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만 기자의 미국 고교, 미국 대학 그리고 미국 대입
강성만 기자의 미국 고교, 미국 대학 그리고 미국 대입④
엄격한 졸업기준…29차례나 낙제한 학생도
대학수학 능력있어야 고교 졸업
엄격한 졸업기준…29차례나 낙제한 학생도
대학수학 능력있어야 고교 졸업
고교 졸업의 걸림돌은 수학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유력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지난 1월29일부터 4차례에 걸쳐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 지역 고교의 졸업률을 밀도있게 분석한 특집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막연히 미국의 교육을 동경하는 한국 학부모들에게 이 나라 중·고교 교육의 현주소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사실 미국의 중고교 교육은 졸업과 학점이수 등 시스템부터 우리와 큰 차이가 나는데다, 교육예산 확보도 여의치 않아 영어에 서툰 ‘마이너리티’들이 설 자리가 갈수록 협소해지고 있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고교 중도 탈락생에 대한 이 분석 기사를 들여다보면서, 인상 깊었던 점은 고교를 졸업하지 못하는 탈락생이 너무 많다는 사실보다 이를 가능케 한 교육적 전통과 원칙이다.
한 학생은 29차례나 수학 알제브라(대수학) 과목에서 학점을 따는 데 실패했다. 미국의 고교는 졸업에 필요한 ‘학점 이수’ 기준이 있다. 수학과 영어, 역사 등 주요 과목에서 적어도 D 학점 이상 받아야 졸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수학이다. 엘에이 통합교육구의 버밍엄 고교의 지난해 봄학기 신입생들 가운데 50% 이상이 기초 알제브라에서 F를, 나머지 3분의 1은 D를 받았다. 이 고교는 엘에이 교육구에서 중간 이상의 성적을 보여주는 꽤 괜찮은 학교이다. 일부 고교의 경우 90% 이상이 F를 받는 경우도 있다.
수학, 영어, 역사 낙제점이면 졸업할 수없어
신문에 따르면 알제브라에서 F를 받는 비율은 영어 과목의 2배 이상을 웃돈다. 결국 알제브라가 48%에 그치는 고교 입학생의 졸업비율(엘에이 교육구 99년 고교 신입생 기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학교에서는 이 과목 이수 학생의 비율을 높이기 위해 방과후나 토요일에 별도의 강좌를 개설하거나 아예 중학교 수준의 기초 수학 강좌를 열어 학생들을 돕는다. 하지만 이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번 자신감을 잃은 학생들에게 수학에 대한 흥미를 일으키기는 더욱 어렵다. 결국 계속되는 F 행진. 졸업이 가능할 것 같지 않은 학생들에게 고교에선 전학을 권유한다. 학생들은 낙제생들을 대상으로 특화된 교육을 하는 독립적인 소규모 학교들로 옮긴다. 이 곳에서도 학점 이수는 만만치 않다. 교사들은 매주 학생들의 성취 수준을 점검해 학점 이수 여부를 결정한다. 학생들은 졸업에 필요한 학점 보충을 위해 성인대상 학교인 ‘어덜트 스쿨’에서 일부 과목을 보충해 듣는다. 신문에 소개된 고교 졸업반 아이작은 졸업을 앞두고 어덜트 스쿨에서 역사를 수강했다. 어렵게 알제브라 학점도 이수한 그에게 졸업은 거의 기정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는 졸업장을 받지 못했다. 어덜트 스쿨 역사 교사에게 커닝 현장이 발각된 것이다. 이 교사는 아이작에게 역사 학점을 주지 않았다. 학점 미달로 그는 졸업식 날 다른 중도탈락 친구들과 함께 스탠드 관람석에 머물러야 했다. 학생들의 졸업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수학에서 F를 받는 학생들이 수두룩하고, 수학 시간에 노트나 필기구도 없이 수업에 임하고 심지어 가방을 등에서 내려놓지도 않는 학생들이 있다는 보도 내용은 그 자체로 흥미롭지만 내 관심을 더욱 끄는 점은 ‘왜’이다. 영어·수학 고교졸업시험 통과해야 졸업장 받을 수 있어 미국 학생들의 교실 안 풍경은 한국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수업 시간에 졸고 가끔씩 패싸움도 하고, 수업을 빼먹고 근처 햄버거 체인점에서 친구들과 노닥거리고. 