히 미국을 교육선진국이라고 한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인재들이 미국의 대학으로 몰려간다. 대학 뿐 아니다. 초등학생과 중·고생의 조기 유학도 크게 늘고 있다. 어린 자녀와 아내를 멀리 보내놓고 혼자 생활하는 가장의 쓸쓸한 모습은 이젠 너무나 흔한 일상의 일부가 됐다.

미국의 교육은 정말 이상향인가. 객관적으로 그 속내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그 장점과 단점을 제대로 이해할 때 우리 교육의 질적인 발전을 모색하는 해법의 윤곽도 한층 더 뚜렷해질 것이다.

2005년8월부터 1년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도밍게스 힐스 캠퍼스) 교육학부에서 1년 동안 연수하며 미국 교육을 체험한 강성만 기자가 미국의 대학입학을 중심으로 미국 교육의 허실을 대해 들여다 본다. 이 기획은 앞으로 △대학입학 사정 △교원정책 △학사관리 △편입시스템 △캘리포니아대학 시스템 △대학행정 등을 다룰 예정이다. 편집자

미국의 대학 입시 풍경은 한국처럼 요란하지 않다.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종합 일간지들은 2년전 까지만 해도 수능 문제까지 별도 지면으로 인쇄해 배달했다. 하지만 이 곳 캘리포니아 신문과 방송을 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언제 입시가 치러지는 지 알 길이 없다. 관련 기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서 각 대학에 원서를 제출한 고3 수험생들이 합격 여부를 기다리면서 갖가지 방식으로 초조함을 달래고 있다는 요지의 기사를 내보낸 게 내 기억의 전부다. 우리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해당하는 ‘SAT’ 채점에 오류가 발생해 5천명 이상이 실제 점수보다 낮은 등급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나 미국 언론은 “매우 점잖게” 단발 기사로 이 사실을 보도하고 꾸짖었다. 한국이었다면 정권이 흔들렸을 사안이었다.


대학교가 우수 학생 찾아나서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
이처럼 밖에서 보면 조용하기만 하지만, 대학 처지에서 보면 한국 못지 않게 바쁜 게 또한 입시이다. 미국 대학도 좋은 학생을 선발하는 게 학교의 평판을 올리는 중요한 잣대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고교나 시청, 심지어 동네 교회까지 수험생들이 많이 모일 수 있는 곳은 어느 곳이나 찾아가 자기 대학 자랑에 열을 올린다.

지난해 말 로스앤젤레스시 남쪽의 토랜스시 사우스 고교에서 연합 대입 설명회가 있었다. 캘리포니아 지역 대학들은 물론 하버드, MIT, 브라운대 등 미국 동부의 아이비리그 대학들까지 대거 부스를 차리고 대학 자랑에 열중하고 있었다. 명성이 떨어지는 대학 앞은 한산한 반면 하버드 대학 앞에는 학생들이 면담을 위해 길게 줄을 서는 대조적인 풍경이었다. 미국 명문 대학 조차도 이처럼 좋은 학생을 뽑기 위해 자신들이 직접 학생을 찾아가야 한다는 게 우리와 큰 차이다.

한해 신입생 900명만을 뽑는 캘리포니아주 도밍게스 힐스 주립대 입학처에는 27명의 상근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이 조를 짜, 고교와 2년제 단과대학, 시청 등을 순회하며 학교의 특성과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대학의 평판이 어떻든지, 각자 처지에서 우수한 학생을 더 많이 뽑아야 대학이 살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공립대학 시스템 가운데 ‘서열’상 가장 위쪽에 있는 캘리포니아대학교(UC, UNIVERSITY OF CALIFORNIA, 연구중심 대학) 입장에서 보면, 입학 학생의 성적이 대학 평판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지원률이 떨어지는 캘리포니아주립대(CSU, 교육중심대학)의 경우 주 당국의 지원을 100%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등록시켜야 하는 최소 정원이 있다. 대학 입시처가 바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학생들은 다양한 선택기준…스포츠팀도 한 요소
UCLA보다 동문 결속 좋은 남가주대를 학부모들 선호

프린스턴대 투어
프린스턴대 투어
실제 미국 대학들이 이처럼 학생 유치에 적극성을 보이는 데는, 대학들 사이의 치열한 경쟁 이외에도 대학을 선택하는 학생들의 다양한 선택 기준 때문이기도 하다. 대학 이름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전공 학과의 경쟁력, 장학금 수혜 여부, 집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 지(대체로 먼 곳을 선호), 졸업 뒤 취업 전망, 대학 캠퍼스 안팎의 환경, 학비가 어느 정도인지, 심지어 강한 스포츠팀을 가지고 있는 지 여부 등 여러 잣대를 들이대며 희망 대학을 저울질한다.

