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만 기자의 미국고교, 미국대학 그리고 미국대입
강성만 기자의 미국 고교, 미국 대학 그리고 미국 대입 ⑤
미국의 교사…안정된 신분, 힘센 교원노조
교사평가는 구조조정이 아니라 교정 기능
미국의 교사…안정된 신분, 힘센 교원노조
교사평가는 구조조정이 아니라 교정 기능
신규 임용 뒤 2년 정년 보장받지 못하는 임시직 신분
미국에서 교사되기는 한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다. 대학을 졸업한 뒤 1년짜리 대학원 코스를 마쳐야 하지만 일단 이 코스를 끝내면 대체로 교직에 진출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학생 수가 계속 늘면서 교사 수를 더 늘려야 하지만 교직 희망자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게 가장 큰 요인이다.
그렇다면 일단 교사가 된 뒤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학교에서 쫓겨날 가능성은 한국보다 높을까. 답은 ‘그렇지 않다’다. 이 나라에서도 교원정책은 한국만큼이나 힘든 과제다. 지난해 11월 아놀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교사들이 신규 임용 직후 정년 보장 없이 일하는 기간을 2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법안을 주민투표에 부쳤다가 거부당했다.
현재 캘리포니아주 교사들은 신규 발령받은 뒤 2년 동안은 이른바 임시 고용 신분을 유지하게 된다. 즉 교사로서의 자질 평가를 받은 뒤 부정적이라는 답이 나올 경우 1년이나 2년이 지난 뒤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 교직에서 추방당하는 것이다. 이는 공립학교 교사로 고용될 경우 즉시 정년을 보장받는 한국과는 다른 시스템이다. 2년 동안 면밀히 관찰하고 평가한 뒤 정년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겠다는 게 이 나라 교원 정책의 한 축이다.
‘터미네이터’ 제압한 교원노조의 힘
하지만 이도 충분하지 못했던지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이를 5년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이 법안을 둘러싸고 이 나라 교사와 교원단체, 교육행정가들 사이에 날카로운 논쟁이 오갔다. 일부 교육학자와 교원단체 쪽은 그러지 않아도 똑똑한 학생들이 교사되기를 꺼리고 있는 데 그처럼 까다로운 조건을 붙이면 누가 교사되려고 하겠느냐고 주장했다. 주 정부 쪽에서는 학급당 과다한 학생 수,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교사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2년은 너무 짧다고 논박했다. 결과는 주지사의 완패였다. 미국 정치 지형에서 보면 주지사의 패배라는 결과가 더 자극적이겠지만, 내 시각으로는 캘리포니아 교원 노조의 힘이 훨씬 두드러져 보이는 사건이었다. 한국의 전교조 이상으로 미국에서도 교원노조의 힘은 막강하다. 교원노조 필요악으로 인정하는 미국 사회 그들은 조직력과 돈을 동원해 방송과 신문 등 각종 미디어를 통해 주지사를 공격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같은 캘리포니아 유력지 조차 5년 연장이 교육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선거 전날 사설로 밀어붙였지만 교원노조의 조직적인 움직임을 제어할 수 없었다. 교원노조의 힘에 대해 이렇게 언급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에서 ‘교육의 암적 요소’처럼 선동되는 교원노조가 미국에도 존재하고 그들의 행동 양태 또한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미국의 경우, 합법적으로 파업할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실제로 수업을 거부하고 학교 바깥으로 뛰쳐나간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노조만 없어지면 교육이 잘될 것 같다는 목소리를 현실이나 미디어 공간에서 들어본 적이 없다. 노조도 제도교육에서 하나의 현실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교사 1인당 해고비용 2억원 이상 들어 앞에서 제기한 문제로 돌아가 미국에서도 교사 퇴출은 한국만큼이나 쉽지 않은 과제다. 사실 이에 대한 답은 미국 교육을 약간이나마 관찰하면 쉽게 구할 수 있다. 교사 구하기가 어려운 과제이고 또한 노조의 힘이 막강한 상황에서 어떻게 교사 퇴출이 원활할 수 있을까. 로스앤젤레스 교육청 쪽에 따르면 지난해 이 지역 교사들 가운데 퇴출된 이는 2명에 불과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퇴출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1인 소송 비용 등으로 25만 달러 정도가 든다는 게 교육청 쪽 설명이다. 교원노조 쪽에서도 전담 변호사를 동원해 조직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완벽히 법원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면 교사를 해고할 엄두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신규교사로 채용된 이들 가운데도 90~95% 정도가 2년 뒤 정년을 보장받는다고 했다. 자의적으로 교직을 포기하는 경우까지 생각한다면 거의 대부분이 정년을 보장받는 셈이다. 교사평가는 구조조정 수단이 아니라 교정 기능 이처럼 미국의 교사들은 대부분 정년까지 신분을 보장받기 때문에 교사평가 역시 퇴출 등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쓰이기보다는 문제점을 발견하고 교정하는 기능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규 교사들은 2년에 한차례 평가를 받는 데 교장이 어떤 교사의 경우 평균 이하의 평점을 받을 것 같다고 판단할 경우 ‘코치’를 교사에게 보내 문제점을 교정하도록 한다. 