흑인과 멕시칸 등 인종을 매개로 한 갈등이 흔하다는 점은 한국과 분명히 다른 점이지만. 또 다른 분명한 차이는 한국의 고교생들은 수업일수만 채우면 졸업할 수 있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대학에 진학해 수강할 정도의 학력 수준을 보여야 졸업장을 준다. 학점 이수 기준도 그렇고 올해 캘리포니아주에서 고교 졸업반 학생들부터 적용하는 고교 졸업시험도 그렇다. 고교 졸업시험은 수학과 영어 과목에 대해 치러지는 데, 수학의 경우 고교 1학년, 영어는 고교 2학년의 성취 기준을 대상으로 문제가 출제된다. 50점 이상을 받아야 통과한다. 어렵게 학점 이수를 했더라도 주에서 주관하는 이 시험에서 기준 이하의 점수를 받으면 졸업을 할 수 없다. 기자가 거주하는 엘에이 남쪽 토랜스교육구 소속 고교를 보면 대체로 합격률이 70~80%에 그치고 있다. 토랜스시가 엘에이에 비해 성적이 월등 좋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시험 역시 학생들에게 어려운 관문임을 알 수 있다. 수업을 빼먹지 않으면 무조건 졸업장을 주는 우리의 오래된 관행과 전통을 무조건 비판하자는 것은 아니다. 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미국의 제도를 무조건 옹호하자는 것은 더욱 아니다. 문제는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제도’가 무엇을 해주고 있느냐는 점이다. 차터나 대안 학교의 교육 통해, 졸업률 80%까지 올라가 미국에서도 성적 부진학생에 대한 개별 지도는 썩 만족스럽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학생 수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앞에서 언급한 버밍엄 고교는 학생 수가 무려 4천명이다. 강좌당 학생수는 40명을 넘는다. 한국에 비해서도 훨씬 열악하다. 학생 필요에 기초한 특화 교육이나 전문 상담 교사제의 효율적인 운영이 사실상 어렵다. 하지만 학교는 학생들의 졸업율을 높여야 한다는 엄청난 부담을 짊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토요일이나 방과후는 물론 심지어 여름방학 기간에도 부진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보충강좌를 개설해 학생들의 학점 이수를 돕는다. 아울러 학교 바깥의 시스템도 부진 학생들의 학력 증진을 위해 활발히 가동된다. 차터 학교나 독립적인 대안학교는 각각 부진 학생들에게 특화된 교육 시스템으로 학생들을 껴안는다. 대안 학교의 경우 출석일은 1주일에 1~2일 정도에 그치지만 교사들과 1대1 개별지도가 가능하고 일반 고교에 비해 과제가 많고 과제 확인이 밀도있게 이뤄지기 때문에 부진 학생들의 졸업율을 높이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실제 버밍엄 고교의 경우, 졸업율은 50%에 그치지만 차터 학교나 대안 학교 전학을 통한 졸업자 수를 포함하면, 80%에 이를 것이라는 게 엘에이 교육구와 학교 쪽 분석이다. 즉 학생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겠지만 엄격한 제도를 들이댄 결과, 50%에 불과한 학생들의 학점 이수율이 80%까지 올라간 것이다. 우리의 경우는? 교육부와 교사들에게 미안한 이야기이겠지만 애초 50%의 수치에 큰 변화가 있었을 것 같지 않다. 고교 졸업생이라면 응당 그에 합당한 학력을 지녀야 한다는 ‘미국적 사고방식’은 고교 졸업율 50%에도 불구하고 완고하기만 하다. 2018년엔 ‘수학(알제브라)2’까지 이수해야 엘에이 교육구는 현재 초등학교 2학년이 고교를 졸업하는 2018년에는 수학 ‘알제브라2’ 과목을 반드시 이수하도록 할 계획이다. 더 낮은 수준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더 높은 목표를 제시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둔하거나 너무 이상적인 판단이라는 비난을 들어도 무리가 아닐 듯 싶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교사 수급에서도 많은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중학교 수준에서 수학 교사의 40% 이상이 수학 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자기 전공과 무관한 수학 영역을 가르치고 있다. 