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저녁 미국 남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흑인 감리교회에 백인 청년이 난입해 총기를 난사하고 달아난 현장에서 마을 주민들이 철야기도 모임 중 “왜?”라고 쓴 손팻말을 든 채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날 총격으로 예배 중이던 신도 9명이 숨졌다. 찰스턴/AP 연합뉴스
용의자, 예배중 난입 쏜 뒤 달아나
찰스턴시 경찰 “증오 범죄 가능성”
찰스턴시 경찰 “증오 범죄 가능성”
17일 미국 남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흑인교회에서 인종 증오 범죄로 보이는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져 적어도 9명이 숨졌다.
이날 저녁 9시께 찰스턴 시내에 있는 이매뉴얼 아프리카 감리교회에 백인 청년이 난입해 예배 중이던 신자들에게 마구 총을 쏜 뒤 달아났다고 <워싱턴 포스트> 등 미 언론들이 전했다. 이 교회는 1816년 미국 남부에서 흑인교회로는 최초로 지어진 유서깊은 곳이다.
이 총격으로 교회에 있던 신자 9명이 숨지고, 최소 1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8명은 현장에서 숨졌고, 병원으로 옮겨진 2명 가운데 한명도 사망했다. 경찰과 미 연방수사국(FBI)은 금발 머리의 20대 초반 백인 남성으로 추정되는 용의자를 찾고 있다. 용의자는 체구가 작고 회색 스웨터와 청바지, 부츠 차림이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그레고리 멀린 찰스턴 경찰청장은 “21살의 백인 남성으로 추정되는 용의자가 교회 안으로 들어선 뒤 총기를 난사했다”며 “사람들이 모여 기도하고 있을 때 그들의 생명을 앗아간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다. 인종 증오 범죄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조 라일리 찰스턴 시장도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가슴 아픈 비극”이라며 “이것은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비열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사건이 일어난 교회는 1816년에 세워졌다가 이후 불에 탄 뒤 1834년에 재건됐다. 이날 사건으로 18일 오전 찰스턴에서 유세가 예정돼 있던 젭 부시 공화당 대통령 경선 후보는 일정을 취소하고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로했다.
사건 이후 이 교회 인근에서 폭발물을 터뜨리겠다는 협박이 있어 주민들이 대피하기도 했지만 허위로 드러났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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