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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니 학교로 쪼개지는 미국 고교들

등록 2007-01-05 14:21수정 2007-03-19 01:57

강성만 기자의 미국 고교, 미국 대학 그리고 미국 대입
강성만 기자의 미국 고교, 미국 대학 그리고 미국 대입
강성만 기자의 미국 고교, 미국 대학 그리고 미국 대입⑩
한국 교육에 주는 시사점
미국 모델이 압도적인 한국 교육

요즘 한국에선 교육 개혁의 방향을 놓고 미국 모델과 프랑스 모델이 대리전을 치루고 있다. 전교조 등의 평등교육론자들은 프랑스의 대학 평준화 모델을 선호한다. 반면 엘리트 교육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경쟁력이 강조되는 미국 모델을 선호한다.

해방 이후 우리 교육의 모범 답안은 미국이었다. 미국 정치 경제와 문화적 파워의 압도적 영향은 물론 미국 유학파들이 교육정책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결과다. 대학 교육에서 사학 비중이 유난히 크고, 대학의 사회적 책무성보다 자율이 강조되고 있는 현실도 이 때문이다.

의대와 법대 등을 전문대학원 체제로 개편하고 있는 양상도 하나의 예다. 미국 교육 역시 분명히 장점을 가지고 있다. 아울러 단점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미국 교육을 떠받치고 있는 교육적 토양이 우리와는 너무 다르다는 사실이다. 토양이 다른 상태에서 그 쪽 장점을 아무리 이식해봐야 효과를 발휘할 것 같지 않다.

4분의1만이 고교 교육의 목표가 대학입시


가장 큰 차이 가운데 하나는 아마 교육에 대한 가치관일 것이다. 캘리포니아 공공정책연구소가 최근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학부모 가운데 약 4분의1만이 고교 교육의 목표가 대학입시라고 답했다. 반면 75%는 “훌륭한 시민 양성과 직업 교육”이 목표라고 답했다.

우리와는 달리 반드시 좋은 대학을 가야 한다는 생각을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아마 가장 두드러진 차이일 것이다. 왜 그럴까.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여러 단계, 급별로 대학에 들어갈 기회가 폭넓게 주어지고, 아주 좋은 대학을 졸업하지 않더라도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고교를 졸업하고 바로 저임금 직장 생활을 시작한 여성들이 몇 년의 직장 생활 뒤 대체로 선택하는 진로가 커뮤니티 칼리지의 간호학과다. 2년 동안 몇백만 원의 학비를 투자하면 시간당 35달러(캘리포니아주 최저 임금 8.5달러)를 받는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

대학진학이 고교 교육 목표라고 답한 비율, 백인이 가장 적어

사실 캘리포니아에선 간호사와 교사가 가장 부족한 직종 가운데 하나다. 필리핀 같은 나라에선 의사들이 간호사로 직종을 변경하고 캘리포니아에 이주하는 실정이다. 우리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더 작은 노력으로 여유있는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를 쓰고 입시에 매달리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미국 학생과 학부모들도 좋은 대학을 가면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좋은 대우를 받고 훨씬 안락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별 문제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데, 현재 삶의 많은 부분을 속박하면서 좋은 대학 진학에 매달릴 이유가 있겠느냐고 생각한다.

이는 앞의 설문에서, 대학 진학을 고교 교육의 목표라고 답한 이들을 인종별로 분류했을 때 백인이 가장 적은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그것은 아마 삶의 체험과 그로 인한 여유에서 기인할 것이다. 이런 상대적인 여유는 돈에 대한 이중적 태도로 연결된다.

전공선택의 이유,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가 많아

자본주의의 원조 국가이며, 돈과 관련된 것이라면 절대 양보가 없는 이들이지만, 돈을 삶의 목표와 직결시키는 데는 예상외로 많은 이들이 ‘부끄러움’을 느낀다. 경찰이 희망이라는 롱비치 캘리포니아 주립대 학생(criminal justice 전공)에게 왜 변호사가 될 수도 있는 데 굳이 경찰이 되려고 하느냐고 묻자 그는 “돈을 따질 수밖에 없는 변호사보다는 이웃을 돕는 경찰이 훨씬 사회에 보탬이 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미국의 학부 대학생들에게 전공 선택의 이유를 묻는 경우,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라는 답을 흔하게 듣는다. 이들에게 이는 자기 삶을 위해서라는 답과 동전의 양면일 것이다. 다른 사람을 돕는 게 자기 삶도 궁극적으로 돕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롱비치 주립대에서 물리치료 전공을 택해 공부하고 있는 한 여학생도 전공 선택의 이유로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도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한다. 이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돈과 권력과 명예라는 대학 선택의 주요 동인과 벗어난 것이다.

