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번째로 나와 “세계가 기다리던 일 해냈다”
군중들 환호 속 칠레 대통령과 뜨거운 포옹
대부분 건강 양호…7명만 폐렴 등 치료 필요
군중들 환호 속 칠레 대통령과 뜨거운 포옹
대부분 건강 양호…7명만 폐렴 등 치료 필요
“당신은 이전과 같은 사람이 아닙니다. 당신의 조국도 같은 나라가 아닙니다. 당신은 우리에게 큰 영감을 줬습니다.”
13일(현지시각) 밤 9시46분. 칠레 코피아포 산호세 광산 붕괴사고로 지하에 갇힌 매몰광부 33명의 리더인 루이스 우르수아(54)가 구조캡슐 ‘피닉스’(불사조)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구조현장 주변에 모인 이들은 박수와 환호로 그를 맞았다. 수염을 절반쯤 깎은 우르수아의 눈은 검은색 특수 안경에 가려 볼 수 없었다. 구조대원들이 그에게 칠레 국기를 건넸고,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그를 덥석 끌어안았다. 밤하늘로 빨간색, 파란색, 흰색의 칠레 국기 색깔로 칠해진 33개의 대형 풍선이 띄워졌고, 구조현장은 ‘치치치, 레레레’를 연호하는 이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우르수아는 주변을 둘러싼 이들에게 “우리는 세계인 모두가 기다리던 일을 해냈다”며 “모든 칠레인들과, 구조대원들과, 이번 작전에 참여한 모든 분들께 감사한다”고 말했다. 광부들을 구하기 위해 지하로 내려간 6명의 구조대원은 지상과 연결된 비디오 카메라 앞에서 ‘임무 완수’라고 쓰인 쪽지를 꺼내들었다. 이로써 인류 역사상 가장 극적인 인명 구조 작전으로 기록될 22시간40여분의 드라마가 막을 내렸다. 이 장면은 <시엔엔>(CNN) 등이 전세계에 생중계해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감격을 함께했다.
칠레인들은 우르수아를 ‘위대한 선장’이라고 불렀다. 외신들은 14일 “선장이 마지막으로 배에서 탈출하듯 그도 마지막으로 지하에서 나왔다”며 “그의 용기와 지혜가 없었다면 이날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했다. 피녜라 대통령은 그에게 “당신은 우정과 용기와 충성의 모범”이라고 말했다. 구조현장에 모인 이들은 우르수아를 둘러싸고 칠레 국가를 불렀다. “아, 조국이여 칠레는 맹세했느니, 자유인의 무덤이 되리라. 아니면 탄압받는 자들의 피난처가 되리라.…”
구조 작업은 애초 하루 반 정도를 예상했지만 14시간 빠른 22시간여 만에 끝났다. 미국 나사(NASA)의 도움을 받아 칠레 해군이 제작한 피닉스는 25분에 한명을 구조한 경우도 있을 만큼 완벽한 성능을 보여줬다. 하이메 마냘리치 보건장관은 “광부들의 상태는 모두 건강하지만 1명에게 심한 폐렴 증상이 있고, 2명은 치과 수술을 받아야 하는 등 7명이 특별치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폐렴 증상이 있는 사람은 두번째로 구출된 마리오 세풀베다(40)로 알려졌다.
이날 14번째로 지상에 올라온 차량 정비기사 빅토르 사모라(34)를 맞은 사람은 임신중인 아내 제시카였다. 사모라는 지난 2월 지진으로 전에 일하던 직장이 엉망이 된 뒤 산호세 광산으로 일터를 옮긴 직후 사고를 당했다. 부부는 곧 태어날 아이의 이름을 ‘파스 빅토리아’(평화와 승리)로 짓기로 했다. 극적인 드라마의 행복한 결말이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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