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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국정화는 손안에 물담아 두려는 것과 똑같다”

등록 2015-10-25 19:34수정 2015-10-26 10:29

‘아베 교과서 왜곡 반대 성명’ 주도 더든 미 코네티컷대 교수




더든 교수
더든 교수
아베 신조 일본 정부의 과거사 왜곡 시도에 대해 올해 초 세계 역사학자들의 비판 성명을 주도했던 알렉시스 더든(46) 미국 코네티컷대학 교수는 한국 정부가 교과서 국정화를 통해 역사 해석을 독점하려는 것에 대해 “손 안에 물을 담아두려는 것과 똑같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물이 다 빠져나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집필 거부한 학자들 명성있는 분들
국정 교과서는 역사가 아니기 때문에
철회 가능성 있었으면…

역사해석 독점은
“그것은 불가능. 손안의 물은 다 빠져나갈 것”

영광의 역사만 서술하려는 추세
한·중·일 학생들 서로 의심하게 해
과거와의 화해 더 어렵게 할 것

더든 교수는 최근 <한겨레>와의 수차례 전자우편 및 지난 21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요즘 학생들은 삼성이든 아이폰이든 다양한 수단으로 학습한다. 필수 교과서가 있을지라도 한가지 교과서만을 통해 배우지 않는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또 “한국의 언론이 통제돼 있지 않은데다, 한국 학생들이 인터넷을 좋아해 논쟁이 진행되는 상황을 알 것”이라며, “(정부의) 조처에 항의하는 한국의 역사학자들도 (국정교과서가 되면) 교실에서 학생들이 역사에 대해 흥미를 갖게 교육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든 교수는 어휘 선택에 상당한 신중을 기했지만 한국 정부의 역사 해석 독점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정부가) 역사를 통제하려고 하면 대체로 일종의 혼란으로 귀결된다”며 “그러나 역사가 혼란스러운 것이라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아주 건강하고 아주 창조적인 방식으로 역사를 가르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정부에 대한 조언이라기보다는 ‘이것(국정교과서)은 역사가 아니기 때문에 집필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역사학자들에 대한 격려”라며 이렇게 밝혔다.

더든 교수는 여러차례 “(국정 교과서 추진은) 오늘날 한국 사회의 활력과 맞지 않기 때문에 시대착오적인 조처”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자본주의’ 관점에서도 “하나의 교과서만 있다면, 그것은 독점이다. 그것은 지식에 대한 독점이고, 생산물에 대한 독점”이라며 “그것은 그 자체로, 혁신과 더 나은 제품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무언가를 사게 하려고 노력하는 한국 사회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베 정부의 역사 왜곡 시도와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내가 이해하기로 일본은 20세기의 전 역사에 대한 관점, 현재의 일본이 어떻게 형성됐는지에 대한 성격을 실질적으로 완전히 바꾸려는 욕망이 있다”면서도 “한국에 일어나고 있는 일의 뒤에서도 똑같은 전체주의적 시도가 있는지는 확신하지 못하겠다”며 조심스러운 견해를 보였다. 그러나 그는 “한가지 교과서만 있다는 사실이 마음이 편하지는 않으며, 사람들이 교과서의 결점을 찾아내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특히 “(집필을 거부한 역사학자들의 명단을 보면) 정말로 진지하고 명성있는 역사학자들”이라며 “나의 주요 의문은 그렇게 많은 역사학자들이 집필을 거부하면 어떻게 교과서가 나올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과서가 나오기 전부터 그런 교과서가 나오면 안 된다는 인식이 그처럼 분명하다면, 정책이 바뀔 가능성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정책 과정을 통해 (하나의) 교과서가 나온다면 그런 점에선 일본과 거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동북아시아 지역의 역사 전문가답게 한국의 교과서 추진이 동북아 국가간에 ‘과거와의 화해’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한국, 일본, 중국 등) 지역적으로 보면, 영광스러운 역사적 서술만을 가지려는 추세가 존재한다”며 “이들 국가들은 한 국가는 아니지만 서로 엮여 있다는 점에서 이것은 불행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각국) 젊은이들이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이 존재하는 시기”라며 “일본, 한국, 중국 교과서들이 학생들에게 서로를 신뢰하는 게 아니라 의심하도록 가르치게 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더든 교수는 지난 5월 일본 정부의 과거사 왜곡과 종군위안부에 대한 책임회피를 비판하는 세계 역사학자 187명의 집단성명을 주도했으며, 앞서 지난 2월에는 미국 역사학자 19명이 일본 정부의 역사교과서 왜곡시도를 고발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데도 앞장섰다. 그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7월 <조선일보> 등이 공동주최하는 ‘제19회 만해대상’ 평화부문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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