이 역시 교육 토양의 차이인 것만은 확실하다. 앞의 설문조사에서 대학 교육의 목표로 대학 입시를 가장 많이 택한 이들은 라틴계였다. 미국에서 라틴계 학부모들의 대학 졸업 비율이 아마 가장 낮을 것이다. 대개 미국 대학의 라틴계 학생들은 그들 가족 가운데 첫 대학 재학생이다. 이런 차이, 즉 대학 교육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 그런 대답을 이끌어냈을 것이다.

사회경제적 위치가 열악한 흑인과 라틴, 아울러 반드시 대학에 가야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백인들이 미국에서 대학진학을 고교생들에게 사활적인 과제로 부여하지 않고 있다.

아시안은 고교 상위 30%이면 UC 진학 가능

교육 토양의 또 다른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선, 히스패닉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미국 교육구 가운데 두 번째로 큰 로스앤젤레스 통합교육구의 히스패닉 비율은 73%에 이른다. 이 비율은 해가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자녀 교육을 위해 미국행을 택한 한국인들과 달리, 히스패닉의 주요한 미국 생활의 목적은 자녀 교육이 아니다.

돈을 벌어 고국의 가족들을 부양하는 게 상당수 히스패닉들의 삶의 의미다. 때문에 반드시 자녀들을 칼리지에 보내야 겠다는 생각에 집착하지 않는다. 많은 자녀들을 낳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 모두를 대학에 보내기도 힘들다. 왜 이 이야기를 하느냐면, 미국 대학입시의 한 측면을 이런 현실이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고교생 가운데 상위 12.5%는 UC(연구중심 공립대)에 갈 수 있는 데, 아시안의 경우 30% 이상이 상위 12.5%에 속한다. 즉 한국 학생들이 아시안 평균이라고 가정할 때, 한국 학생 가운데 상위 30% 정도면 캘리포니아 최고 대학인 UC에 진학할 수 있는 것이다.

실업계 고교 교육 실종

아울러 미국 고교에선 실업계 교육이 실종된 상태다. 실업계 교육이 흑인과 라틴계 학생들을 저임금 직종으로 고착화시키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게 이런 실종의 계기였다. 때문에 미국 고교에선 당장 대학에 갈 생각이 없는 학생들도 대학 수학에 필요한 학문적 수준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잠재적인 대학 진학 희망자로 간주하는 것이다. 제임스 얼버인 재단이 캘리포니아 9~10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한 결과 60% 학생들이 학교 생활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고 답한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도 교육 토양의 차이를 이루는 다른 요인이다. 미국인들은 평균적으로 평생 5개 이상의 직업을 가진다. 한국인에 비해 훨씬 자주 직장을 바꾼다. 직장 선택에 고등교육 수학 사실이 직접 연계되고, 더 높은 고등교육을 마친 뒤 이전 직장에 비해 더 많은 급여를 주는 직장을 갖게 되는 것이다.

학사 평균 5만달러, 석사는 7만, 박사는 9만달러

우리는 연봉을 비교할 때, 고교 졸업자, 전문대 졸업자, 대학 졸업자로 구분한다. 고교와 전문대 졸업자의 연봉이 별로 큰 차이가 없이 대학 졸업자에 비해 상당 폭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고교 중퇴자, 고교 졸업자, 학사, 석사, 박사 소지자로 구분한다. 연봉은 학력에 정확하게 비례해 올라간다. 박사 소지자 평균 연봉이 9만 달러, 석사 7만 달러, 학사 5만 달러 이런 식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돈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될 때 이들은 대개 대학이나 대학원 진학을 생각한다. 고교 졸업자의 경우, 학사 학위를 딸 경우 지금보다 수입이 30% 이상 늘어난다. 역시 고등교육을 받는 게 가장 현명한 투자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석사만 딸 경우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지만, 박사 학위를 받을 경우 4년제 대학에서 교수 노릇을 할 수 있다. 이처럼 학위별로 얻을 수 있는 직장의 영역과 한계가 분명하고, 대개 학위에 따라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별다른 고민과 어려움 없이 잠시 직장을 접고 학위에 도전하는 것이다.

