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안 미흡” 시위대 반발
“무바라크 퇴진때까지 시위”
무슬림형제단 “의회 해산을”
무슬림형제단 “의회 해산을”
이집트 정부가 선거 부정과 공직 부패 조사, 공무원 급여 15% 인상 등 개혁 조처를 추가로 내놓았지만, 반정부 세력의 반발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은 7일(현지시각) 지난해 11월 열린 총선과 관련한 부정에 대해 의회와 법원에 재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관영 통신사 <메나>가 전했다. 지난해 총선에서는 집권당이 83% 이상을 휩쓸었으나 광범위한 선거 부정 의혹이 있었으며, 선거 부정 의혹 재조사는 총선을 다시 치르는 길을 만들 수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이집트 정부는 내무부 장관을 포함한 전직 각료 3명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기로 했으며, 공무원 급여를 15% 올려주기로 했다.
앞서 6일 이집트 정부와 야권은 개헌 등 정치개혁안에 일정 부분 합의했다.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은 6일 야권과의 만남에서 사법부 인사들과 정치인 등이 참여하는 개헌위원회 구성, 대통령 연임 제한을 뼈대로 한 개헌, 비상계엄법 폐지, 언론자유 확대 등의 개혁안을 쏟아냈다. 영국 <비비시>(BBC)는 “이집트에서 불과 한달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야권과 14일째 타흐리르 광장을 지키고 있는 시위대는 이런 조처들만으로는 완전한 민주화를 달성하기에는 미흡하다는 태도다. 최대 야권 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은 “(정부와 야권의) 만남은 협상이 아니라 정부의 입장을 듣는 자리였다”고 지나친 의미 부여를 피했다. 무슬림형제단의 대표인 압델 모네임 아불 포투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술레이만이 핵심적인 요구인 무바라크의 퇴진에 대해 대답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합의에 만족하지 않는다”며 “정치 개혁을 진심으로 원한다면 당장 의회를 해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모임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대리인을 내보낸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미국 <엔비시>(NBC)와의 인터뷰에서 “이행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들어 개혁안을 깎아내렸다. 그는 “술레이만 부통령과 군에 의해 상황이 관리되고 있는 점이 문제”라며,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위해 앞으로 1년 동안 3명으로 구성된 대통령 협의회에 의해 국정이 운영돼야 한다는 대안을 내놨다.
‘4월6일 청년운동’ 등 시위를 주도한 청년 단체들은 장기전을 대비해 연합체 ‘청년의 분노 혁명 통일 지도부’를 만들어 무바라크 대통령이 물러날 때까지 타흐리르 광장을 지키기로 했다. 지도부 가운데 한 명인 칼레드 압둘-하미드는 <에이피>(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협상이다. 무바라크가 퇴진할 때까지 싸우겠다”며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이집트 주요 은행들은 이날 일주일 만에 영업을 재개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은행 앞에 길게 늘어선 인파를 언급하며 “이집트는 광장 안의 혁명적인 열기와 이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광장 밖의 사람들로 양분된 듯하다”고 전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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