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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국, 대화 없이 압박 등떠밀기…‘중국역할론’ 또다른 실패 예고

등록 2016-01-10 19:45수정 2016-01-10 22:11

중국에 공 넘기는 ‘북핵 해법’ 실효성은
북한의 전격적인 4차 핵실험에 대해 ‘중국 책임론’ 및 이와 맞물려 있는 ‘중국 역할론’이 미국에서 재부상하고 한국도 여기에 동조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은 뒷짐을 진 채 중국의 일방적 ‘외교 손실’만을 강요하는 북핵 해결 방식은 또다시 실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 국무부·북핵 전문가들
“중국, 대북 지원 지렛대로 압박해야”

중국, 북한 붕괴 등 불안정 원치 않고
한·미·일 안보 공조 강화 흐름에
지정학적 완충지대인 북 포기 못해

미, 중재 여지 안준채 외교손실 강요
북핵 못막고 미-중관계 악화될 수도

‘중국 역할론’의 요지는 북한과 경제적으로 밀접히 연결돼 있는 중국이 북한을 더욱 압박해야 한다는 것이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8일(현지시각) 정례브리핑을 통해 “미국이 가장 원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국제적 압박을 증가시키는 것”이라며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과 리더십을 행사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대북 압박을 위해 중국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문한 셈이다.

미국 조지타운대의 로버트 갈루치와 빅터 차, 두 교수도 8일 <뉴욕 타임스> 공동기고를 통해 “미국은 중국 정부를 압박해 대북 지원을 축소하도록 해야 하고,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전직 미 행정부 관료인데다 각각 미국 대북 정책의 비둘기파와 매파 쪽에 서 있다는 점에서, ‘중국 역할론’이 미국 안에서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중국 역할론’이 나온 배경에는 미국의 경제적 대북 지렛대가 전무하다는 현실에서 출발한다. 경제 제재가 성공하기 위해선 제재국과 제재대상국이 오랫동안 상당한 규모의 경제 교류가 있어야하고, 제재대상국이 민주주의 체제여서 국민들의 여론에 따라 정책을 변경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북-미 간에는 교역도 없고, 북한은 민주주의 체제도 아니어서 미국의 제재를 되레 내부 결속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북한 대외무역의 90%를 차지하고, 북한에 매년 100만t의 원유를 공급하는 중국에 눈을 돌린 것이다.

하지만, ‘중국 역할론’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첫째로 중국의 일방적인 ‘외교적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이 원유 중단 등을 비롯해 강력한 제재를 시행해 ‘효과를 발휘할’ 경우, 북한의 경제 사정 악화로 탈북자들이 증가하고, 이는 동북 3성지역의 불안정으로 연결된다. 행여 북한이 붕괴할 경우엔 중국으로 대규모 난민이 유입되거나 주한 미군과 맞딱뜨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는 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이다.

반대로, 중국의 대북 압박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북한의 거센 반발만 초래할 경우 외교적 부담은 중국이 오롯이 져야 한다. 어느모로 보나, 중국 입장에선 손해인 셈이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북한 및 이란의 제재에 관여해 온 조셉 디토머스 전 국무부 비확산담당 부차관보도 지난 7일 미국 워싱턴에서 ‘38노스’ 주최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의 핵무기를 가졌다고 중국이 확신하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번째로, 중국이 전략적으로 필요없다고 생각해야만 북한을 ‘포기하게’ 된다. 그런데 지금처럼 미국이 아시아재균형 전략 속에서 한·미·일 3국간 안보공조를 통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 할 경우 중국은 지정학적 완충지대인 북한을 포기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한 중국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독자 제재에 나선다는 것 자체를 미국의 북-중 이간, 중국 고립 전략에 말리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세번째로, 미국은 중국에 대북 압박만 요구하고 북한과 협상할 수 있는 공간은 거의 열어주지 않고 있다. 북한이 지난해 1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임시중지하면 핵실험도 임시중단하겠다고 한 것도, 지난해 10월 평화협정에 동의한다면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도 미국은 단박에 거부했다. 중국이 북한의 가장 우려사항인 안보문제와 관련해 줄 수 있는 ‘당근’이 없으니 중재해볼 여지가 없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중국 역할론’에 매달려 왔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 역할론’의 현실적 한계를 직시하지 못할 경우, 북한의 핵능력 증강도 막지 못할뿐 아니라 미-중 관계만 악화될 게 뻔해 보인다.

워싱턴 베이징/이용인 성연철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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