코치는 교사가 더 잘 가르칠 수 있도록 교수방법을 지도하는 연수담당 장학사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물론 코치 역시 교사 출신이다. 코치는 교사의 수업을 직접 관찰한 다음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는 지를 교사에게 알려준다. 이처럼 평가 과정에서 평가의 대상자인 교사가 스스로 고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평가의 본 기능인 교사들의 교수능력 향상에 긍정적으로 기여한다고 할 수 있다. 교사평가, 교장에게 많은 권한 주고 있어 이처럼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교사 평가는 교장 책임 아래서 교감과 코치 등이 참여해 이뤄지고 있다. 핀란드 등 유럽 국가들처럼 같은 과목 동료 교사들이 평가에 주도적인 구실을 하고 있지도 않았고 학부모와 학생들이 직접 개입하지도 않았다. 미국의 경우 교장에게 많은 권한을 할애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현재 우리 교육현실과 유사한 구조다. 다만 그 교장들이 어떤 사람인가를 따져보는 게 중요할 것 같다. 교장 임용 시스템에서 미국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는 우리의 경우 학교에서 교장이 대개 가장 나이가 많은 연장자이지만 미국에서는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교장이 될 수 있는 자격 규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공립학교 교장이 되기 위해서는 8년의 교육자 경력이 요구된다. 이 가운데 최소 3년은 직접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고 1년의 부교장 경험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30대 교장이 흔하다. 나이나 교육경험보다는 교장이라는 직종에 그 사람의 자질이 적합한 지를 따지는 게 우리와는 큰 차이다. 예컨대 미국에서 교장이 되기 위해서는 지원자가 재직한 학교 교장의 추천서와 자신이 교사로 재직하면서 탁월한 행정가의 자질을 보여줄 수 있는 어떤 구체적 업적을 남겼는 지가 중요하다. 10단계 교장 승진 프로세스 완전 공개 추천서와 함께 자신이 교사로 있으면서 어떤 일들을 했는 지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에세이를 제출해야 한다. 학생과 동료교사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태도 등이 중요하게 고려됨은 물론이다. 교장과의 친밀한 인간적 교분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는 우리 현실과는 차이가 난다. 우리의 경우 교장의 인사평가 결과가 교감 교장 승진에서 절대 중요하게 작용하지만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10단계에 걸쳐 승진 프로세스를 매뉴얼로 만들어 놓고 있으며 이 과정을 철저히 공개하고 있다. 마지막 단계에서 어떻게 학교를 경영할 것인지 구두로 발표한 뒤 질의응답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친 다음에야 교장 자격증을 받게 된다. 로스앤젤레스 교육청 관계자는 사적인 이해관계가 개입할 경우 바로 소송이 제기되기 때문에 철저히 공개하고 엄정하게 판단하려 한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주 교원정책에서 다소 특기할 점은 정년을 보장받는 교사들은 의무적으로 ‘읽기 (READING) 교육 교수법’에 관한 연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비영어권 학생들이 갈수록 늘어가는 이 나라의 독특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교사가 된 뒤에 어떤 연수 의무도 없는 우리나라보다는 교사 연수에 더 적극적이라고 할 만하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하지만 이도 충분하지 못했던지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이를 5년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이 법안을 둘러싸고 이 나라 교사와 교원단체, 교육행정가들 사이에 날카로운 논쟁이 오갔다. 일부 교육학자와 교원단체 쪽은 그러지 않아도 똑똑한 학생들이 교사되기를 꺼리고 있는 데 그처럼 까다로운 조건을 붙이면 누가 교사되려고 하겠느냐고 주장했다. 주 정부 쪽에서는 학급당 과다한 학생 수,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교사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2년은 너무 짧다고 논박했다. 결과는 주지사의 완패였다. 미국 정치 지형에서 보면 주지사의 패배라는 결과가 더 자극적이겠지만, 내 시각으로는 캘리포니아 교원 노조의 힘이 훨씬 두드러져 보이는 사건이었다. 한국의 전교조 이상으로 미국에서도 교원노조의 힘은 막강하다. 교원노조 필요악으로 인정하는 미국 사회 그들은 조직력과 돈을 동원해 방송과 신문 등 각종 미디어를 통해 주지사를 공격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같은 캘리포니아 유력지 조차 5년 연장이 교육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선거 전날 사설로 밀어붙였지만 교원노조의 조직적인 움직임을 제어할 수 없었다. 교원노조의 힘에 대해 이렇게 언급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에서 ‘교육의 암적 요소’처럼 선동되는 교원노조가 미국에도 존재하고 그들의 행동 양태 또한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미국의 경우, 합법적으로 파업할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실제로 수업을 거부하고 학교 바깥으로 뛰쳐나간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노조만 없어지면 교육이 잘될 것 같다는 목소리를 현실이나 미디어 공간에서 들어본 적이 없다. 