칼텍, 등록금수입이 대학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

또 다른 차이는 유수한 고등교육 기관들이 매우 부유하다는 것이다. 하버드대가 쓸 수 있는 기부금 만 해도 260억 달러에 이른다. UC의 1개 캠퍼스인 UCLA가 10년 동안 거둬들인 기부금이 30억 달러가 넘는다. 영화사 대표였던 데이비드 게펜 혼자 2억 달러를 기부했다. 부자들이 그들의 부를 대학과 나누는 ‘미덕’은 미국의 매우 흔한 풍경이다.

부유한 개인들로 이뤄지는 미국의 부가 고스란히 대학으로 이전되는 양상이다. 이 때문에 미국의 사립대는 등록금도 매우 비싸지만,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장학금 비율도 매우 높다. 캘리포니아주의 명문 사립대인 칼텍은 학생 등록금 수입이 대학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를 약간 넘는다. 대부분이 기부금과 교수들이 끌어오는 연구비인 것이다. 학생 등록금이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리와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초·중·고교에 비영어권 학부모회 조직까지

또 하나 차이를 들자면, 학부모들의 교육에 대한 개입 양상이다. 우리의 경우, 학부모들은 대개 학교를 받들거나 아니면 학교에 저항한다. 학교와 대등한 파트너라는 개념은 아직까지 없다. 학교운영위원회가 설치된 지 오래지만, 학부모 운영위원들은 대개 교장의 의중을 살핀다. 자신들이 주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적어도 고등학교까지는 학부모들이 교육 행위의 한 주체이다. 학부모 위원회에서 교실 바깥의 온갖 행사들을 직접 주관한다. 거기엔 ‘과학 전시회’ 등 직접 학습과 관련된 것도 있고 단지 기금 모금 등 자원봉사의 의미만 가진 행사들도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 내는 소식지엔 늘 학부모회 회장의 사진이 가장 큼지막하게 실리고 교장은 사진도 싣지 않는다. 학교를 가면 교사들과 자원 봉사하는 학부모들을 같은 비율로 볼 수 있다.

미국 교육당국은 학부모 참여를 교육 성공의 가장 큰 열쇠로 인식한다. 예컨대 캘리포니아주 각 초 중 고교에는 비영어권 학생을 위한 학부모회가 조직되어 있다. 회장과 부회장, 서기가 학교별로 있다. 두 달에 한번 꼴로 정기회를 가진다.

온갖 형태의 학부모 조직들이 구성돼 학교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그냥 조직만 갖추는 게 아니다. 거기에는 쓸 수 있는 예산이 배정되고 있고 어느 정도의 결정 권한도 주어진다. 아울러 미국 학교의 신축이나 수리 증축 관련 예산이 기초 자치단체 세금으로 이뤄진다는 점도 주민들의 학교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요인이다.

교육재정 확보에 전력 투구하는 교원노조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지난해 11월 39억달러에 이르는 채권발행 주민투표를 시행해 통과시켰는데, 이를 통과시키기 위한 운동이 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을 높이는 일종의 ‘쇠뇌’ 행위였다. 타운홀 모임 등 각종 행사를 조직해 학교를 새로 짓고, 건물을 수리하는 데 돈이 필요하니 앞으로 몇 년 세금을 올리는 것에 동의해달라고 읍소한다.

주민들은 자신의 이해관계가 직결되어 있으니 각종 행사에 참여해 교육당국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의문점이 있을 경우 설명을 요구한다. 아울러 자신이 내는 재산세가 바로 교육 환경 개선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주민들은 이 문제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여건이 교육에 마냥 득이 될 수만은 없다. 거둘 재산세가 별로 없는 지역의 교육 환경과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교사 노조를 바라보는 태도도 우리와는 다소 차이가 난다. 우리처럼, 정서를 들먹이며 반감을 표시하는 게 아니라, 노조를 ‘필요악’이라고 생각한다. 교육당국은 노조를 파트너의 한 축으로 본다. 실제 각 교육당국에게 가장 절박한 당면 과제가 채권 발행 주민 투표인데, 이를 통과시키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교원노조가 수행한다.

