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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북한 사람 모습 보여…영변 핵시설과 닮았다”

등록 2008-04-24 22:37수정 2008-04-25 02:28

 지난 해 9월6일 이스라엘의 공습 이전에 찍힌 시리아의 핵의혹 시설
 지난 해 9월6일 이스라엘의 공습 이전에 찍힌 시리아의 핵의혹 시설
CIA 제출 ‘시리아 핵 의혹 시설 비디오’
“핵무기 제조용이라는 뚜렷한 증거는 없어”
이달말 예정 북한 핵 신고 등 큰 영향 받을듯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24일 비공개 의회 브리핑에 제출한 영상은, 지난해 9월6일 이스라엘 공군기들이 공습한 시리아 동북부 사막지대의 한 ‘핵 의혹시설’을 찍은 것이다. 애초 이 시설에 대한 정보는 이스라엘이 파악해 지난해 초 미국 정부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 쪽 정보를 처음 제공받았을 땐 회의적이었지만, 공습 전에 비디오와 내부 사진 등을 보고 이스라엘의 공습을 사실상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습 이후 위성사진 비교판독 결과, 문제의 상자형 시설(47X47m)은 북한 영변의 5MW원자로(48X50m) 건물과 거의 비슷한 크기였다. 국제사찰을 거부한 시리아는 공습 한달 뒤 이 시설을 완전히 철거하고 다른 공사를 벌여 현장의 증거들을 모두 없앴다.

앞서 <워싱턴포스트>는 정보국 관리들의 말을 따 “이번에 공개될 비디오에는 문제의 시설에 북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며, 내부의 원자로가 북한 영변의 흑연감속로와 놀랍도록 닮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신문은 “정보당국 관리들은 브리핑에서 △이 시설은 정상가동 이전의 상태였고 △원자로에는 연료용 우라늄이 없었으며 △무기용 핵능력을 갖춘 시설이란 징후도 없다고 설명할 예정”이라는 고위 소식통의 말을 전했다.

영변 핵시설을 살펴본 적이 있는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미국과 이스라엘은 플루토늄 재처리시설 등 핵무기 관련 시설에 대한 어떤 증거도 찾아내지는 못했다”며 “시리아의 시설이 핵무기 생산용이라는 주장에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6자 회담에 복귀한 것은 시리아에 더이상 핵시설 건설이나 핵물질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싱가포르 북핵 잠정합의가 대북정책을 둘러싼 가장 최근의 전투장이 되고 있다며, 딕 체니 부통령 등 행정부내 강경파들이 북핵 협상에 타격을 가하려고 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특히 국무부에 널리 퍼져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의회의 영향력있는 의원들이 행정부가 확보한 정보들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으면 북핵 관련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위협해 이 브리핑이 열리게 됐다고 전했다. 이 비디오는 힐 차관보가 한국 쪽에도 보여준 적이 있고, 그 내용에 대해 북한 쪽에도 충분히 설명한 것으로 알려져 북한의 대응이 주목된다. 이에 대해 이마드 무스타파 주미 시리아 대사는 “미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이라크 대량살상무기와 관련한 거짓 정보를 제시했던 것을 기억해야할 것”이라며 북한-시리아 핵협력설을 강력히 부인했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행정부의 의무사항인 의회 브리핑과 북핵 6자회담은 별개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러나 북핵문제의 돌파구를 간신히 마련한 미묘한 시점에 이런 자료가 공개돼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중동 지역 내에서의 핵개발 의혹 증폭에 대한 우려도 크다. 시리아 동북부 사막지대에 있었던 한 시설물이 미국과 북한, 중동을 꿰는 현안으로 부각되는 셈이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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