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만 기자의 미국 고교, 미국 대학 그리고 미국 대입
강성만 기자의 미국 고교, 미국 대학 그리고 미국 대입③
캘리포니아, 연구중심의 UC, 교육중심의 USC, 평생교육의 CCC
취업과 진학에는 오히려 교육중심 대학이 유리
캘리포니아, 연구중심의 UC, 교육중심의 USC, 평생교육의 CCC
취업과 진학에는 오히려 교육중심 대학이 유리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에는 모두 140여개의 고등교육기관이 있지만, 이들은 명확히 3개의 시스템으로 구분된다. 전술한 바처럼 캘리포니아 대학(UC), 캘리포니아 주립대(CSU), 캘리포니아 커뮤니티 칼리지(CCC) 시스템이 바로 그 것이다.
45년 전부터 연구와 교육, 평생교육 중심으로 대학 체계 개편
캘리포니아는 1960년 이렇게 각종 대학들을 3개의 시스템으로 정비했다. 당시 캘리포니아에는 30여개의 공립 4년제 대학이 있었는데, 역할과 전공 조정이 이뤄지지 않은 채 치열한 경쟁만이 격화하고 있었다. 신생 대학들도 앞다퉈 박사 학위 과정을 개설하고 연구 중심 대학을 향한 거창한 계획을 세우는 형국이었다.
당시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주 예산으로 운영되는 대학들이 이처럼 조정 없이 경쟁만 하는 상태를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UC 초대 총장인 클라크 커(CLARK KERR)의 지도 아래 ‘마스터플랜’이 짜여졌다. 뼈대는 모든 대학을 3개의 시스템으로 구분하고 이들에게 명확한 별도의 임무를 부여하는 것이었다.
미국 대학의 공통된 임무는 대체로 △고등교육 제공 △연구 수행 △공익 서비스 등이다. 이 가운데 UC에 속한 대학들의 주요 임무는 연구에 주력하는 것이다. 이른바 연구중심 대학들인 것이다. 이 때문에 3개의 고등교육 시스템 가운데 유일하게 박사 과정을 두고 있다.
연구중심의 UC UC에는 버클리와 로스앤젤레스, 샌디에이고 등 모두 10개의 캠퍼스가 속해 있다. 물론 전통과 교수진, 그리고 다양한 전공 등에 따라 10개 캠퍼스 사이에 다소 위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신입생의 평균 고교 학점을 보면, 버클리와 로스앤젤레스가 3.9 정도로 최상위권이고 나머지 대학들은 3.7 이하로 다소 처진다. 하지만 이 10여개 대학들은 각자 주력 전공을 달리하면서 학문적 명성을 쌓고 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버클리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의 학문적 위치가 대체로 공고한 가운데, 샌프란시스코는 메디칼 스쿨, 데이비스는 농대와 생명공학, 어바인은 컴퓨터 공학과 창의적 글쓰기, 나사와 함께 연구를 수행중인 산타크루스는 항공우주 과학 등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지역에 기반한 연구도 활발하다. 데이비스는 캘리포니아 주력산업인 와인 업계와 협력해 캘리포니아 와인을 홍보할 수 있는 효과적 방법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UC 대학들은 박사 과정 교육과 연구 수행이 주 임무이기 때문에 학사와 석사 교육에는 다소 소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수한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는 데서 오는 동기 부여와 또 UC 대학들이 훌륭한 도서관 등 학업을 위한 기반 시설이 뛰어나다는 점은 큰 매력이다. 예컨대 버클리 캠퍼스 도서관은 900만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북미 전체 도서관 가운데 4번째 규모다. CSU, 명성은 처지지만 강의 만족도는 매우 높아 UC와 다음에 소개할 CSU 사이에는 학문적 분위기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두 대학의 도서관을 둘러보면 금세 느낄 수 있다. UC 도서관의 개관 시간이 CSU에 비해 훨씬 길고, 주말에도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연다. 하지만 CSU 도서관은 지역 도서관처럼 저녁 7~8시에 문을 닫고 주말에는 아주 짧은 시간만 개관한다. 이는 두 대학 시스템이 연구와 강의 중심으로 구실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도서관도 그에 맞춰 운영한다는 마스터플랜의 기본 정신에 기반한 것이다. 