로스앤젤레스시의 명문 사립인 남가주 대학(USC)이 미국 전체 대학 랭킹에서 같은 지역의 명문 공립대인 UCLA(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교) 와 비슷한 순위를 보이고 있는 것을 두고, 많은 이들은 이 대학의 강한 미식축구팀 덕이라고 분석한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은 농구팀이 미국 전역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뒤 입학 지원자들의 SAT 등 시험 성적이 평균 20점 올랐다.

UCLA와 USC는 대학 랭킹에서 큰 차이가 없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를 굳이 학비가 비싼 사립대인 USC에 보내려고 한다. 이유는 USC 동창생들의 결속력이 강하기 때문에 자녀들이 졸업 뒤 좋은 직장을 잡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처럼 대학 판단 기준이 다양하기 때문에 각 대학들은 좋은 학생을 뽑기 위한 묘수 찾기에 골몰할 수밖에 없다.

입학사정에서 공립대는 객관적 테스트 점수, 사립대는 주관적 요소 중시

미국 대학의 입시안은 한국과 그리 큰 차이가 없다. 사립대가 주관적인 요소를 더 강조하고 공립대가 객관적인 테스트 점수에 더 의미를 두는 것도 비슷하다.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조지프 브라운 교수는 “공립대의 경우, 사실상 SAT 등 표준화된 시험 성적과 내신 성적에 따라 입학이 결정된다”고 밝혔다. 고교 과외 활동이나 학업계획서, 추천서 등도 제출해야 하지만, 이런 주관적인 요소의 반영은 공립대의 경우 지극히 제한적이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캘리포니아 공립대의 입시안을 들여다보면,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을 골고루 뽑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캘리포니아는 1960년 대학을 기능에 따라 분류한 ‘마스터 플랜’을 만들면서 고교 졸업생들이 주 전체 졸업생 가운데 상위 12.5%에 들어갈 경우 UC에, 상위 33.3%에 속할 경우 CSU에 입학하도록 했다.

이 구분은 내신 성적과 SAT 등의 테스트 스코어를 합산해 만든 테이블을 기준으로 만들어 진다. 이 때문에 내신이 아무리 좋더라도 시험 점수가 좋지 않으면 UC 입학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내신 상위권이면 캘리포니아대 입학 가능

하지만 캘리포니아주의 어느 고교든지 학교에서 내신 성적이 상위 4%에 이르는 학생은 UC 캠퍼스에 입학할 권리를 가진다. 이는 교육받을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한 빈곤층 학생을 위한 정책적 배려이다. 아울러 고교등급제 역시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캘리포니아 지역의 고교 학점은 동일한 점수로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 원칙은 적어도 공립대에서는 철저하게 지켜진다는 게 UC와 CSU 입학 담당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사립대에서는 이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학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실제 UCLA도 응시생들의 학문적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판단 기준으로 △출신 고교에서 개설한 프로그램의 수준 △대학 선수 과목(AP)이나 고급 과목 수강 여부 등을 제시했다. 내신 성적은 같이 취급하더라도 고교의 프로그램 평가를 통해 교육의 질이 높은 대학 졸업생에게는 플러스 알파를 주겠다는 것이다.

또 캘리포니아주립대(CSU)의 경우, 기본적인 입학 기준이 상위 33.3%이지만, 고교 내신 평균 성적이 3.0(B) 이상이면 SAT 성적과 관계없이 입학을 허락한다. 이는 학교의 평균 성적이 형편없는 빈곤지역 고교를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CSU는 또 고교 과외활동이나 AP 과목 이수 등을 전형 요소로 활용하지 않고 오로지 내신과 테스트 성적만 활용한다. UC와 CSU 두 시스템 모두 인터뷰는 실시하지 않는다.

최근 아시아계 입학 증가로 소수민족 특혜조처는 폐지

하바드 대학
하바드 대학
캘리포니아에서는 흑인 등 소수 인종에 대해 정원을 할당해 우선 입학하도록 하는 이른바 ‘어퍼머티브 액션’을 지난 97년부터 폐지했다. 미국에서 소수 인종은 흑인과 라틴계, 그리고 미국 원주민이다. 지난해 9월 UC 신입생 인종별 분포를 보면 처음으로 아시아인이 백인을 앞서 36%를 기록했다. 백인은 전년에 비해 2%가 줄어 35.6%에 그쳤다. 하지만 흑인과 라틴계 등 이른바 소수 인종은 21.7%에 불과했다. 지난해 20.6%에 비해서 1.1% 오른 수치다.

