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리타가 세력이 약화되면서 미국 남부지역이 최악의 피해를 면했다. 리타는 24일 새벽(한국시각 24일 오후) 루이지애나와 텍사스 접경 해안으로 상륙해 폭우를 뿌렸다. 이에 따라 뉴올리언스가 다시 물에 잠기고 120만가구에 전기가 끊기는 피해가 났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루이지애나주와 텍사스주를 재해지역으로 선포해, 연방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유시설이 밀집한 텍사스 휴스턴을 비껴가, 유가 급등 우려에선 벗어났다. 또 대다수 주민들이 미리 대피한 덕분에 인명피해도 많지 않아 카트리나에 견주면 훨씬 피해가 적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지방정부들은 300만명의 피난민들이 다시 일시에 돌아올 경우 또다시 엄청난 혼란이 일어날 것에 대비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민동석 휴스턴 총영사는 25일 “교민 가운데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보고는 없다”며 “일부 주민들이 성급하게 집으로 돌아오기 시작하는 바람에 벌써 고속도로 하행선이 막히고 있다”며 제2의 교통대란을 우려했다.
최악 상황 모면=상륙 당시 3등급으로 세력이 약간 약화된 리타는 예상경로보다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남부 최대 도시 휴스턴을 비껴갔다. 리타는 상륙한 지 4시간 만에 ‘2등급’, 7시간 뒤에는 ‘1등급’으로 세력이 약화됐다. 이에 따라 휴스턴 부근의 미국 최대 석유 정제시설 밀집지구는 리타의 피해를 거의 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에너지부 대변인은 밝혔다. 그러나 텍사스 포트아서에 있는 발레로에너지와 셸의 석유정제 시설은 강풍으로 상당한 피해를 봤다고 <시엔엔>이 전했다. 또 석유정제 시설 19곳이 폐쇄돼 미국의 석유정제 능력은 70%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루이지애나 남서쪽에서는 소개 명령을 따르지 않은 1000여명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구조당국 관리가 밝혔다. 카트리나로 대홍수를 겪은 뉴올리언스는 호우로 둑이 무너지는 바람에 도시의 15%가 다시 침수됐다. 미시시피주에서는 허리케인 여파로 토네이도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여러명이 다쳤다.
카트리나 늑장대처로 호된 비판을 받은 조지 부시 대통령은 리타 상륙 때 백악관이 아닌 콜로라도 로키산맥의 북미사령부에서 상황을 보고받았다. 또 리타가 지나가자마자 곧바로 텍사스와 루이지애나를 방문했다.
재난 대피계획 마련해야=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는 리타가 지나간 뒤 주민들에게 “너무 서둘러 집에 돌아가지 마시라”고 권유했다. 리타가 오기 전 200만명 이상이 일시에 피난길에 나서면서 보기 드문 혼란이 벌어졌고, 이것이 다시 되풀이될까 우려한 것이다.
이 때문에 재난 못지 않게, 재난 대피계획의 미비가 엄청난 피해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토안보부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재난 또는 테러에 대비한 대피계획을 마련하라고 미국내 도시들에 수십억달러를 지원했으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뉴욕타임스>는 “카트리나 때 큰 피해를 본 뉴올리언스는 대중교통 시설이 없어 가난한 주민들이 대피를 못했고, 이번에 휴스턴 일대에선 (개인 자가용을 이용한) 대피로 길이 막히는 바람에 큰 혼란이 일어났다”며 “이는 정부 차원의 대비계획 미비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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