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된 미 대사관 폭파 현장 다마스쿠스/ABC·AFP연합
도널드 럼스펠드 전 미국 국방장관이 국방부의 독자 정보 수집능력을 강화하려고 국외공관에 파견한 이른바 ‘군사정보지원단’이 외교 방해꾼이 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미 상원 외교위의 공화당 조사단은 약 20여국의 국외공관을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해 지난주 제출한 결과보고서에서 “국방부의 ‘과잉 열정’이 공관 지휘체계에 손상을 주고, 주재국과의 관계 악화 및 대테러전 악영향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뉴욕타임스>가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보고서는 대사관에 파견된 국방부 요원들이 대사관을 지휘소로 쓰고, 일부 국가에선 군 요원들이 외교정책을 수행하는 대사의 역할까지도 수행해 민간외교관과 군요원들 간에 갈등을 빚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가 적시한 사례를 보면, 이름과 주재국을 공개하지 않은 3명의 대사는 증원배치된 군요원들에 압도당해 있었다. 또 아프리카의 한 작은 나라의 대사는 “1년 안에 민간외교관보다 군요원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선 외교관들도 군요원들의 결정을 검토하는 제한적 역할을 수행하는 데 그치고 있었다. 또 주재국의 문화·언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군요원의 잦은 단기 파견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육군 대령 출신의 앤드루 바체비치 보스턴대학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이번 보고서는 미국의 외교정책이 점차 군사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국무부가 일부 대외정책 결정에서 주도권을 이미 상실했고, 예산을 확보한 국방부가 맘대로 하는 형국이 됐다”고 말했다. 2001~2004년 요르단주재 대사였던 에드워드 그넴은 “기존의 대사관 직원들이 수행하던 업무와 중복되는 것”이라며 “다른 기관을 믿지 못하겠다는 국방부의 인식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자신의 경험을 털어놨다. 미 국방부는 2001년 9·11 직후 발표한 4개년 국방정책검토보고서(QDR)에서 대테러전 수행을 명분으로 정보수집 기능의 대폭 강화를 내세운 이래, 각국에 3~4명 단위의 군사첩보지원단을 파견했다. 보고서를 보면, 중동과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남미 등 18개국에서 이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국방부는 30개국으로 확대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럼스펠드 장관과 퇴임 이후 국방부의 정보업무를 총괄하던 스티브 캄본 정보담당차관도 사표를 냈다. 또 전직 중앙정보국장 출신의 로버트 게이츠 신임 국방장관이 중앙정보국(CIA)의 역할 회복을 지지하고 있어 이런 정책에 어떤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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