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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선두 오바마’ 미 언론 검증 본격 시동

등록 2008-02-25 20:13수정 2008-02-25 20:14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는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24일 노던일리노이대학 총격사건의 희생자 추모식에 참석하기 위해 무대 뒤에서 기다리고 있다. 드칼브/AP 연합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는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24일 노던일리노이대학 총격사건의 희생자 추모식에 참석하기 위해 무대 뒤에서 기다리고 있다. 드칼브/AP 연합
부부의 애국심 문제 삼고 ‘신드롬’ 비판적 보도
약물투여 경험 확인하고 부동산업자 관계 주목
버락 오바마(46) 상원의원이 민주당 선두주자 자리를 굳혀가자 미국 언론들의 검증이 본격화하고 있다. 강자에게 상대적으로 가혹한 편인 미국 언론에선 오바마의 시시콜콜한 과거 행적과 발언들을 새롭게 조명하고 비판하는 기사들이 잇따른다. 도전자 위치에 있던 오바마에게 비교적 관대한 자세를 보였던 한달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1995년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보궐선거를 앞둔 오바마가 60년대 폭탄테러를 벌이고도 참회하지 않은 반전운동가 부부의 집에서 시카고의 급진좌파 인사들과 만난 적이 있다고 23일 보도했다. 이들 부부는 미 전역에서 폭탄테러 25건을 저질렀던 과격 반전단체 ‘위더 언더그라운’의 회원으로, 10년 넘게 도피생활을 하다가 80년에 자수한 인물이다. <블룸버그뉴스>는 최근 오바마가 이들 부부의 글을 인용해 신문에 기고하는 등 지난 10년 동안 교분을 쌓아왔고, 3년여 동안 한 민간재단에서 함께 이사로 일했다는 점을 들며 오바마의 급진좌파적 성향을 지적했다.

지난 18일 밀워키 유세에서 오바마의 부인 미셸이 “어른이 된 뒤 처음 진정으로 이 조국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됐다”고 한 발언은 오바마 부부의 애국심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언론들은 오바마가 지난해 10월 한 방송 인터뷰에서 이라크 전쟁이 계속되는 동안엔 성조기 배지를 가슴에 달지 않겠다고 말했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동안 가슴에 손을 올리지 않았다며, 당시 사진을 공개했다.

오바마는 급기야 미셸이 “조국이 아니라 정치과정을 잘못 말한 것”이라고 해명하는 등 파문 확산을 막느라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폴리티코>는 미셸이 프린스턴대학 4학년 때 쓴 논문까지 찾아내 재반박했다. 잡지는 이 논문 서문에 “프린스턴 4년 동안 내 인생의 어느 때보다 내가 흑인인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언급한 대목을 지적하며, 미셸의 문제 발언과 ‘흑인성’을 연관지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스는 19일 칼럼에서 오바마 현상을 “구세주 오바마의 강림 신드롬”이라고 혹평했다. 같은 신문 칼럼니스트인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도 “오바마의 유세집회는 사이비종교에 위험스럽게 가까워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에이비시> 방송의 앵커 테리 모란은 오바마에 열광하는 ‘오바매니아’를 60년대 비틀즈매니아에 비유하면서, 오바마의 집회가 정치운동이 아니라 개인 종교집회처럼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각 언론사들은 특별취재팀을 편성해 오바마의 과거 행적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직 결정적 타격이 될 만한 점은 포착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9일 후보 검증시리즈에서 오바마가 자서전에서 인정한 약물 투약 경험을 확인해보기 위해 30년전 친구들을 찾아 취재를 했지만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언론들은 이번주부터 시작될 시카고 부동산업자 안토인 레즈코의 재판을 특별히 주목하고 있다. 오바마도 이 부패한 사기꾼 ‘후원자’와의 관계를 “얼빠진 짓”이었다고 인정했을 만큼 이 문제는 오바마의 ‘클린 이미지’를 손상시킬 만한 폭발력을 갖고 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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