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새 매출 31% 줄어 경영난
온라인 유료화 등 타개책 실패
워터게이트 특종 등 136년 역사
2억5000만 달러에 팔려
충격받은 직원들 울음 터뜨리기도
베조스 “WP 가치 변하지 않을것”
온라인 유료화 등 타개책 실패
워터게이트 특종 등 136년 역사
2억5000만 달러에 팔려
충격받은 직원들 울음 터뜨리기도
베조스 “WP 가치 변하지 않을것”
* 아마존 창업자 : 제프 베조스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을 하야시킨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 보도로 저널리즘의 아이콘으로 여겨져온 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가 5일(현지시각) 인터넷 시대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아마존닷컴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에게 2억5000만달러(약 2800억원)에 매각됐다.
워싱턴 포스트 회장 겸 최고경영자인 도널드 그레이엄은 이날 성명을 내고 “현재 소유구조에서도 우리가 생존할 수는 있겠지만 그 이상의 것을 하기를 원했다”며 매각 결정을 발표했다. 베조스가 개인 자격으로 인수하는 것으로 아마존닷컴과는 관계가 없다. 베조스는 성명에서 “워싱턴 포스트의 가치는 변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는 계속해서 진실을 추구할 것”이라며, 현 경영진을 유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신문은 자체 기사에서 “이번 매각은 수십년간 미국의 정치와 정책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던 워싱턴 포스트로서는 갑작스럽고 놀라운 일”이라며 “이런 매각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걸 거의 아무도 알지 못했다”고 충격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오후 기사 마감 시각을 코앞에 두고 중대 발표를 들으려고 회사 강당에 모인 직원들은 충격에 빠졌고 일부는 울음을 터뜨렸다고 이 신문이 전했다.
<뉴욕 타임스>와 함께 미국 신문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워싱턴 포스트가 매각 결정을 내린 것은 부수 감소와 광고 실적 부진으로 경영난이 가중된 탓이다. 이 신문의 부수는 2002년 76만9000부에서 2012년 47만2000부로 10년 새 30만부 가까이 급감했고, 같은 기간 신문 매출은 31%나 줄었다. 최근 3년 연속 영업 손실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 적자(5300만달러)를 봤다. 신문은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의 부상으로 전통 언론 매체들은 엄청난 경쟁의 파고에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호스피스 사업 같은 신사업 진출과 신문 온라인 사이트 유료화 등으로 경영위기를 타개하고자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특히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교육기관 겸 출판사인 캐플런의 실적이 정부 규제로 타격을 입자 더는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비용 삭감 정책으로 한때 1000명이 넘던 편집국 인력도 최근에는 640명가량으로 줄었다. 그레이엄 회장은 “우리는 혁신을 해왔으나 매출 감소를 메꾸지는 못했다. 비용 삭감을 했으나 한계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다른 신문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뉴욕 타임스>는 1993년 11억달러에 인수한 자매지 <보스턴 글로브>를 최근 7000만달러에 프로야구단 보스턴 레드삭스의 구단주인 존 헨리에게 매각했다. 2010년 매각된 주간지 <뉴스위크>는 지난해 말 종이 잡지 발행을 중단한 데 이어, 최근에 주인이 또 바뀌었다. 미국신문협회 자료를 보면, 독자와 광고주들이 인터넷으로 이동하면서 신문 광고 수입은 2007년부터 2012년 사이 55%나 급감했다.
이번 매각으로 워싱턴 포스트는 80년간의 그레이엄 가문 시대를 마감했다. 1877년 창간된 워싱턴 포스트는 1933년 금융가인 유진 마이어가 인수해 사위 필립 그레이엄과 함께 유력지로 키웠다. 특히 2001년 작고한 캐서린 그레이엄 회장 시절인 1973년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을 특종 보도해 강인한 저널리즘의 상징이 됐으며, 최근에도 국가정보국(NSA)의 감시 프로그램 실태를 집요하게 추적 보도하며 명성을 지켜왔다.
미국 언론계에서도 확고한 언론관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 그레이엄 회장은 5일 매각 결정을 발표한 뒤 엘리베이터에서 일부 기자들과 이런 얘기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한 기자가 ‘이번 결정이 나쁜 뉴스일까’라고 묻자, 그는 머리를 흔들며 “결국엔 신문에 좋은 뉴스일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베조스에 대해 “그는 신문이 무엇을 하는지, 특히 이 신문이 왜 중요한지를 이해했고, 그것을 기꺼이 옹호하리라는 점이 분명했다”고 말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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