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 창문없는 방서 백악관·CIA등에게 조사받아
“어산지 노숙자 같은 첫인상…금전요구는 전혀 없어”
“어산지 노숙자 같은 첫인상…금전요구는 전혀 없어”
NYT 편집인 ‘위키리스크 폭로’ 비화 공개
“혹시 도청되지 않는 전화가 있는지요?”
지난해 6월 <뉴욕 타임스>의 편집인 빌 켈러는 영국 <가디언> 앨런 루스브리거 편집인으로부터 뜻하지 않은 전화 한통을 받았다.
“없을걸요.”
“그렇담 어쩔 수 없군요.” 전화기 너머에서 루스브리거는 위키리크스라는 조직이 엄청나게 많은 미국의 기밀문서를 보유하고 있는데 정보공개의 파급력을 높이고 자료 분류의 수고를 덜기 위해 <뉴욕 타임스>와 정보 공유를 원한다는 얘기를 매우 우회적인 방식으로 늘어놓기 시작했다.
켈러는 위키리크스의 정보공개 과정을 다룬 전자책 <공개된 비밀들>의 출간(31일)에 앞선 지난 27일치 <뉴욕 타임스>에서 위키리크스의 역사적인 미 외교전문 공개의 비화를 풀어놓았다. 켈러는 “이후 6개월 동안 이어진 모험은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찾고, 분류하고, 이해하는 과정이었을 뿐 아니라 매우 불안정하고 쉽게 변덕스러운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라는 정보원을 다루는 과정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전화를 받은 켈러는 이번 사안의 가치를 판단하기 위해 워싱턴 지국의 군사전문기자 에릭 슈미츠를 런던으로 파견했다. 그곳에는 <가디언> 말고도 어산지가 제3의 정보 제공자로 선택한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도 와 있었다. 슈미츠 기자의 눈에 비친 어산지는 우중충한 체육복에 카고 팬츠, 더러운 흰색 셔츠를 입고 닳아빠진 운동화에 발목까지 흘러내린 더러운 흰색 양말을 신은 노숙자 같은 모습이었다. 언론들은 이렇게 방대한 자료들을 보안을 유지해가며 어떻게 옮길 수 있는지, 서로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공동작업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을 시작했다.
어산지가 요구한 유일한 조건은 위키리크스가 정보를 공개하는 특정 시점까지 보도를 유예하는 것이었다. 켈러는 “그 밖에 금전적인 요구는 일절 없었다”고 적었다. <뉴욕 타임스>는 이번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지난해 11월19일 백악관 쪽에 자료를 공개했다. 이후 스콧 셰인 등 3명의 기자는 창문이 없는 국무부의 밀실로 ‘초대’됐다. 그곳에서 기자들은 긴장한 얼굴의 백악관, 미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에게 둘러싸였다. 켈러는 “당시 오간 대화는 ‘오프 더 레코드’지만, 분위기가 매우 긴장됐다는 사실은 말할 수 있다”고 적었다. 그러나 켈러 편집인은 “오바마 정권의 대응은 냉정하고 프로페셔널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켈러 편집인은 글의 대부분을 폭로 내용 자체보다, 대중들의 반응, 언론의 자유, 앞으로 올 것 등 이번 사태를 둘러싼 미국과 국제사회의 반응과 언론의 역할 등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언론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언론은 최선을 다해 올바른 판단을 내리려 하지만 때때로 틀리기도 한다”며 “그러나 이런 때 ‘나는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는 토머스 제퍼슨의 말을 떠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어산지가 요구한 유일한 조건은 위키리크스가 정보를 공개하는 특정 시점까지 보도를 유예하는 것이었다. 켈러는 “그 밖에 금전적인 요구는 일절 없었다”고 적었다. <뉴욕 타임스>는 이번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지난해 11월19일 백악관 쪽에 자료를 공개했다. 이후 스콧 셰인 등 3명의 기자는 창문이 없는 국무부의 밀실로 ‘초대’됐다. 그곳에서 기자들은 긴장한 얼굴의 백악관, 미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에게 둘러싸였다. 켈러는 “당시 오간 대화는 ‘오프 더 레코드’지만, 분위기가 매우 긴장됐다는 사실은 말할 수 있다”고 적었다. 그러나 켈러 편집인은 “오바마 정권의 대응은 냉정하고 프로페셔널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켈러 편집인은 글의 대부분을 폭로 내용 자체보다, 대중들의 반응, 언론의 자유, 앞으로 올 것 등 이번 사태를 둘러싼 미국과 국제사회의 반응과 언론의 역할 등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언론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언론은 최선을 다해 올바른 판단을 내리려 하지만 때때로 틀리기도 한다”며 “그러나 이런 때 ‘나는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는 토머스 제퍼슨의 말을 떠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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