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안함 침몰에 제임스 본드 이론이 부상하고 있다’ 는 제목의 〈LA타임즈 기사〉
LA타임즈, 〈조선일보〉‘북 인간어뢰설 보도’에 의문제기
누리꾼들 ‘물수제비 어뢰’·‘골프 어뢰’ 등 패러디로 비꼬아
누리꾼들 ‘물수제비 어뢰’·‘골프 어뢰’ 등 패러디로 비꼬아
보수언론이 제기한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추측성 보도가 외신과 누리꾼들의 조롱을 사고 있다.
미국의 유력 일간신문인 〈LA타임스〉는 26일(현지시간) 인터넷판에서 “한국에 제임스 본드 영화에나 나올 법한 시나리오들이 퍼지고 있다”며 한국의 국회의원이나 보수언론이 ‘북한 특수부대원 공격설’, ‘반 잠수정 공격설’ 등 여러 시나리오들을 퍼뜨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의 유력한 신문인 <조선일보>가 “연평해전에 대한 보복으로 북한이 ‘인간 어뢰’로 천안함을 공격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22일 <“북 인간어뢰 조심하라” 해군 올초 통보받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인간 어뢰’가 천안함을 침몰 시켰을 수도 있다는 추측성 보도를 한 바 있다. <조선일보>는 “군 정보사령부가 올해 초 북한이 보복공격을 다짐하고 있고 인간어뢰가 공격해 올 수 있으니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의 지침을 해군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또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은 지난해 11월 대청해전에서 패배후 인간어뢰 부대를 집중 훈련시켜온 흔적이 있다”고 보도해 ‘자살 어뢰’ 가능성을 암시했다.
이같은 <조선일보>의 보도에 대해 〈LA타임스〉는 ‘북한이 보낸 인간 어뢰가 한국 군함을 파괴하고 40명이 넘는 승조원을 죽였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신문은 “일부 전문가들은 ‘인간 어뢰’와 같은 시나리오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인간 어뢰설’의 황당함을 지적했다. 또 ‘국제위기그룹’(ICG)의 대니얼 핑크스톤 박사의 말을 인용해 “만약 북한 어뢰로 판명이 난다면 미국의 관리들은 정말 경악할 것”이라며 “어떤 시나리오들은 마치 제임스 본드 영화에 나올 법한 것들”이라고 전했다.
보수언론의 이같은 추측성 보도는 누리꾼들의 패러디 소재가 된 지 이미 오래됐다. 누가봐도 현실과 거리가 있는 ‘인간 어뢰 개념도’는 보는 이로 하여금 ‘실소’를 자아내게 해 패러디물 양산을 부채질했다. ‘물수제비 어뢰’·‘대롱 어뢰’·‘골프 어뢰’ 등 ‘기발한’ 상상력은 보는 이들의 폭소를 자아낸다. ‘북한 인간어뢰 개념도’를 참조해 만든 패러디물은 트위터와 같은 소셜네트워크(SNS) 사이트와 블로그·게시판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검찰의 ‘천안함 유언비어 유포 처벌’ 방침에도 누리꾼들은 “인간어뢰설·레이저 무기설 등을 퍼뜨린 언론을 먼저 처벌하라”며 ‘패러디 놀이’를 계속 하고 있다. 지난 29일 천안함 침몰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채 희생자 46명의 영결식이 치러졌다. ‘진실’을 알 수 없는 답답한 현실 속에서 누리꾼들의 패러디와 보수언론의 ‘설 대결’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상철 이정국 기자 justin22@hani.co.kr
미국의 유력 일간신문인 〈LA타임스〉는 26일(현지시간) 인터넷판에서 “한국에 제임스 본드 영화에나 나올 법한 시나리오들이 퍼지고 있다”며 한국의 국회의원이나 보수언론이 ‘북한 특수부대원 공격설’, ‘반 잠수정 공격설’ 등 여러 시나리오들을 퍼뜨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언론이 천안함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한 북한의 ‘인간 어뢰설’ 패러디물이 인터넷 공간서 인기를 끌고 있다.
박상철 이정국 기자 justin2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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