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스피처 뉴욕 주지사가 10일 부인 실다가 지켜보는 가운데 성매매 사실을 인정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욕/AP 연합
스피처 뉴욕지사 추문에 미국 정가 충격…사임여론 고조
월가부패 단속 ‘저승사자’ 승승장구하다 이중생활 ‘꼬리’
월가부패 단속 ‘저승사자’ 승승장구하다 이중생활 ‘꼬리’
미국 민주당의 차기 부통령감 중의 하나로 거론되며 승승장구했던 엘리엇 스피처(48) 뉴욕주지사가 고급 매매춘 조직의 고객으로 밝혀져, 미국 정가에 파문이 커지고 있다.
스피처 주지사는 10일 기자회견에서 “가족에 대한 의무와 내 자신의 선악관에 위배되게 행동했다”는 짧은 사과성명을 통해 성매매 사실을 시인했다. 그는 정치적 퇴진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언론들은 그의 사임 발표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보도했다.
스피처 주지사는 지난해 국세청이 의심스러운 자금흐름을 조사하는 통상적인 과정에서 ‘이중생활’의 꼬리가 잡혔다. 법무장관의 승인을 거쳐 은밀히 조사가 진행됐고, 고급 매매춘 조직 ‘엠퍼러스클럽 브이아이피(VIP)’ 조직과 연결된 것이 포착됐다. 이어 지난달 13일 워싱턴 메이플라워호텔에서 화대 지급 방법과 접선 방법 등을 논의한 통화 내용이 연방검찰에 도청되면서 성매매가 확인됐다. <뉴욕타임스>는 10일 연방검찰의 매매춘 조직 수사 선상에 오른 익명의 ‘9번 고객’이 스피처 주지사라는 사실을 보도해 그를 기자회견장으로 끌어냈다.
하버드법대 출신인 스피처 주지사는 1999~2006년 두 차례 뉴욕주 검찰총장을 역임하며 뉴욕 금융가의 부패와 싸워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렸다. 당시 금융기록 조작 의혹을 제기해 모리스 그린버그를 에이아이지(AIG) 회장에서 물러나게 만들었다. 특히 2004년에 뉴욕에서 고급 매매춘 조직을 운영한 16명을 체포하는 등 2개 조직을 소탕하기도 했다. 이를 발판으로 주지사가 된 뒤 주정부의 부패 청산을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하기도 했다.
파문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임 의사는 밝히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선 사임에 대한 분명한 태도를 요구하고 나섰다. 스피처는 민주당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지지를 표명한 바 있어, 힐러리 진영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한 누리꾼은 힐러리가 오바마에게 이슬람 지도자 루이스 파라칸의 지지를 거부하라고 촉구했던 사례를 들면서, 힐러리도 스피처 주지사의 지지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그가 사과 기자회견장에 부인을 동반한 것을 두고, 밸런타인데이 전날 밤에 이뤄진 그의 성매매보다 더욱 괴상하다고 비꼬았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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