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공대 학살의 범인으로 밝혀진 한국 교포학생 조승희.
8살 때 미국이민 1.5세…학교쪽 “외톨이”
부모는 세탁소 운영…한때 우울증 약 복용도
부모는 세탁소 운영…한때 우울증 약 복용도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의 ‘주인공’인 조승희씨는 8살 때 미국으로 이민 간 동포 1.5세인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언론은 사회에 대한 불만을 적어놓은 듯한 메모를 그의 기숙사 방에서 발견했으며, 그가 한때 우울증 약을 복용했던 것으로 보인다는 수사당국의 말을 전했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조씨가 1984년생이며, 92년 도미해 그 이후 계속 거주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한국 쪽에 알려왔다. <워싱턴포스트> 등은 조씨의 부모가 버지니아주 센터빌에서 세탁소를 운영하고, 그의 누나는 명문인 프린스턴대를 졸업했다고 수사당국의 말을 따 보도했다. 그의 고향 등 한국에서의 행적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다.
버지니아공대 영문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조씨는 이번에 1차 범행에서 남녀 학생 1명씩을 사살한 기숙사인 웨스트 앰블러 존스턴홀에서 생활해 왔다고 대학 쪽은 밝혔다. 그가 학교의 지리와 사정을 꿰뚫고 있었기 때문에 2시간여 동안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권총 두 자루로 32명을 사살할 정도로 큰 사건을 저지를 수 있었던 셈이다. 목격자들은 그가 사건 당시 마스크를 썼으며, 몸에 탄창을 두르고 있었다고 증언해, 그가 범행을 철저히 준비했음을 드러냈다.
구체적 범행 동기는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학교 대변인 래리 힝커는 “그는 외톨이였다”며 “그에 관한 정보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 <시카고트리뷴>은 기숙사 방에서 “부잣집 애들”, “방탕”, “사기꾼” 등의 낱말이 적힌 메모들이 발견됐다고 보도해, 조씨가 불만 속에 생활했을 가능성도 엿보인다. 이 신문은 또 그가 폭력적이면서 이상행동을 보였고, 기숙사 방에 불을 낸 적도 있다고 수사 관계자가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편으로는 기숙사 총격사건 목격자들이, 범인이 여자친구를 찾으며 이 방 저 방을 뒤지고 다녔다고 증언한 점 때문에 이번 사건이 이성관계와 관련 있을 가능성을 떠올리게 한다. 조씨의 여자친구가 그와 같은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추론할 수 있지만, 둘 사이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가 한 여학생을 따라다녔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조씨의 국적이 한국이라는 사실로 현지 언론들은 조씨를 ‘사우스 코리안’, 즉 한국인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 당국자는 “이 사건은 어디까지나 미국에서 아주 오래 거주한 한국계 개인에 의해서 발생한 아주 개별적인 사안이다”라며 “한국계라는 것이 부각된다고 하는데 미국에서 그걸 특별히 부각시킬 만한 발표를 한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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