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정부군이 24일 이슬람국가(IS)의 진격을 막기 위해 수도 바그다드에서 남쪽으로 50km 떨어진 주르프 사카르 지역의 한 검문소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주르프 사카르/AFP 연합뉴스
라마디 패배 관련 맹비난
“수적 우세했지만 안싸워”
IS 공격 이틀전 철수 준비
무기 놔두고 도망 증언도
이라크 총리 “잘못된 정보”
“수적 우세했지만 안싸워”
IS 공격 이틀전 철수 준비
무기 놔두고 도망 증언도
이라크 총리 “잘못된 정보”
“이라크군은 싸우지도 않고 후퇴했으며, 싸울 의지가 없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이 공식석상에서 이라크군의 무능에 분통을 터뜨렸다. 카터 장관은 24일 <시엔엔>(CNN) 방송의 한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라크 서부 안바르 주 주도 라마디가 지난주 이슬람국가(IS)에 함락된 것을 지난 1년새 이라크 정부군의 최대 패배로 묘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당시 라마디의 이라크군은 수적으로 상대편보다 훨씬 우세했지만 맞서 싸우지 않았다”며 “분명한 것은 이라크군이 싸우려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카터 장관은 이어 “(미군의) 공습은 효과적이었지만, (지상) 전투를 대신할 수는 없다”며 “우리가 그들에게 훈련과 무기를 지원해 줄 수는 있지만, 전투의지는 어쩔 수 없다”고 좌절감을 토로했다.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지난해까지 미국은 이라크군을 재건을 위해 약 260억달러를 썼다. 이라크재건사업특별감사관실(SIGIR)의 보고서를 보면 2011년부터 미군이 이라크에서 완전 철수한 2012년 가을까지 약 1년 동안은 이라크 재건 원조액의 절반을 군 재건에 썼다. 그런데도 이라크군의 전력은 계속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는 근무하지 않으면서 월급만 축내는 ‘유령 병사’가 5만명이나 된다는 보도도 나왔다. 지난해 이라크 제2도시 모술에서는 정부군 2개 사단 3만명이 이슬람국가 전투원 800명의 공세 앞에 도망쳤다.
지난주에도 수적으로는 열세였던 이슬람국가가 라마디를 공격하는 동안 정부군은 오합지졸처럼 도망친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다르 압바디 총리가 “후퇴하지 말고 진지를 사수하라”고 명령했지만, 많은 군인들이 무기를 버리고 도망쳤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미 국방부는 이라크군이 라마디에서 철수할 때 탱크 6대와 여러 대의 대포, 병력수송장갑차, 약 100대의 차량들을 놔두고 온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카터 장관이 강한 불만을 털어놓은 것이다.
이슬람국가가 라마디의 정부청사 단지를 공격하기 이틀 전에 이들과 맞서야 할 주력인 이라크군 특전사 병력이 이미 철수를 준비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라마디에서 이라크군과 함께 전투를 벌인 쿠르드민병대 페슈메르가의 한 장교는 24일 쿠르드계 현지 언론 <루다우>에 “이슬람국가의 공격 이틀 전 라마디를 지키는 이라크군 특전사가 짐을 싸고 기지를 버렸다는 정확한 정보를 입수했다”고 말했다. 이 장교는 또 “안바르주에 등록된 경찰은 2만9000여명이지만 지난 1년 반 동안 실제 근무한 인원은 500여명에 불과하다”며 “나머지는 안전한 쿠르드 자치지역으로 몸을 피하고 월급만 받는다”고도 지적했다.
압바디 총리는 이라크군의 무능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에 대해 “(카터 장관이) 잘못된 정보를 전달받았다”고 해명하며 “앞으로 며칠 안에 라마디를 탈환할 것”이라고 <비비시>(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라크군은 맞서 싸울 의지가 있었지만, 이슬람국가가 폭탄을 가득 실은 장갑 트럭을 동원한 전술을 펴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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