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설치 과정서 수십명 체포
지난해 9월 시작된 ‘월가 점령’ 운동이 시작된 지 6개월이 되는 지난 17일, 은퇴한 도서관 사서인 코니 바투시스는 뉴욕 맨해튼의 거리에서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하고 있었다. 그는 <에이피>(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금융 시스템에 대한 정부의 감독 기능이 부문별한 (월가)의 탐욕을 불러 왔다”고 말했다. 그와 함께한 200여명의 시위대는 “은행가는 건달들”, “우릴 막을 순 없다” 등의 구호를 외쳤고, 길을 막고 나선 경찰들에게 욕을 했다.
‘월가 점령’ 6개월을 기념하는 300여명의 시위대가 이날 오후 맨해튼 남부의 주코티 공원으로 모여들었다. 이곳에 다시 모인 시민들은 고객의 이익을 무시하는 월가의 투자 은행 골드만삭스를 비판하는 글을 14일치 <뉴욕 타임스>에 기고한 그렉 스미스를 화제로 삼아 논의를 이어갔다. 바투시스는 “월가 점령이 운동이 있었기 때문에 그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원을 출발한 시위대는 바로 옆의 브로드웨이가를 지나 월가를 향해 나아갔다. 시위대로부터 월가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돼 있던 바리케이드는 철거된 뒤였다. 시위대는 조지 워싱턴의 동상이 들어선 페더럴홀국립기념관 주변에서 경찰 저지선에 막혔다. 이들은 건물 주변에서 춤을 추며 구호를 외쳤다. 공원으로 돌아온 시위대가 이날 밤 늦게 텐트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해 시민 수십명이 체포되고, 경찰관 3명이 다쳤다.
그러나 월가 점령 운동이 좀 더 명확한 목표를 내세워야 한다는 ‘쓴 소리’도 나왔다. “우리는 좀 더 분명하고 명확한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는 매사추세츠 출신 폴 실베스터(24)의 의견이 이런 정서를 대변한다. 주최 쪽에서는 봄이 되면 시위대와 모금이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노동절인 5월1일을 맞아 전 세계적인 대규모 집회인 ‘경제 파괴’의 날 행사를 치른다는 계획이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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