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처, 워싱턴 최고호텔서 21살 여성과 만나…유령계좌 ‘화대’ 송금
엘리엇 스피처 뉴욕 주지사의 성매매 사건으로 미국의 최고급 성매매 실태가 일단을 드러냈다.
스피처 주지사가 이용한 ‘엠퍼러스클럽 브이아이피(VIP)’는 시간당 최저 1000달러, 최고 5500달러를 성매매 대가로 받았다고 <뉴욕타임스>가 10일 보도했다. 수사기록을 보면, 스피처 주지사는 크리스틴이라는 21살 성매매 여성과 4시간을 예약해 1시간 남짓을 함께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화대로 4300달러(약 417만원)를 지급했다.
성매매 장소는 미국 워싱턴의 최고급 호텔 가운데 하나인 메이플라워의 귀빈 전용층 871호. 이 호텔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1933년 취임 연설문을 준비한 곳이다. 성매매 남성의 이름은 철저하게 보호됐다. 스피처 주지사는 ‘9번 고객’으로만 불렸다. 호텔방은 ‘조지 폭스’라는 가명으로 예약됐다. 돈은 유령회사 계좌를 통해 은밀하게 지급됐다. 그는 과거에도 이 클럽을 이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클럽은 여성 50여명을 남성들에게 소개해 줬다. 뉴욕·워싱턴·로스앤젤레스·마이애미 등 미국 국내는 물론 런던·파리 등에서도 성매매를 주선했다. 크리스틴도 스피처 주지사를 만나기 위해 기차를 타고 뉴욕에서 워싱턴으로 왔다. 이 조직은 인터넷에 아슬아슬한 옷차림을 한 채 얼굴을 가린 여성들의 사진을 올려놓고, 1~7개의 다이아몬드로 등급을 매겨 가격을 제시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또 “최소한 48시간 전 예약, 55% 예약금”을 요구했다.
고급 성매매 실태는 지난해 5월 워싱턴 정가를 뒤흔든 이른바 ‘DC 마담’ 사건 때도 일부 드러났다. 1993~2006년 고급 성매매 업소 ‘팔메라 마틴 앤 어소시에이츠’를 운영한 혐의로 기소된 데버러 진 팰리프는 당시 1만~1만5천명의 고객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실제 데이비드 비터 상원의원(루이지애나), 랜들 토비아스 국제개발처(USAID) 처장, 핼런 울먼 전 해군 사령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선거 컨설턴트인 딕 모리스 등이 명단에 포함됐다.
팰리프는 고객이 원하는 곳으로 성매매 여성을 보내주는 ‘에스코트 서비스’로, 한 해 200만달러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대학교수·법조인·과학자 등 130명이 1시간에 300달러 안팎을 받고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하워드대학교 전 교수 브랜디 브리튼은 이 조직에서 성매매를 하다가 드러나자 목숨을 끊었다. 대부분 돈 많은 고위직 인사들인 손님이 ‘말이 통하는’ 상대를 원해, 이런 고학력 여성을 동원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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