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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경악’ 은행장 9명에 폴슨장관 “서명없이 못 나간다”

등록 2008-10-15 20:30수정 2008-10-15 22:46

※사진을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은행 국유화 ‘이틀의 드라마’
주연 : 헨리폴슨 재무장관 (담판) 조연 : 9명 은행장(울며 동의)
극본 : 벤 버냉키 FRB 의장
재무장관 직접호출…“건전은행도 위기 가능” 압박
경영진, 급여제한 등 반발하다 경영독립 보장에 동의

13일 오후 3시 정각,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미국을 대표하는 9개 은행 최고경영자들이 재무부의 회의실에 잇따라 도착했다. 각자에게 주어진 한쪽짜리 서류를 본 은행장들은 경악했다. ‘은행 지분을 정부에 파는 데 동의한다’는 계약서였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서명을 해야만 방을 나갈 수 있다고 선언했다.

영국과 유럽에서 은행 국유화가 잇따라 발표됐지만, 이를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발상’이라며 거부하던 부시 행정부가 결국 9개 은행 부분 국유화를 발표하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을까? <뉴욕 타임스>는 13일 재무부 긴급회의에 참석했던 인사들을 인터뷰해 미국의 은행 부분 국유화 무대 뒤에서 벌어진 긴박했던 이틀간의 드라마를 전했다.

12일 오후 폴슨 장관이 은행장들에게 직접 일일이 전화를 걸었다. 누구도 폴슨 장관이 국유화 최후통첩을 내밀 것이라고 눈치채지 못했다. 대공황을 연구한 학자 출신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위기 초기부터 은행 국유화가 가장 확실한 해법이라고 주장하는 동안, 골드만삭스 최고 경영자 출신의 폴슨 장관은 그것만은 안 된다며 반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 폴슨 장관이 이제 옛 동료들을 윽박질러 국유화를 받아들이도록 요구하는 배역을 맡았다.

천장이 높은 회의실, 커피와 콜라가 놓인 짙은 갈색 나무탁자를 사이에 두고 긴장이 흘렀다. 웰스파고의 리처드 코바체비치가 가장 강하게 반발했다. 웰스파고는 모기지 투자로 큰 손실을 입지 않았고, 구제금융이 필요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구제금융을 받는 은행 경영진에 대한 급여 제한에 공공연히 반대했다. 그는 퇴직하면 4300만달러 보너스에 더해 스톡옵션과 주식 매각으로 1억4천만달러를 받게 된다. 구제금융이라는 ‘당근’을 삼키면, 경영진 교체, 정부의 감시감독권 강화 등 ‘채찍’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현실도 이들을 주저하게 했다.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파인, 씨티그룹의 비트람 판디트 등은 “우선주를 가진 기존 주주들에게 정부가 확보한 주식이 어떤 영향을 주느냐?” “정부가 은행 경영에 간섭할 것이냐?” 등 조건을 따져 물었다. 논쟁이 뜨거워지자 침묵하던 버냉키 의장이 “이 계획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상황이 심각해져 건전한 은행들도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거들었다.

그때 뉴욕 연준 의장 티모시 가이트너가 정부의 세부 계획을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메릴린치에 250억달러, 제이피모건·씨티그룹에 각각 250억달러, 웰스파고에 200억~250억달러, 골드만삭스에 100억달러 …. 거액의 액수에 그들의 표정이 돌변했다.


모두 자금 부족을 겪는 은행으로서 의결권도 행사하지 않고 경영 개입도 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조건은 매력적이었다. 이사회에 서둘러 연락을 취한 뒤 오후 6시30분까지 결국 9명 모두 동의서에 사인했다.

뉴욕 증시 개장 직전인 14일 오전 8시 백악관 장미가든, 조지 부시 대통령이 굳은 표정으로 대공황 이후 최대규모인 미국 정부의 은행 직접 개입을 발표했다. 2500억달러 주식 인수비용 외에 무이자 기업계좌에 대한 전액 지급보증, 은행 발행 선순위 채권 3년 보장 방안을 합하면, 새 구제금융 조처에 미국 정부가 써야 할 비용은 2조2500억달러로 추정된다.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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