고교에서 이 수치는 20% 이상으로 줄어든다. 수학에서 반복적으로 실패하면서 고교를 졸업하지 못하는 현실, 이런 문제의식을 공유한 신문사는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을까. 흥미로운 부분이다. 졸업기준 낮추는 게 아니라, 학생을 더 잘 가르치는 게 중요 두 번째 시리즈 마지막 단락에서 담당 기자는 버밍엄 고교 수학교사의 입을 빌어 “대학 강의를 수강할 준비를 위해 알제브라 이수를 반드시 강제한 정책이 비현실적”임을 전한다. 하지만 이런 목소리는 결론도 아니고 다수의 동의도 얻어내지 못한다. 대부분의 칼럼니스트들과 독자들은 학생들의 졸업기준을 낮추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더 많이 졸업할 수 있도록 더 잘 교육하자는 쪽으로 결론을 몰아간다. 중학교에서 수학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고교로 진학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점. 즉 중학교에서 제대로 수학을 이수하지 못해도 졸업을 시키기 때문에 상당수 학생들이 고교 수학에 적절히 대비하지 못한 채 고교를 진학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을 이 곳 전문가들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중학교에서 적절한 수학 기초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문의 이번 시리즈 기사에도, 당분간 미국 고교의 졸업율은 올라가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의 제도가 고교나 중학교에서 부진학생을 위해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 지 따져 보자. 사실 우리도 부진학생 지도를 위한 이런 저런 제도가 있다. 하지만 부진학생 보충수업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학생들이 제대로 보충수업을 듣지 않아도 교사들은 이들 학생을 제재할 수단을 갖지 못한다. 우리에게는 유급도 F학점도 없다. 수업일수만 채우면 졸업할 수 있다. 모두가 졸업하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다. 하지만 학업 과정을 온전히 채우는 게 더 중요하다. 수학서 28차례 낙방한 학생의 29번째 시도에도 F 주는 교사 한 학생이 28차례나 알제브라에서 낙방했는 데도, 29번째 시도에 다시 F를 주는 ‘날선 시스템’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온정주의나 편의주의에 기반한 이런 저런 편법이 도저히 설 자리가 없다는 점. 특히 이런 제도가 일선 학교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시사적이다. 학부모의 항의나 학생의 눈물이 일체 고려 요소가 되지 않고, 학생의 성취 기준만으로 이수 여부를 따지는 그 시스템이 우리 교육에서 작동할 수 있다면 한국 교육은 확실히 한 단계 더 진전할 것이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신문에 따르면 알제브라에서 F를 받는 비율은 영어 과목의 2배 이상을 웃돈다. 결국 알제브라가 48%에 그치는 고교 입학생의 졸업비율(엘에이 교육구 99년 고교 신입생 기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학교에서는 이 과목 이수 학생의 비율을 높이기 위해 방과후나 토요일에 별도의 강좌를 개설하거나 아예 중학교 수준의 기초 수학 강좌를 열어 학생들을 돕는다. 하지만 이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번 자신감을 잃은 학생들에게 수학에 대한 흥미를 일으키기는 더욱 어렵다. 결국 계속되는 F 행진. 졸업이 가능할 것 같지 않은 학생들에게 고교에선 전학을 권유한다. 학생들은 낙제생들을 대상으로 특화된 교육을 하는 독립적인 소규모 학교들로 옮긴다. 이 곳에서도 학점 이수는 만만치 않다. 교사들은 매주 학생들의 성취 수준을 점검해 학점 이수 여부를 결정한다. 학생들은 졸업에 필요한 학점 보충을 위해 성인대상 학교인 ‘어덜트 스쿨’에서 일부 과목을 보충해 듣는다. 신문에 소개된 고교 졸업반 아이작은 졸업을 앞두고 어덜트 스쿨에서 역사를 수강했다. 