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탑승자
미국 내년 최대 이슈…'분명한 선택' 요구받아
이라크전이 2008년 미국 대선의 최대 이슈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라크 문제가 내년까지 해결될 전망이 서지 않고 차기 대통령의 과제가 될 것이 확실해지면서 대선 주자들이 분명한 선택을 요구받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14일 이라크전이 대선 구도에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특히 공화·민주 양당의 선두주자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보다 엄중한 검증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병력 증파 주장을 계속해온 매케인 의원은 13일 상원 이라크청문회에서도 부시 대통령의 정책을 적극 옹호함으로써 새 이라크정책과 운명을 같이해야 할 형편이 됐다. “전쟁에 지는 것보다 선거에 지겠다”는 그의 입장은 공화당 보수표를 확보해 당내 경선에선 유리하겠지만, 이라크전이 악화될 경우 중도하차해야 할 수도 있다.
2002년 이라크 침공에 지지표를 던졌던 클린턴 의원은 증파에 반대하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라크정책을 비판하면서도 존 에드워즈 전 의원이나 존 케리 의원과는 달리 투표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라크를 방문중인 그는 귀국한 뒤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2004년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가 말바꾸기로 일관성 없는 지도자로 비쳐졌던 사례가 고민의 큰 이유다.
매케인의 독주에 도전하고 있는 다른 공화당 대선주자들은 편차를 보인다. 당내 보수적 의견을 대변하는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부시 대통령의 발표 전까지 증파 방안에 대한 입장 표명을 유보하다가 짧은 지지성명을 내놓았다.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시장시절 범죄와의 전쟁과 비교하며 지지를 표했다. 그러나 언급을 자제하며, 적극 지지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반면, 공화당 내 보수적 지지층에게 매케인이 대안임을 강조해온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과, 매케인처럼 베트남전 참전자인 척 헤이글 상원의원은 증파 반대 쪽으로 확실한 줄서기를 하고 있다.
클린턴 의원을 빼고 민주당 주자들의 입장은 단순하다. 2004년 부통령 후보였던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은 새 정책을 “매케인 독트린”이라 부르며, 증파 반대의 선봉에 서고 있다. 상원 입성 전부터 전쟁반대 입장이었던 바락 오바마 의원 역시 연일 강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민주당 전략가들은 부시 대통령의 새 이라크 정책이 다음 대선에서 백악관 탈환의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증파예산 삭감을 시도하기보다는 전체 군병력 증원 등 준비태세에 연동해 이라크 증파를 어렵게 만들어 군의 지지도 끌어들인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대선 주자들의 이라크 정책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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