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통령 “적들이 해칠 방법 연구” 주장
“간첩행위 일삼아” 미군 2명 추방시켜
“간첩행위 일삼아” 미군 2명 추방시켜
베네수엘라 내부에서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죽음에 ‘국가의 적’들이 개입돼 있을 거라는 의혹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할리우드의 첩보 영화에나 어울리는 ‘음모론’이라고 무시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의혹을 제기한 이가 차베스 대통령이 후계자로 지목한 니콜라스 마두로 부통령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마두로 부통령은 차베스 대통령의 죽음이 임박했던 5일 밤(현지시각) 수도 카라카스에서 군부와 민간의 주요 인사들과 긴급회의를 마친 뒤 국영방송에 출연해 “적들은 차베스 대통령의 건강에 어떻게 위해를 가할 수 있을지 연구해왔다. 우리 사령관이 누군가에게 공격받았을 가능성을 밝힐 수 있는 과학적인 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아에프페>(AFP) 통신은 “그가 이스라엘의 독극물 공격에 의해 숨졌다는 의혹이 있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의 사인을 밝히기 위한 조사를 예로 들었다”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또 미국 대사관에 파견된 공군 장교인 데이비드 델 모나코 대령 등 2명이 베네수엘라 군 장교들과 만나 염탐 행위를 했다며 이들을 추방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도 “마두로 부통령이 카라카스의 국영방송을 통해 언급한 의혹에 대해 알고 있다. 우리 대사관 파견 공군이 미국으로 귀환중”이라며 관련 내용을 확인했다.
차베스 쪽이 미국의 음모를 경계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차베스는 남미 지도자들에게 암이 자주 발생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미국의 음모가 아닐까”라고 의심했던 적이 있다. 2009년 9월에는 패트릭 더디 베네수엘라 주재 미국 대사를 추방하며 미국이 전복 음모를 꾸민다고 대놓고 주장하기도 했다. <에이피>(AP) 통신은 “차베스의 핵심 참모들은 2002년 쿠데타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오랫동안 믿어왔다”고 전했다.
미국은 1970년대 합법적으로 선출된 칠레 아옌데 정권을 전복했고 니카라과 산디니스타 정권을 전복하려 하는 등 중남미 내정에 부당한 간섭을 이어왔다. 1960년대 미 중앙정보국(CIA)이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에게 독이 묻은 시가, 균으로 오염된 수영복 등을 동원해 8차례나 암살 시도를 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일화다. 패트릭 벤트렐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베네수엘라 정부를 흔들기 위한 어떤 음모에도 우리는 개입하지 않았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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