어렵게 알제브라 학점도 이수한 그에게 졸업은 거의 기정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는 졸업장을 받지 못했다. 어덜트 스쿨 역사 교사에게 커닝 현장이 발각된 것이다. 이 교사는 아이작에게 역사 학점을 주지 않았다. 학점 미달로 그는 졸업식 날 다른 중도탈락 친구들과 함께 스탠드 관람석에 머물러야 했다. 학생들의 졸업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수학에서 F를 받는 학생들이 수두룩하고, 수학 시간에 노트나 필기구도 없이 수업에 임하고 심지어 가방을 등에서 내려놓지도 않는 학생들이 있다는 보도 내용은 그 자체로 흥미롭지만 내 관심을 더욱 끄는 점은 ‘왜’이다. 영어·수학 고교졸업시험 통과해야 졸업장 받을 수 있어 미국 학생들의 교실 안 풍경은 한국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수업 시간에 졸고 가끔씩 패싸움도 하고, 수업을 빼먹고 근처 햄버거 체인점에서 친구들과 노닥거리고. 흑인과 멕시칸 등 인종을 매개로 한 갈등이 흔하다는 점은 한국과 분명히 다른 점이지만. 또 다른 분명한 차이는 한국의 고교생들은 수업일수만 채우면 졸업할 수 있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대학에 진학해 수강할 정도의 학력 수준을 보여야 졸업장을 준다. 학점 이수 기준도 그렇고 올해 캘리포니아주에서 고교 졸업반 학생들부터 적용하는 고교 졸업시험도 그렇다. 고교 졸업시험은 수학과 영어 과목에 대해 치러지는 데, 수학의 경우 고교 1학년, 영어는 고교 2학년의 성취 기준을 대상으로 문제가 출제된다. 50점 이상을 받아야 통과한다. 어렵게 학점 이수를 했더라도 주에서 주관하는 이 시험에서 기준 이하의 점수를 받으면 졸업을 할 수 없다. 기자가 거주하는 엘에이 남쪽 토랜스교육구 소속 고교를 보면 대체로 합격률이 70~80%에 그치고 있다. 토랜스시가 엘에이에 비해 성적이 월등 좋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시험 역시 학생들에게 어려운 관문임을 알 수 있다. 수업을 빼먹지 않으면 무조건 졸업장을 주는 우리의 오래된 관행과 전통을 무조건 비판하자는 것은 아니다. 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미국의 제도를 무조건 옹호하자는 것은 더욱 아니다. 문제는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제도’가 무엇을 해주고 있느냐는 점이다. 차터나 대안 학교의 교육 통해, 졸업률 80%까지 올라가 미국에서도 성적 부진학생에 대한 개별 지도는 썩 만족스럽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학생 수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앞에서 언급한 버밍엄 고교는 학생 수가 무려 4천명이다. 강좌당 학생수는 40명을 넘는다. 한국에 비해서도 훨씬 열악하다. 학생 필요에 기초한 특화 교육이나 전문 상담 교사제의 효율적인 운영이 사실상 어렵다. 하지만 학교는 학생들의 졸업율을 높여야 한다는 엄청난 부담을 짊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토요일이나 방과후는 물론 심지어 여름방학 기간에도 부진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보충강좌를 개설해 학생들의 학점 이수를 돕는다. 아울러 학교 바깥의 시스템도 부진 학생들의 학력 증진을 위해 활발히 가동된다. 차터 학교나 독립적인 대안학교는 각각 부진 학생들에게 특화된 교육 시스템으로 학생들을 껴안는다. 대안 학교의 경우 출석일은 1주일에 1~2일 정도에 그치지만 교사들과 1대1 개별지도가 가능하고 일반 고교에 비해 과제가 많고 과제 확인이 밀도있게 이뤄지기 때문에 부진 학생들의 졸업율을 높이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실제 버밍엄 고교의 경우, 졸업율은 50%에 그치지만 차터 학교나 대안 학교 전학을 통한 졸업자 수를 포함하면, 80%에 이를 것이라는 게 엘에이 교육구와 학교 쪽 분석이다. 즉 학생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겠지만 엄격한 제도를 들이댄 결과, 50%에 불과한 학생들의 학점 이수율이 80%까지 올라간 것이다. 우리의 경우는? 교육부와 교사들에게 미안한 이야기이겠지만 애초 50%의 수치에 큰 변화가 있었을 것 같지 않다. 