하지만 CSU에서 풀타임으로 학업에 전념하는 학생들에게는 불만일 수밖에 없다. 대학 시스템의 차이 때문에, 교수들의 강의 시간도 크게 다르다. UC 교수들은 한 학기에 1~2개의 강좌를 맡는다. 하지만 CSU는 주당 15~18시간, CCC는 27~33시간을 강의해야 한다. CSU와 CCC 교수들은 강의를 위해 고용됐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UC와 CSU 사이의 교수 인사 교류는 매우 제한적이다. CSU 시스템에 속한 교수들은 강의에 전념하면서 두드러진 연구 업적을 쌓기가 어렵기 때문에 UC 시스템 속으로 진입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UC 교수들은 주요 의무가 연구 업적을 쌓는 것이고 또 채용 때 연구 업적을 주로 검토하기 때문에 캠퍼스간 옮겨다니기가 원활할 수밖에 없다. CSU도 UC와 마찬가지로 4년제 대학이다. 하지만 UC와 달리 학사와 석사 과정만 개설할 수 있다. 최근 들어 CSU 23개 캠퍼스 가운데 플러튼 등 극소수 대학에서 교육학(EDUCATION) 박사 과정을 개설했다. 하지만 일반 박사(PHD)과정은 개설할 수 없다. UC에 비해 절반 이상 학비가 싸고 교수들이 강의에 주력한다는 점도 큰 차이다. 도밍게스 힐스 주립대의 한 교수는 “교수 평가 때 UC는 주로 연구 업적을 평가하지만, CSU는 학생 만족도 등 강의를 잘했는지를 주로 본다”고 말했다. 연구는 대학에서 정한 일정 수준에만 올라서면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게 그의 부연 설명이다. 이 때문에 CSU 학생들의 강의 만족도는 대체로 높은 편이다. 롱비치와 도밍게스 힐스 캠퍼스에서 만난 10여명의 학생들에게 강의 만족도를 물어본 결과, 전원이 교수 강의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다만 도밍게스 힐스에서 지리학을 전공하고 있는 한 4학년생은 “도서관에 전공 관련 책이나 잡지가 별로 없어 불만”이라고 토로했다. 싼 학비 때문에 CSU를 선택한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졸업 뒤 일단 일자리를 구하고 돈을 모아 몇 년 뒤 UC나 사립대 대학원에 진학하겠다는 학생들이 많았다. 면학 분위기 좋은데다 실용학문 중심인 CSU CSU는 전공이 실용학문 중심이라는 점에서 UC와 큰 차이가 난다. 학부 이후 과정에서 교사 자격증 획득을 위한 1년 과정 코스와 학부의 간호학과 언론, 공학기술, 물리치료사 등 의료보조전문가 양성 코스 등이 CSU의 주력 전공들이다. 이런 실용학문 전공 과정에는 다양한 학업 프로그램이 개설되어 있어, 이쪽으로 미래 직업을 설계하고 있는 학생들은 UC에 비해 CSU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도밍게스 힐스 주립대의 교사 자격증 취득 코스에 등록한 학 학생은 “UCLA도 이런 프로그램이 있지만 규모가 작고 프로그램도 다양하지 않다”면서 “도밍게스 힐스는 프로그램 평판이 가장 좋고, 특히 마이너리티 학생을 위한 교수법 강좌가 탁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도밍게스 힐스 출신들이 UCLA 졸업생들에 비해 학교 현장의 승진 경쟁 등에서 불리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롱비치 주립대 간호학과의 한 신입생도 “간호학과 프로그램만 놓고 비교했을 때 롱비치가 대부분의 UC 대학들에 비해 뛰어나다고 판단해 UC 대신 롱비치 주립대를 택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남쪽 오렌지 카운티 플러튼의 주립대에는 경영학과가 설치된 반면, 같은 카운티 인근 지역의 UC 어바인에는 학부 경영학과가 없이 경영학 대학원 과정이 설치되어 있다. 이런 역할 구분 때문에 경영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은 고교 졸업단계에서 주립대를 택해 학사 학위를 딴 뒤 UC 대학원에 진학하게 된다. UC와 CSU 사이에는 어느 정도 위계가 있지만 이처럼 주력 분야가 크게 다른 점이 CSU 재학생들이 학교에 대한 긍지를 가질 수 있게 하는 요인이다. 아울러 CSU는 상대적으로 UC에 비해 재학생수가 많기 때문에 졸업 뒤 동창생 규모에서 수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CSU는 상대적으로 직장을 가진 파트타임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UC와 학문적 분위기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2005학년도 파트타임 등록 학생들이 전체 학생 대비 20%에 이른다. 