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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조각배로 쿠바 탈출하던 마리엘 항구…외국 기업 품는 특구로

등록 2015-09-30 09:22수정 2015-09-30 14:58

미·파나마 등과도 사통팔달로 연결
고가도로·다리·건물 짓고
‘중국식 발전 모델’로 성장 꾀해
한국 포함 각국 돌며 투자 유치
인력파견은 국영회사 통해서만
17일 쿠바 아바나 근처 마리엘 경제특구와 인접한 마리엘항 부두에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 마리엘항은 브라질 자본으로 건설됐으며, 마리엘 특구가 개발될 경우 배후 물류 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17일 쿠바 아바나 근처 마리엘 경제특구와 인접한 마리엘항 부두에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 마리엘항은 브라질 자본으로 건설됐으며, 마리엘 특구가 개발될 경우 배후 물류 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바나 시내에서 서쪽으로 45㎞ 떨어진 마리엘 경제특구로 향하는 ‘판아메리카 도로’는 곳곳에 지름 30㎝ 정도의 구멍이 뚫려 있다. 렌트한 기아 모닝차의 바퀴가 빨려들어갈 것처럼 보였다. 곳곳의 구멍을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임시로 메운 곳도 적지 않아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느낌이었다. 경제특구에서 아바나로 물자를 운송하려면 아직은 적지 않은 애로가 있을 것처럼 보였다.

쿠바 정부는 2013년 12월 마리엘 특구법을 발표한 뒤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른바 ‘중국식 발전 모델’로 경제성장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쿠바 최초의 경제특구 실험인만큼, 성공을 위해 각국을 돌며 설명회를 열고 있다. 최근엔 대외무역부 간부가 한국을 직접 방문해 삼성 등 대기업을 대상으로 투자 유치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마리엘의 변신’은 격세지감을 떠올리게 한다. 마리엘과 미국 플로리다의 거리는 150㎞ 정도로, 서울에서 대전까지 거리 정도밖에 안된다. 마리엘은 오랫 동안 피델 카스트로 정권에 반대하는 쿠바인들이 조각배를 타고 미국으로 탈출하는 주요 거점이었다. 피델 카스트로 당시 쿠바 정부는 1980년 4월, 미국의 쿠바인 탈출 부추기기에 대한 항의 표시로 마리엘 항구를 개방해 미국으로 갈 사람은 다 떠나라는 조처를 취하기도 했다.

미·파나마 등과도 사통팔달로 연결

고가도로·다리·건물 짓고

‘중국식 발전 모델’로 성장 꾀해

한국 포함 각국 돌며 투자 유치

인력 파견은 국영회사 통해서만

역사의 어두운 그림자를 뒤로 하고 마리엘 지역은 조용한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마리엘항구는 이미 컨테이너항으로 변신해 물류 작업을 하고 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 시절 브라질 정부가 10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고 브라질 기업들이 2009년부터 개발을 시작했다. 아바나에서 가까운, 우리나라로 치면 인천항에 해당할 정도로 지리적 위치도 좋은 편이다. 미국이나 파나마와도 사통팔달로 연결된다.

기업들이 들어설 특구 지역도 지반 다지기를 끝내고 건물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관리동이 하나 들어서 있고, 나머지 관리동 건설도 한창이다. 특구 지역 공사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루이스 미구엘(23)은 “하수도 공사를 거의 끝내고, 고가도로와 다리 등을 건설하고 있다. 앞으로 소세지 공장도 지을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특구에선 5천명 정도가 일하고 있다. 주변 국영 시멘트공장보다 임금을 서너배나 많이 주기 때문에 사람들이 앞다퉈 특구에 들어가 일하려 한다.

하지만 마리엘항의 규모는 생각보다 작아 보였다. 쿠바 정부의 설명자료에는 파나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파나마맥스급의 선박 진입도 가능하다고 했으나, 컨테이너를 하적할 수 있는 캔트리 크레인은 4대뿐이다. 중형 컨테이너선 2척의 물동량을 동시에 작업할 수 있는 정도밖에 안된다.

무엇보다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부분은 ‘이중 임금’제도가 마리엘 특구에서도 유지될까 하는 점이다. 현재 쿠바에서 외국기업이 개별적으로 직원을 고용하는 것은 쿠바법으로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 외국기업 근무 직원은 국가가 운영하는 인력고용회사에서만 파견하도록 돼 있다. 인력회사는 직원 1명을 파견하는 대가로 외국회사로부터 매월 500세우세(CUC) 정도를 받는다. 이 가운데 30세우세만 직원한테 돌아간다. 하지만 실제로는 외국기업들이 비공식적으로 매월 500~1500세우세를 추가로 직원들한테 임금으로 지불하고 있다고 외국 기업관계자들은 말한다. 이렇게 인센티브를 주지 않으면 직원들이 일을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마리엘 특구에서도 이런 인력 공급 구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게다가 직원 1명을 채용하는 데 5~6개월 정도 걸린다. 아직까지 전력, 용수 등의 가격도 나와 있지 않다. 공장건물도 법적으로 외국기업이 지을 수 없고, 쿠바 인력에 맡겨야 한다. 코트라 관계자는 “쿠바가 마리엘 특구와 관련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은 조심스러운 측면도 많다”고 말했다.

아바나·마리엘/글·사진 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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