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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52살 대학 청소부의 12년에 걸친 ‘무모한 도전’

등록 2012-05-14 20:28수정 2012-05-15 14:54

가츠 필리파(52·)
가츠 필리파(52·)
‘주독야경’으로 컬럼비아대 우등졸업
내전 피해 홀로 미 망명
직원 혜택 받아 공짜 수업
‘큰 꿈’ 위해 대학원 도전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던 지난 13일, 가츠 필리파이(52·사진)는 미국 동부의 명문 컬럼비아대 맨해튼 캠퍼스 졸업식 연단에 섰다. 사각의 학사모와 푸른 졸업복을 입은 그는 연단을 성큼성큼 지나 리 볼링어 총장과 웃으며 악수를 했다. 대학 청소부의 12년에 걸친 ‘무모한 도전’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심지어 우등 졸업이었다.

필리파이가 고향을 떠나 미국으로 건너온 때는 1992년이었다. 그의 고향은 유고슬라비아 연방의 일부였던 몬테네그로(2006년 독립)였다. 그가 베오그라드의 대학에서 법학 학사 학위를 취득할 무렵 내전이 터졌다. 세르비아가 주도하던 유고슬라비아 군대에 징집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가톨릭을 믿는 알바니아계 유고인이던 필리파는 전쟁의 명분을 납득할 수 없었고, 결국 고향을 떠나 미국 망명길에 올랐다.

그에겐 돈도, 직업도 없었다. 결정적으로 영어를 하지 못했다. 7년 동안 무료 어학강좌를 다니며 영어를 익힌 그는 2000년 컬럼비아대에 청소부로 취업에 성공한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수업료를 면제해 준다는 규정에 따라 학부과정에 등록했다.

그가 가장 좋아했던 인물은 로마의 철학자이자 정치가였던 세네카였다. 학생회관에서 청소를 하다 잠시 짬을 낸 그는 <에이피>(AP) 통신 기자에게 “세네카의 편지에는 내가 어릴 때 가족들에게 배운 정신이 담겨 있다”며 “그 정신은 명성이나 부를 좇지 말고 담백하고 정직하며 명예로운 삶을 추구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고된 청소일을 해가며 수업을 따라가기란 쉽지 않았다. 오전엔 수업을 듣고 오후 2시반부터 밤 11시까지 일을 한 뒤 집에 들어가 다시 책을 폈다. 그는 “시험 기간이거나, 논문을 써야 할 때는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리스-로마 고전학에서 학사 학위를 받은 그의 다음 목표는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 학위를 받는 것이다. 그는 “그리스-로마 고전학을 가르치며 좋은 고전들을 (모국어인) 알바니아어로 번역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이크를 내민 <엔비시>(NBC) 기자에게 어눌한 영어로 “(다른 이들도) 나 같은 나이에 학교에 다니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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