도밍게스 힐스 캠퍼스는 34%에 달한다. 공부하고 싶어도 공부에 전념할 시간을 많이 내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 이 때문일까. CSU 학생들은 캠퍼스에서 상당히 바쁘다. 학교에서 부지런히 숙제하고 강의를 들은 뒤 차를 몰고 직장에 가야하는 것이다. 학생 평균연령이 28살인 도밍게스 힐스의 경우, 대부분의 전공 강좌가 오후 4시부터 밤 시간까지 집중적으로 개설되어 있다. 파트 타임 학생을 위한 배려 차원이다. 이 때문에 낮 동안 CSU 도서관을 가보면 UC처럼 잠을 자거나 친구들과 잡담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학생들을 찾기 힘들다. 대부분 숙제와 독서에 몰두하고 있었다. 커뮤니티 칼리지 1한기 수업료, 책값과 비슷한 30만원선 CSU도 캠퍼스에 따라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풀타임 학생 비율이 높은 롱비치와 플러튼 캠퍼스는 낮 시간에 강좌를 개설하고 캠퍼스 분위기도 UC 등 전통적인 대학과 크게 다르지 않다. 빈곤계층 지역에 자리한 도밍게스 힐스 주립대 학생들의 평균연령이 28살인데 비해 상대적으로 부유한 지역의 롱비치 학생들의 평균 연령은 21살에 불과하다. 커뮤니티 칼리지(CCC)는 2년 과정으로, 주력이 직업 교육이다. 하지만 UC 등의 편입을 위한 학문 교육과 평생학습 및 성인대상 재교육도 실시한다. 또 지역 사회 주민을 위해 영어 교육과 댄스와 스포츠 등 다양한 사회체육과정을 제공한다. 현재 110여개의 칼리지에 250만명 이상의 캘리포니아 주민이 학점 인정과 비인정 코스에 등록해 강좌를 수강하고 있다. 지역에 거점을 둔, 지역민을 위한 종합 학교인 셈이다. 칼리지의 최대 장점은 학비가 싸다는 점이다. 엘 카미노 칼리지의 경우, 한 학기 1시간당 수업료가 25달러다. 따라서 12학점을 들을 경우 30만원에 불과하다. 수강료가 책값 수준인 셈이다. 엘 카미노 칼리지에서 10년째 공부하고 있다는 한 전업주부 재학생은 “아이가 있다고 해서 집에만 머물 이유가 없다”면서 “3과목 가운데, 2과목은 대학 편입을 위해, 1과목은 관심 과목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 30대 후반인 그는 “수업을 통해 나를 똑똑하고 지혜롭게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커뮤니티 칼리지를 찾게 했다”고 밝혔다. 커뮤니티 칼리지에 매우 다양한 전공이 개설되어 있는 점도 지역사회 주민들의 평생 학업 의욕을 고무시킨다. 또 커뮤니티 칼리지는 지역사회와 밀접히 연계되어 있어 주 뿐 아니라 지자체의 예산을 지원받는 점이 다른 대학 시스템과는 다른 점이다. 이 때문에 칼리지가 어느 지역에 위치해 있느냐에 따라 시설이나 교육의 질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주립대의 한 교수는 “지역 지자체의 학생 1인당 지원액이 지역에 따라 2배까지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 인근 부유한 지자체인 산타모니카나 파사데나에 위치한 커뮤니티 칼리지 졸업생의 편입 성적이 흑인 밀집 거주지역인 캄튼이나 잉글우드 칼리지에 비해 뛰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연구중심의 UC UC에는 버클리와 로스앤젤레스, 샌디에이고 등 모두 10개의 캠퍼스가 속해 있다. 물론 전통과 교수진, 그리고 다양한 전공 등에 따라 10개 캠퍼스 사이에 다소 위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신입생의 평균 고교 학점을 보면, 버클리와 로스앤젤레스가 3.9 정도로 최상위권이고 나머지 대학들은 3.7 이하로 다소 처진다. 하지만 이 10여개 대학들은 각자 주력 전공을 달리하면서 학문적 명성을 쌓고 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버클리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의 학문적 위치가 대체로 공고한 가운데, 샌프란시스코는 메디칼 스쿨, 데이비스는 농대와 생명공학, 어바인은 컴퓨터 공학과 창의적 글쓰기, 나사와 함께 연구를 수행중인 산타크루스는 항공우주 과학 등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지역에 기반한 연구도 활발하다. 