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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힘들때마다 두달 된 딸 떠올리며 버텨”

등록 2010-10-14 10:16

건강·여유 잃지 않은 광부들
“신과 악마와 함께 있었다. 가장 힘들 때, 딸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33명 매몰광부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지미 산체스(19)를 강하게 만든 것은 이제 갓 두달 된 딸의 얼굴이었다. 13일(현지시각) 33명 가운데 5번째로 구조된 젊은 아빠는 69일 동안 겪었던 고통과 생존의 소감을 묻는 질문에 “딸과 함께하겠다. 더는 그런 고통을 받고 싶지 않다”고 짧게 말했다.

광부들은 69일간의 지하생활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활기있고 건강한 모습이었다. 두번째로 구조된 마리오 세풀베다(40)는 에너지가 넘쳤다. 그동안 지하에서 촬영된 비디오에서 ‘대변인’ 구실을 하던 그는 메고 나온 배낭에서 갱도에서 가져온 돌을 꺼내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과 구조요원들에게 나눠주는 여유도 보였다. 그는 “제발 우리를 예술가처럼 대하지 말라. 나는 계속 광부로 일할 것”이라며 언론의 지나친 관심에 선을 그었다. 8번째로 구조된 굴착 인부 클라우디오 야녜스(34)도 구조 현장에 대기하고 있던 여자친구 크리스티나 누녜스의 품에 안겼다. 둘은 곧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세번째로 구조된 ‘노병’ 후안 이야네스(51)는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구조 캡슐에 탑승했을 때의 기분을 묻는 영국 <비비시>(BBC)의 질문에 “크루즈선을 타는 것 같았다”며 웃었다. 그는 1978년 아르헨티나와의 국경분쟁 때 참전했던 퇴역 군인이다. 지병인 당뇨 때문에 구조대를 노심초사하게 했던 드릴 기사 호세 오헤다(46)도 건강한 얼굴로 가족들의 품에 안겼다.

매몰 광부들 가운데 가장 먼저 구조된 플로렌시오 아발로스(31)는 두 살 터울의 동생 레난(29)과 함께 사고를 당했다. 레난이 형의 소개로 광산 일을 시작한 지 겨우 넉달째였다. 그는 33명 가운데 두번째로 계급이 높고, 비교적 건강한 탓에 첫 구조자로 낙점됐다. 이들의 삼촌 알베르토는 <에이피>(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동생을 두고 먼저 나오는 마음이 편치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부들은 대를 이어 광업에 종사하거나 직업을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갱도 생활을 받아들여야 했다. 광부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63살의 마리오 고메스는 9번째 구조자가 됐다. 그는 아버지를 따라 16살 때부터 광부일을 해왔고, 11월 은퇴를 앞두고 사고를 당했다. <뉴욕 타임스>는 “그가 폐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광부들을 모아 예배를 주도하는 등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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