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 위기의 암울한 미래를 그리는 영화 <노잉>의 한 장면.
멕시코·과테말라 유적지에
신봉자·여행자들 몰려 몸살
신봉자·여행자들 몰려 몸살
21일로 하나의 커다란 주기가 끝나는 마야 달력에 근거한 종말론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았다.
미국 <유에스에이투데이>는 20일 ‘종말의 날’을 맞아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자리 잡고 있는 마야 유적을 방문한 여행자들의 사연을 소개했다. 2012년 12월21일은 187만2천일로 이뤄진 마야력 주기가 끝나는 마지막 날로 일부 사람들은 이날 세계가 멸망할 것이라는 ‘종말론’을 신봉해왔다. 그러나 여행자들은 이 ‘특별한 날’을 맞아 ‘특별한 추억’을 만들겠다며 여행을 즐겼다. 외신들은 종말의 날을 전후해 멕시코, 과테말라의 마야 유적지를 찾은 관광객이 10만여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엉뚱하게 언론의 조명을 받은 곳도 있다. 프랑스 피레네 산맥의 산골마을 부가라시에는 250명이 넘는 기자들이 몰려 취재 경쟁을 벌였다.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 뉴에이지에 심취한 이들이 지구 멸망을 견뎌낼 유일한 장소로 지명한 곳이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소동에 놀란 부가라시 시장은 “주민보다 취재기자가 더 많다. 더 이상 오지 말라”고 당부했다.
최근 코네티컷주에서 터진 대규모 총기 난사 사건에 놀란 미시간주의 일부 카운티에서는 “마야 종말의 날을 맞아 다시 한번 끔찍한 사고가 터질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20~21일 휴교를 선언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는 냉전 시기에 만들어진 크레믈 근처 지하 56m 방공호에서 ‘마지막 날’을 지내는 행사가 기획되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은 티켓 값이 무려 1천달러나 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법제일보>는 중국 공안 당국이 21일 세계가 멸망한다는 종말론을 주장한 종교 조직 관계자 1300여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전능신’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종교 조직은 지구의 멸망을 막기 위해선 ‘커다란 붉은 용’인 공산당을 타도하고, 전능한 신이 통치하는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엔비시>(NBC) 방송은 “21일은 마야 사람들의 달력체계상 하나의 큰 주기가 끝나는 날일 뿐 세계의 종말이 아니다. 12월31일이 된다고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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