주 고등교육 담당자들은 어퍼머티브 액션이 폐지된 이후 이 수치를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수치가 낮아질 경우 각종 비상등이 켜지는 것은 당연하다. 올해 UC 전체적으로 소수 인종 비율이 올랐음에도 UCLA의 경우 지난해 16.5%에서 올해 15.2%로 떨어졌다. 특히 흑인 비율은 지난해 2.4%에서 2%로 줄었다. 이를 두고 UCLA 안팎에서 대학 당국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UC 버클리의 흑인 입학생 비율이 지난해 3%에서 올해 3.3%로 늘어난 것도 비난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토마스 리프커 UCLA 부총장보는 “소수 인종 우대 금지 원칙을 깨지 않으면서 소수 인종 학생을 더 많이 입학시킬 수 있는 묘책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면서 “소수 인종 비율은 대학의 중대한 관심사”라고 토로했다.

내신이 강조됨에도 UC 등의 입시에서 흑인과 라틴계 등 상대적 빈곤층 자녀의 입학 비율이 현저히 낮은 데 대해 'SAT 회의론’도 일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SAT 채점 오류가 터진 뒤 사설을 통해 “입시에서 SAT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요지의 주장을 펼쳤다.

SAT 무용론 거세

논지는 간단하다. 1930년대에 SAT가 도입된 이유는 교육권의 평등 확대를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당시 부자 자녀들의 전유물이었던 엘리트 사립대학들이 표준화된 시험을 통해 가난하지만 똑똑한 학생들을 발굴할 수 있도록 SAT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생의 새로운 재능을 찾기 위해 도입된 이 시험이 이제는 특권층 자녀들의 대학합격을 위한 보증서로 전락했다고 사설은 주장했다.

수천 달러에 이르는 SAT 준비반과 개인 과외로 단기간에 200점까지 점수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실제 일부 명문대학들은 SAT 점수 제출을 학생 선택에 맡기고 있다. 매사추세츠 명문대학인 마운트 할리오크(MOUNT HOLYOKE)의 경우, SAT 점수를 제출한 학생과 제출하지 않은 학생을 별도의 경로로 나눠 뽑는다. 대학 쪽 후속 연구에 따르면, SAT 성적을 제출한 학생이나, 그렇지 않은 학생이나 대학 학업 성취도에서 거의 비슷했다.

UC 캠퍼스에서 응시생의 내신 성적 산출 때 가중치를 적용하는 ‘AP 과목’에 대한 회의론도 일고 있다. AP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고교 재학 중 대학의 기초 과목을 미리 듣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50년 전에 도입됐다. 하지만 교사 수급이나 재정 등 학교의 여건에 따라 AP 과목 개설수가 크게 차이가 나는 데다, AP 강좌 역시 지적이고 창의적인 도전에 방점이 찍히는 게 아니라 AP 시험 대비를 위한 문제 풀이반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게 회의론의 뼈대다.

실제 미국 고교들은 평균 8과목의 AP 과정을 개설하고 있는 데 로스앤젤레스 명문 사립인 하버트 웨스트레이크 고교의 경우 4배에 이르는 32과목을 개설하고 있다. 학교 여건에 따라 AP 수강 기회가 크게 다른 것이다. 또 AP 시험에서 3.0 이상을 받을 경우 대학 학점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AP 수강 학생들은 강좌 내내 시험 준비에 골몰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부 사립 고교에서는 AP 이름을 단 강좌를 개설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로스앤젤레스 서쪽 산타모니카의 사립고인 크로스로즈 고교 쪽 관계자는 “학생들이 AP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정말 공부하고 싶어 과목을 택하기를 원한다”며 AP에서 한발 빼기로 한 배경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밝혔다.

하지만 UC행을 원하는 명문고 재학생 쪽에서 보면 AP 수강이 입학 경쟁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 없다. 이런 회의론에 발맞춰 대학 내에서도 AP 과목 인정을 어렵게 하는 등 대안도 제시되고 있다. UC의 입학정책 교수 위원회 쪽은 “AP 이수 과목 학점 인정을 아예 폐지하도록 대학 쪽에 권고할 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은 AP 시험에서 5.0을 받은 학생에 대해서만 학점을 인정하도록 기준을 강화했다. 대부분의 대학은 3.0까지 학점으로 인정한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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