데이비스는 캘리포니아 주력산업인 와인 업계와 협력해 캘리포니아 와인을 홍보할 수 있는 효과적 방법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UC 대학들은 박사 과정 교육과 연구 수행이 주 임무이기 때문에 학사와 석사 교육에는 다소 소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수한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는 데서 오는 동기 부여와 또 UC 대학들이 훌륭한 도서관 등 학업을 위한 기반 시설이 뛰어나다는 점은 큰 매력이다. 예컨대 버클리 캠퍼스 도서관은 900만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북미 전체 도서관 가운데 4번째 규모다. CSU, 명성은 처지지만 강의 만족도는 매우 높아 UC와 다음에 소개할 CSU 사이에는 학문적 분위기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두 대학의 도서관을 둘러보면 금세 느낄 수 있다. UC 도서관의 개관 시간이 CSU에 비해 훨씬 길고, 주말에도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연다. 하지만 CSU 도서관은 지역 도서관처럼 저녁 7~8시에 문을 닫고 주말에는 아주 짧은 시간만 개관한다. 이는 두 대학 시스템이 연구와 강의 중심으로 구실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도서관도 그에 맞춰 운영한다는 마스터플랜의 기본 정신에 기반한 것이다. 하지만 CSU에서 풀타임으로 학업에 전념하는 학생들에게는 불만일 수밖에 없다. 대학 시스템의 차이 때문에, 교수들의 강의 시간도 크게 다르다. UC 교수들은 한 학기에 1~2개의 강좌를 맡는다. 하지만 CSU는 주당 15~18시간, CCC는 27~33시간을 강의해야 한다. CSU와 CCC 교수들은 강의를 위해 고용됐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UC와 CSU 사이의 교수 인사 교류는 매우 제한적이다. CSU 시스템에 속한 교수들은 강의에 전념하면서 두드러진 연구 업적을 쌓기가 어렵기 때문에 UC 시스템 속으로 진입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UC 교수들은 주요 의무가 연구 업적을 쌓는 것이고 또 채용 때 연구 업적을 주로 검토하기 때문에 캠퍼스간 옮겨다니기가 원활할 수밖에 없다. CSU도 UC와 마찬가지로 4년제 대학이다. 하지만 UC와 달리 학사와 석사 과정만 개설할 수 있다. 최근 들어 CSU 23개 캠퍼스 가운데 플러튼 등 극소수 대학에서 교육학(EDUCATION) 박사 과정을 개설했다. 하지만 일반 박사(PHD)과정은 개설할 수 없다. UC에 비해 절반 이상 학비가 싸고 교수들이 강의에 주력한다는 점도 큰 차이다. 도밍게스 힐스 주립대의 한 교수는 “교수 평가 때 UC는 주로 연구 업적을 평가하지만, CSU는 학생 만족도 등 강의를 잘했는지를 주로 본다”고 말했다. 연구는 대학에서 정한 일정 수준에만 올라서면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게 그의 부연 설명이다. 이 때문에 CSU 학생들의 강의 만족도는 대체로 높은 편이다. 롱비치와 도밍게스 힐스 캠퍼스에서 만난 10여명의 학생들에게 강의 만족도를 물어본 결과, 전원이 교수 강의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다만 도밍게스 힐스에서 지리학을 전공하고 있는 한 4학년생은 “도서관에 전공 관련 책이나 잡지가 별로 없어 불만”이라고 토로했다. 싼 학비 때문에 CSU를 선택한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졸업 뒤 일단 일자리를 구하고 돈을 모아 몇 년 뒤 UC나 사립대 대학원에 진학하겠다는 학생들이 많았다. 면학 분위기 좋은데다 실용학문 중심인 CSU CSU는 전공이 실용학문 중심이라는 점에서 UC와 큰 차이가 난다. 학부 이후 과정에서 교사 자격증 획득을 위한 1년 과정 코스와 학부의 간호학과 언론, 공학기술, 물리치료사 등 의료보조전문가 양성 코스 등이 CSU의 주력 전공들이다. 이런 실용학문 전공 과정에는 다양한 학업 프로그램이 개설되어 있어, 이쪽으로 미래 직업을 설계하고 있는 학생들은 UC에 비해 CSU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도밍게스 힐스 주립대의 교사 자격증 취득 코스에 등록한 학 학생은 “UCLA도 이런 프로그램이 있지만 규모가 작고 프로그램도 다양하지 않다”면서 “도밍게스 힐스는 프로그램 평판이 가장 좋고, 특히 마이너리티 학생을 위한 교수법 강좌가 탁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도밍게스 힐스 출신들이 UCLA 졸업생들에 비해 학교 현장의 승진 경쟁 등에서 불리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롱비치 주립대 간호학과의 한 신입생도 “간호학과 프로그램만 놓고 비교했을 때 롱비치가 대부분의 UC 대학들에 비해 뛰어나다고 판단해 UC 대신 롱비치 주립대를 택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남쪽 오렌지 카운티 플러튼의 주립대에는 경영학과가 설치된 반면, 같은 카운티 인근 지역의 UC 어바인에는 학부 경영학과가 없이 경영학 대학원 과정이 설치되어 있다. 