고교 졸업생이라면 응당 그에 합당한 학력을 지녀야 한다는 ‘미국적 사고방식’은 고교 졸업율 50%에도 불구하고 완고하기만 하다. 2018년엔 ‘수학(알제브라)2’까지 이수해야 엘에이 교육구는 현재 초등학교 2학년이 고교를 졸업하는 2018년에는 수학 ‘알제브라2’ 과목을 반드시 이수하도록 할 계획이다. 더 낮은 수준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더 높은 목표를 제시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둔하거나 너무 이상적인 판단이라는 비난을 들어도 무리가 아닐 듯 싶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교사 수급에서도 많은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중학교 수준에서 수학 교사의 40% 이상이 수학 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자기 전공과 무관한 수학 영역을 가르치고 있다. 고교에서 이 수치는 20% 이상으로 줄어든다. 수학에서 반복적으로 실패하면서 고교를 졸업하지 못하는 현실, 이런 문제의식을 공유한 신문사는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을까. 흥미로운 부분이다. 졸업기준 낮추는 게 아니라, 학생을 더 잘 가르치는 게 중요 두 번째 시리즈 마지막 단락에서 담당 기자는 버밍엄 고교 수학교사의 입을 빌어 “대학 강의를 수강할 준비를 위해 알제브라 이수를 반드시 강제한 정책이 비현실적”임을 전한다. 하지만 이런 목소리는 결론도 아니고 다수의 동의도 얻어내지 못한다. 대부분의 칼럼니스트들과 독자들은 학생들의 졸업기준을 낮추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더 많이 졸업할 수 있도록 더 잘 교육하자는 쪽으로 결론을 몰아간다. 중학교에서 수학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고교로 진학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점. 즉 중학교에서 제대로 수학을 이수하지 못해도 졸업을 시키기 때문에 상당수 학생들이 고교 수학에 적절히 대비하지 못한 채 고교를 진학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을 이 곳 전문가들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중학교에서 적절한 수학 기초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문의 이번 시리즈 기사에도, 당분간 미국 고교의 졸업율은 올라가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의 제도가 고교나 중학교에서 부진학생을 위해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 지 따져 보자. 사실 우리도 부진학생 지도를 위한 이런 저런 제도가 있다. 하지만 부진학생 보충수업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학생들이 제대로 보충수업을 듣지 않아도 교사들은 이들 학생을 제재할 수단을 갖지 못한다. 우리에게는 유급도 F학점도 없다. 수업일수만 채우면 졸업할 수 있다. 모두가 졸업하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다. 하지만 학업 과정을 온전히 채우는 게 더 중요하다. 수학서 28차례 낙방한 학생의 29번째 시도에도 F 주는 교사 한 학생이 28차례나 알제브라에서 낙방했는 데도, 29번째 시도에 다시 F를 주는 ‘날선 시스템’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온정주의나 편의주의에 기반한 이런 저런 편법이 도저히 설 자리가 없다는 점. 특히 이런 제도가 일선 학교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시사적이다. 학부모의 항의나 학생의 눈물이 일체 고려 요소가 되지 않고, 학생의 성취 기준만으로 이수 여부를 따지는 그 시스템이 우리 교육에서 작동할 수 있다면 한국 교육은 확실히 한 단계 더 진전할 것이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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