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개원, 여성 하원의장 축하식 방불
펠로시에 의한, 펠로시를 위한 날
펠로시에 의한, 펠로시를 위한 날
“지금 이 순간은 의회나, 이 나라 여성들에게 역사적인 순간이다. 200년 이상 기다려온 순간이다. … 우리 딸들과 손녀딸들을 위해서 오늘 우리는 `대리석 천장’을 깨부셨다. 우리 딸들과 손녀딸들에겐 이제 하늘이 그 한계다.”
4일 미국 역사상 첫 여성 하원의장으로 의사봉을 넘겨받은 낸시 펠로시(66) 의원은 20여분에 걸친 ‘승리의 연설’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선언했다.
110대 미 의회가 개원한 이날은 여성 펠로시의 날이었다. 여성 하원의장의 등장은 부통령에 이어 대통령 승계서열 2위인 역사상 최고위직에 여성이 올라선 것 뿐 아니라, 다섯 자녀의 어머니이자 여섯 손자의 할머니인 펠로시의 개인적인 승리이다. 제110대 하원의 여성의원은 역사상 최대인 71명이다.
펠로시 의장은 “2006년 선거는 의회의 통제권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변화의 요구”라며 중간선거의 의미를 평가했다. 그는 또 “앞으로 100시간 동안 역사상 가장 정직하고 개방적인 의회를 만들기 위해 협력해 줄 것”을 촉구하며 초당적 협력을 역설했다.
이날 그의 연설은 대통령의 연두 국정연설를 방불했다. 이어지는 박수와 웃음소리에 수십차례 끊겼다. 개원 행사의 백미는 펠로시 의장이 자신의 손자들뿐 아니라 의원들의 자식들을 단상으로 불러모아 “우리 자식들, 미국의 어린이들을 위해”라며 의사봉을 두드리는 순간이었다.
이어 선서를 마친 펠로시 의장은 의원윤리입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이른바 민주당의 ‘100시간 의제’에 대한 공약 이행에 나섰다. 공화당 의원들은 지난 의회에서 민주당쪽이 했던 ‘반론 기회를 달라’는 볼멘 소리를 해댔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윤리법안은 지난 선거에서 부패정당으로 심판받은 공화당 의원들도 합세해 430대1로 가결됐다. 로비스트들의 선물이나 식사 제공, 기업들이 제공한 제트기 이용 등이 금지됐다.
현지 언론들은 펠로시 하원의장의 성패 여부는 앞으로 의회를 일신해 새로운 유산을 만들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고 전망했다.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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