이런 역할 구분 때문에 경영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은 고교 졸업단계에서 주립대를 택해 학사 학위를 딴 뒤 UC 대학원에 진학하게 된다. UC와 CSU 사이에는 어느 정도 위계가 있지만 이처럼 주력 분야가 크게 다른 점이 CSU 재학생들이 학교에 대한 긍지를 가질 수 있게 하는 요인이다. 아울러 CSU는 상대적으로 UC에 비해 재학생수가 많기 때문에 졸업 뒤 동창생 규모에서 수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CSU는 상대적으로 직장을 가진 파트타임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UC와 학문적 분위기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2005학년도 파트타임 등록 학생들이 전체 학생 대비 20%에 이른다. 도밍게스 힐스 캠퍼스는 34%에 달한다. 공부하고 싶어도 공부에 전념할 시간을 많이 내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 이 때문일까. CSU 학생들은 캠퍼스에서 상당히 바쁘다. 학교에서 부지런히 숙제하고 강의를 들은 뒤 차를 몰고 직장에 가야하는 것이다. 학생 평균연령이 28살인 도밍게스 힐스의 경우, 대부분의 전공 강좌가 오후 4시부터 밤 시간까지 집중적으로 개설되어 있다. 파트 타임 학생을 위한 배려 차원이다. 이 때문에 낮 동안 CSU 도서관을 가보면 UC처럼 잠을 자거나 친구들과 잡담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학생들을 찾기 힘들다. 대부분 숙제와 독서에 몰두하고 있었다. 커뮤니티 칼리지 1한기 수업료, 책값과 비슷한 30만원선 CSU도 캠퍼스에 따라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풀타임 학생 비율이 높은 롱비치와 플러튼 캠퍼스는 낮 시간에 강좌를 개설하고 캠퍼스 분위기도 UC 등 전통적인 대학과 크게 다르지 않다. 빈곤계층 지역에 자리한 도밍게스 힐스 주립대 학생들의 평균연령이 28살인데 비해 상대적으로 부유한 지역의 롱비치 학생들의 평균 연령은 21살에 불과하다. 커뮤니티 칼리지(CCC)는 2년 과정으로, 주력이 직업 교육이다. 하지만 UC 등의 편입을 위한 학문 교육과 평생학습 및 성인대상 재교육도 실시한다. 또 지역 사회 주민을 위해 영어 교육과 댄스와 스포츠 등 다양한 사회체육과정을 제공한다. 현재 110여개의 칼리지에 250만명 이상의 캘리포니아 주민이 학점 인정과 비인정 코스에 등록해 강좌를 수강하고 있다. 지역에 거점을 둔, 지역민을 위한 종합 학교인 셈이다. 칼리지의 최대 장점은 학비가 싸다는 점이다. 엘 카미노 칼리지의 경우, 한 학기 1시간당 수업료가 25달러다. 따라서 12학점을 들을 경우 30만원에 불과하다. 수강료가 책값 수준인 셈이다. 엘 카미노 칼리지에서 10년째 공부하고 있다는 한 전업주부 재학생은 “아이가 있다고 해서 집에만 머물 이유가 없다”면서 “3과목 가운데, 2과목은 대학 편입을 위해, 1과목은 관심 과목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 30대 후반인 그는 “수업을 통해 나를 똑똑하고 지혜롭게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커뮤니티 칼리지를 찾게 했다”고 밝혔다. 커뮤니티 칼리지에 매우 다양한 전공이 개설되어 있는 점도 지역사회 주민들의 평생 학업 의욕을 고무시킨다. 또 커뮤니티 칼리지는 지역사회와 밀접히 연계되어 있어 주 뿐 아니라 지자체의 예산을 지원받는 점이 다른 대학 시스템과는 다른 점이다. 이 때문에 칼리지가 어느 지역에 위치해 있느냐에 따라 시설이나 교육의 질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주립대의 한 교수는 “지역 지자체의 학생 1인당 지원액이 지역에 따라 2배까지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 인근 부유한 지자체인 산타모니카나 파사데나에 위치한 커뮤니티 칼리지 졸업생의 편입 성적이 흑인 밀집 거주지역인 캄튼이나 잉글우드 칼리지에 비해 뛰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