예산 확보에 있어서는 교사들도 적극 찬성하기 때문이다. 노조의 지도 아래 교사들이 직접 가구를 방문하며 채권 발행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필요한 경우 노조 예산으로 언론에 지지 광고를 낸다. 물론 정년 비보장 기간을 현 2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주의 개혁안에 대해 교사들이 전면 반대 운동에 나선 경우처럼, 교육당국과 노조가 각을 세우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교육당국과 노조는 서로를 교육행위의 확고한 한 주체로 인정하고 배려한다.

뒤처진 학생, 끌어올리기가 교육의 최고 목표

이렇게 다른 교육풍토의 차이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한 교육정책이 있다면 무엇일까. 히스패닉이 73%인 로스앤젤레스 교육구는 미국에서도 가장 문제 많은 교육구로 이름이 높다. 고교 중도탈락률 뿐 아니라, 학교 내 폭력 문제도 심각하다. 이들은 이에 대한 답을 어디에서 찾고 있을까. 이 가운데 일부는 우리 여건과 크게 들어맞지 않지만, 시사점을 던질 수도 있을 듯하다. 수월성과 형평성 교육의 틈바구니에서 우왕좌왕하는 우리와는 달리, 이들은 뒤처진 학생들을 보통의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교정 교육’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로스앤젤레스 교육감 로이 로메는 △우리 중3에 해당하는 8학년 학생들의 수학 알제브라 강좌 당 학생 수를 5명으로 줄이고 △역시 8학년 학생 가운데 수학이 처지는 학생들은 기초 알제브라를 듣도록 하고(이 역시 학생수는 5명) △탈락 위기에 처한 학생들 상담을 위해 상담 교사 수를 현 수준에서 각 중·고교에 한명씩 더 늘리고 △중학생 가운데 성적이 처지는 아이들은 정규 수업 이외 별도로 학교에서 과외 수업을 받도록 학 계획이다.

교정 교육에 외부기관 적극 활용

이들이 고려하는 해법 가운데 하나는 외부 단체와 기관을 학교 운영에 적극 끌어들이는 것이다. 로스앤젤레스 교육구는 공적으로 지원되고 커리큘럼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차터 학교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교육감이 공개적으로 문제가 많은 고교 주변에 차터 학교를 신설할 것을 적극 주문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 교사들만으로 문제를 풀 수 없으니 의지가 있는 외부 인사들이 주변에 차터 학교를 세워 학교 과밀 문제도 해결하고, 학생들의 학업의지도 곧추세워달라는 것이다.

아울러 로스앤젤레스 교육구는 성적이 뒤처지는 7개 고교의 성적 향상을 위해 빌 게이츠 재단의 재정지원을 받아 커리큘럼 개발 등 교육행위의 전권을 외부 비영리 교육기관에 맡겨 그 결과에 따라 이 프로그램을 교육구 전체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이들 기관은 프로그램 도입을 위해 소규모 학습 공동체로 거대 학교를 재조직하고 학생들과의 좀 더 친밀한 관계 형성을 위해 직접 교사들을 재교육시킨다. 프로그램을 보면 고교 1학년 학생은 학습 단위를 150명 선으로 조정할 계획이다. 고학년이나 같은 학년의 다른 단위와 섞이지 않고 1년 동안은 이들끼리만 공부하게 된다. 2학년 이후에는 3~4개의 장래 직업의 테마별로 분리된 학습 단위를 선택하게 된다. 같은 성격의 프로그램인 ‘FIRST THINGS FIRST'의 경우, 같은 교사 그룹이 4년 내내 같은 학생들을 가르치며, 학생들은 지도교사를 배정받아 지속적인 상담을 받게 된다.

거대학교를 몇개의 미니학교로 쪼갠다

로스앤젤레스 교육구 쪽은 또 모든 중·고교를 2009년까지 미니학교로 개편하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현재 2500명에서 5000명에 이르는 로스앤젤레스 고교들은 학교 내에 여러 차터학교를 가지는 방식으로 교육단위를 세분화해 운영한다는 것이다.

