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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쿠바 모델 더이상 제 기능 다하지 못해”
카스트로 발언, 경제개혁 신호탄 될까

등록 2010-09-09 19:44

피델 카스트로
피델 카스트로
미 잡지 인터뷰서 실패 인정…“국가통제 완화 예고” 분석도
쿠바 하면 떠오르는 것은 군복 차림에 시가를 문 ‘불굴의 혁명가’ 피델 카스트로(사진)의 긴 턱수염이다.

세계 초강대국 미국을 향해 거침없는 독설을 쏟아내던 ‘노 혁명가’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이 쿠바식 사회주의 경제모델의 실패를 인정했다. 그는 9일 공개된 미국의 시사월간지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쿠바 모델이 다른 나라에 적용될 가치가 있느냐’는 질문에 “쿠바 모델은 자국에서조차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잡지는 또 카스트로가 1962년 미사일 위기 당시 옛 소련이 미국에게 미사일을 발사하도록 촉구했던 자신의 행동에 대해 “그럴만한 가치가 없는 일이었다”고 회고했다고 전했다.

1959년 혁명 이후 80년대 중반까지 쿠바 모델은 뛰어난 의료보장제도와 교육 시스템을 앞세워 서구에서도 주목하는 대안으로 각광을 받았다. 2008년 세계은행(WB)의 자료를 보면, 쿠바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79살로 구미 선진국만큼 높고, 문자해독률은 세계 최고 수준인 99.8%에 이른다. 그러나 경제전반에 걸친 국가의 통제가 강력해 2009년 헤리티지 재단과 <월스트리트저널>이 공동조사한 ‘경제자유화지수’에서 전체 189개국 가운데 최하위권인 177위를 기록했다.

이날 인터뷰에 동석한 미국외교협회(CFR)의 쿠바 전문가 줄리아 스웨이그는 “카스트로의 발언은 혁명의 이상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 현재 국가가 국민의 경제생활과 관련해 너무나 큰 역할을 짊어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 발언인 듯하다”며 “현 국가평의회 의장인 동생 라울 카스트로가 경제에 대한 국가의 통제를 완화하는 개혁을 추진할 수 있도록 여지를 마련해 준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형의 뒤를 이어 집권한 라울 현 국가평의회 의장은 (국가 통제를 벗어난) 소규모 기업 경영을 인정했고, 외국 투자자들이 쿠바의 부동산을 사들일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철폐하는 등 제한적인 개방정책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공산당과 관료 기구 내의 보수파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인터뷰를 진행한 <애틀랜틱>의 제프리 골드버그도 “쿠바와 관련한 흥미로운 아이러니는 미국인들이 쿠바의 부동산을 사지 못하는 이유가 쿠바의 정책 때문이 아니라 미국이 쿠바에 대한 투자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쿠바는 지금 미국 정부가 오랫동안 요구해온 경제정책들을 조금씩 도입하는 중이지만, 미국은 여전히 완고한 경제봉쇄 정책을 앞세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피델 카스트로는 2006년 7월 장 출혈 이후 사실상 현직에서 은퇴했으며 2008년 2월 동생 라울에게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넘겼다. 2008년 쿠바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5844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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