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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기적을 캔 광부들

등록 2010-10-13 19:51수정 2010-10-14 09:05

칠레 광산 매몰사고 33명 지상으로 잇따라 귀환
700m 땅속 68일 사투…“역사상 가장 극적 구조”
13일 0시11분께(현지시각). 구조 캡슐 ‘피닉스’(불사조)가 지상에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자 바이로(7)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빛이 눈에 새어들지 않도록 특수안경을 쓴 플로렌시오 아발로스(31)는 성큼걸음으로 울먹이는 아들을 품에 안은 뒤 아내 모니카(33)에게 키스를 건넸다. 69일 만의 지상귀환 신고였다.

아발로스를 시작으로 지난 8월5일 칠레 코피아포 산호세 광산 붕괴 사고로 매몰됐던 광부 33명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현장에는 기쁨의 울음과 사이렌 소리가 울려퍼졌다. <시엔엔>(CNN), <비비시>(BBC) 등은 생중계를 통해 이들의 기적 같은 생환을 실시각으로 전세계에 전했다. 광부들은 강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극적인 인명구조 사건으로 기록될 이번 작전은 33명의 광부와 구조팀의 끈끈한 동료애와 헌신, 희망을 놓지 않은 강인한 인간정신이 한데 뭉쳐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광산이 붕괴된 지 17일째인 8월22일 ‘33명이 모두 피신처에 생존해 있다’고 적힌 쪽지가 탐침봉을 통해 발견되며 이 드라마는 시작됐다. 초기 17일 동안 광부들은 불과 48시간 분량의 비상식량을 서로 나눠가며 섭씨 33도가 넘는 덥고 습한 지하 700m에서 암흑과 사투를 벌였다. 그들은 두달 넘게 지하에서 확실한 위계질서를 갖추고 조직적인 생활을 해왔다. 하루 24시간을 3등분해 8시간은 작업, 8시간은 휴식, 8시간은 자유시간에 활용했고, 시간을 정해두고 식사를 하고 기도를 올리는 등 오랜 고립생활로 인한 심적 동요를 막으려 최선을 다했다.

<뉴욕 타임스>는 12일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광부들이 최연장자인 마리오 고메스(63)를 중심으로 일과 음식의 배분에서 굉장히 조직적으로 대처했다”며 “이들은 리더가 있었고, 같은 목적을 공유했으며, 비슷한 사회경제적 배경을 가졌기 때문에 (오랜 지하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를 최소한도로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마침내 통로가 다 뚫려 구조가 코앞에 다가오자 광부들은 서로 “마지막에 나가겠다”며 진한 동료애를 뽐내기도 했다. 구조 현장에서 일일이 생존자들을 맞아 포옹을 나눈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이번 구조작전에서 우리 칠레인들은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다”며 “모든 칠레인과 세계인들이 이 환상적인 밤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밤새워 진행된 이날 구조작업에서 13일 오후 1시 현재 광부 33명 중 16명이 지상으로 돌아왔다. 33명이 모두 구출되는 데는 하루 가량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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