이런 직업테마별 클러스터는 학교에서 아예 별도 건물로 분리하거나 층을 달리하는 방식으로 독자성을 유지한다. 교사들도 따로 배정해 예산 집행 등에 대해 더 많은 권한을 줄 계획이다. 하지만 각 소규모 학습공동체에서 교사들을 신규채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실질적인 예산 집행권을 주는 데는 교육당국이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차터 학교와 같은 차이를 가져올 수 있을 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이들도 있다.

거대학교를 소규모 학습 공동체로 세분화하는 것은 뉴욕 교육구도 시행하고 있다. 뉴욕의 브롱스 랩 스쿨의 경우 전체 학생이 3200명인데 이를 6개의 미니학교로 나눴다. 각 미니 학교는 각각 별도의 교장이 있으며 소규모 강좌와 긴밀한 교사 학생 관계로 학생 학업성취를 높이는 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경제적 토대 취약한 사학에 대학교육 맡겨서는 곤란

토양이 다르다면 우리는 우리식의 길을 찾아야 한다. 이를테면 사립대가 앞장 서는 미국 대학 구조는 막대한 기부금과 경제력을 토대로 한 연구 여건 등의 뒷받침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런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서, 대학을 사립대 중심으로 이끌고 간다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라는 생각이다.

아울러 모든 학생을 학교급별로 요구되는 일정 수준에 반드시 도달시켜야겠다는, 이른바 기본을 강조하는 정책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고교를 졸업하기 위해서는 졸업시험을 보게 하고, 아울러 대학에 들어가도 공립인 경우 대학 1학년 단계에서 수학과 영어 진급 자격 시험에 통과해야 2학년에 등록할 수 있다.

뉴욕은 3,5,7학년에 대해 유급제 도입

캘리포니아 주립대 1학년의 10% 정도가 이 시험에서 탈락해 학교를 떠난다. 각 급별로 그 수준에 맞는 학력을 지녀야 한다는 게 그들의 기본 인식이다. 뉴욕의 경우, 블룸버그 새 시장이 지난 2002년부터 교육정책 역시 총괄하고 있는 데, 그는 3학년과 5학년, 그리고 7학년에 대해 유급 정책을 도입했다.

성적이 뒤처진 학생들에게 가장 유능한 교사 배치해야

일정 수준의 학력에 도달하지 못하면 진급을 시키지 않는 것이다. 아울러 고교의 엄격한 학사 관리로 졸업을 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속출했을 때 그들이 내놓은 대안은 △중학 수준에서 수학 과목의 학급 규모를 대폭 줄이고, 보충 교육을 강화하고 △만 4살 교육을 무상으로 하자는 것이다. 당장 졸업률을 높이는 임시 방편 보다는 좀 더 근본적인 해법에 눈을 돌린 것이다.

교육여건 열악한 곳의 교사월급 많아

성적이 가장 뒤처진 학생들에게 가장 유능한 교사를 배치하겠다는 구상도 시사점을 준다. 로스앤젤레스 교육구는 교육 환경 측면에서 인근 다른 교외 지역에 비해 교사 지망자들에게 인기가 없지만, 상대적으로 대우가 좋다는 점 때문에 교사들에게 인기가 있다. 실제 캘리포니아주를 보면, 오히려 교육여건이 열악한 교육구에서 좋은 교사들을 유치하기 위해 월급을 더 많이 주는 게 일반적이다.

학부모가 교장 평가 해야

우리 역시, 교육 여건에 따라 교사 급여 수준을 달리하거나 교사 수를 달리하는 등 특단의 방식으로 교육 불균형 해소에 매달려야 한다고 본다. 아울러 교장 임용 절차를 개혁함은 물론, 교장 평가의 학부모 참여 비율을 높여야 할 것으로 본다.

국립대 수준의 지역 밀착형 커뮤니티 칼리지 육성도 검토해야

사실 학부모가 교사를 평가한다는 것은 전문성의 측면에서 시비의 소지가 있지만 학교 행정을 책임지는 교장의 경우, 학부모 평가가 유효하리라 본다. 아울러 평생교육의 효율성이란 관점에서, 미국의 커뮤니티 칼리지처럼 큰 경제적 부담 없이 다양한 전공을 섭렵할 수 있고, 강의의 질도 국립대 수준을 유지하는 지역 밀착형 고등교육기관을 대거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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