노조도 제도교육에서 하나의 현실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교사 1인당 해고비용 2억원 이상 들어 앞에서 제기한 문제로 돌아가 미국에서도 교사 퇴출은 한국만큼이나 쉽지 않은 과제다. 사실 이에 대한 답은 미국 교육을 약간이나마 관찰하면 쉽게 구할 수 있다. 교사 구하기가 어려운 과제이고 또한 노조의 힘이 막강한 상황에서 어떻게 교사 퇴출이 원활할 수 있을까. 로스앤젤레스 교육청 쪽에 따르면 지난해 이 지역 교사들 가운데 퇴출된 이는 2명에 불과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퇴출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1인 소송 비용 등으로 25만 달러 정도가 든다는 게 교육청 쪽 설명이다. 교원노조 쪽에서도 전담 변호사를 동원해 조직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완벽히 법원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면 교사를 해고할 엄두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신규교사로 채용된 이들 가운데도 90~95% 정도가 2년 뒤 정년을 보장받는다고 했다. 자의적으로 교직을 포기하는 경우까지 생각한다면 거의 대부분이 정년을 보장받는 셈이다. 교사평가는 구조조정 수단이 아니라 교정 기능 이처럼 미국의 교사들은 대부분 정년까지 신분을 보장받기 때문에 교사평가 역시 퇴출 등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쓰이기보다는 문제점을 발견하고 교정하는 기능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규 교사들은 2년에 한차례 평가를 받는 데 교장이 어떤 교사의 경우 평균 이하의 평점을 받을 것 같다고 판단할 경우 ‘코치’를 교사에게 보내 문제점을 교정하도록 한다. 코치는 교사가 더 잘 가르칠 수 있도록 교수방법을 지도하는 연수담당 장학사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물론 코치 역시 교사 출신이다. 코치는 교사의 수업을 직접 관찰한 다음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는 지를 교사에게 알려준다. 이처럼 평가 과정에서 평가의 대상자인 교사가 스스로 고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평가의 본 기능인 교사들의 교수능력 향상에 긍정적으로 기여한다고 할 수 있다. 교사평가, 교장에게 많은 권한 주고 있어 이처럼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교사 평가는 교장 책임 아래서 교감과 코치 등이 참여해 이뤄지고 있다. 핀란드 등 유럽 국가들처럼 같은 과목 동료 교사들이 평가에 주도적인 구실을 하고 있지도 않았고 학부모와 학생들이 직접 개입하지도 않았다. 미국의 경우 교장에게 많은 권한을 할애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현재 우리 교육현실과 유사한 구조다. 다만 그 교장들이 어떤 사람인가를 따져보는 게 중요할 것 같다. 교장 임용 시스템에서 미국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는 우리의 경우 학교에서 교장이 대개 가장 나이가 많은 연장자이지만 미국에서는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교장이 될 수 있는 자격 규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공립학교 교장이 되기 위해서는 8년의 교육자 경력이 요구된다. 이 가운데 최소 3년은 직접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고 1년의 부교장 경험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30대 교장이 흔하다. 나이나 교육경험보다는 교장이라는 직종에 그 사람의 자질이 적합한 지를 따지는 게 우리와는 큰 차이다. 예컨대 미국에서 교장이 되기 위해서는 지원자가 재직한 학교 교장의 추천서와 자신이 교사로 재직하면서 탁월한 행정가의 자질을 보여줄 수 있는 어떤 구체적 업적을 남겼는 지가 중요하다. 10단계 교장 승진 프로세스 완전 공개 추천서와 함께 자신이 교사로 있으면서 어떤 일들을 했는 지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에세이를 제출해야 한다. 학생과 동료교사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태도 등이 중요하게 고려됨은 물론이다. 교장과의 친밀한 인간적 교분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는 우리 현실과는 차이가 난다. 우리의 경우 교장의 인사평가 결과가 교감 교장 승진에서 절대 중요하게 작용하지만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10단계에 걸쳐 승진 프로세스를 매뉴얼로 만들어 놓고 있으며 이 과정을 철저히 공개하고 있다. 마지막 단계에서 어떻게 학교를 경영할 것인지 구두로 발표한 뒤 질의응답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친 다음에야 교장 자격증을 받게 된다. 로스앤젤레스 교육청 관계자는 사적인 이해관계가 개입할 경우 바로 소송이 제기되기 때문에 철저히 공개하고 엄정하게 판단하려 한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주 교원정책에서 다소 특기할 점은 정년을 보장받는 교사들은 의무적으로 ‘읽기 (READING) 교육 교수법’에 관한 연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비영어권 학생들이 갈수록 늘어가는 이 나라의 독특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교사가 된 뒤에 어떤 연수 의무도 없는 우리나라보다는 교사 연수에 더 적극적이라고 할 만하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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