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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호세프 대통령 탄핵은 정당한가?

등록 2016-04-22 19:00수정 2016-04-22 22:40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지난 17일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통과시킨 브라질 하원.

우익 야당의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의원은 자신의 탄핵안 찬성 투표를 “지우마 호세프의 공포인 카를루스 아우베르투 브릴랸치 우스트라 대령에게 헌정했다”고 밝혔다. 우스트라 대령은 브라질의 군사독재 시대인 1970년대 반정부 인사들에게 잔학한 고문을 하던 ‘도이코지’(DOI-CODI) 고문단을 이끌던 자이다. 당시 호세프는 이 고문단에 체포돼 구타와 전기쇼크를 당하고 벌거벗겨진 채 방치됐다. 이때 호세프는 우스트라 대령도 대면했다.

보우소나루 의원의 아들로 같은 하원의원인 에두아르두도 “64년의 군인들”의 명예를 위해 자신의 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64년의 군인들이란 1964년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한 뒤 브라질을 군사독재의 공포로 몰아넣던 자들을 말한다. 보우소나루는 “그들은 1964년에 패했고, 지금 2016년에도 패했다”고 말했다. 브라질의 문민정부를 무너뜨린 1964년 쿠데타와 지금의 탄핵이 같은 것이라고 스스로 밝힌 것이다.

자신의 고문 경험에 대해 좀처럼 언급하지 않았던 호세프 대통령은 “브라질의 이 순간은 무관용과 증오, 그리고 저런 발언들에 대해 문을 열어줬다”며 “양심이 떳떳하다. 불의에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호세프의 탄핵을 통과시킨 브라질 하원에서 전체 594명의 의원 중 60%가 뇌물, 선거부정, 불법벌채, 납치, 살인 등 중죄 혐의를 받고 있다. 호세프 탄핵안 추진의 주역인 에두아르두 쿠냐 하원의장은 현재 4000만달러를 뇌물로 받은 혐의를 사고 있다. 그는 해외 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의회 증언에서 공식 부인한 뒤 스위스 은행의 비밀계좌에서 수백만달러가 발견되기도 했다. 최근 전세계 유명인사들의 조세회피처 계좌 소유를 폭로한 파나마 페이퍼스 스캔들에서도 그는 수백만달러를 조세회피처에 은닉시킨 게 폭로됐다.

그날 하원의 탄핵안 가결 현장에서 탄핵 찬성을 밝히는 의원들을 <가디언>은 이렇게 묘사했다. “인터폴 수배 명단에 오른 파울루 말루프도 찬성, 돈세탁으로 피소된 니우통 카피샤바도 찬성, 문서 위조와 공금 유용으로 조사를 받는 실라스 카마라는 ‘신의 전능한 사랑을 위해, 찬성’이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범죄에 연루됐으나 의원 신분으로 보호받는 150명 이상의 의원 다수가 찬성.”

전직 상파울루 시장인 말루프는 10년 전 돈세탁과 조세포탈로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70살 고령이란 이유로 몇주만 감옥에서 지내고 석방됐다. 그는 다시 의원에 당선됐으나, 여전히 미국과 프랑스의 사법당국으로부터 돈세탁 혐의를 받아 인터폴의 수배 대상이다. 그는 이날 “나의 공직 생활은 호세프의 공직 생활과 언제나 정반대였다”는 뻔뻔한 말을 하며, 호세프의 ‘부정부패’를 비난했다. 그를 포함한 중범죄 의원들이 호세프를 탄핵한 혐의는 그가 대통령 재직 때 정부의 예산 적자를 메꾸려고 국영 은행의 돈을 전용했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브라질의 탄핵 소동은 부패를 응징하려는 것이 아니라 의심스러운 기록을 가진 의원들에 의한 권력 이동 기도라는 브라질 내의 의견을 소개했다. 호세프의 탄핵에 앞장서는 의원 모두가 심각한 형사범죄 혐의를 받고 있거나,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렇지만 의원 특권에 기대 감옥에 안 가고 있다.

정의길 국제에디터석 선임기자
정의길 국제에디터석 선임기자
“호세프가 일단 탄핵되면, 브라질 언론들은 더 이상 부패에 초점을 맞추지 않을 거고, 대중의 관심은 시들해질 거고, 새로 권력을 얻은 집단들은 자신들의 의회 다수 지위를 악용해 자신들에 대한 조사를 무력화하고 스스로를 보호할 것임이 진정한 위험이다.” 브라질의 한 시민활동가가 <가디언>에 기고한 내용이다. 호세프에 대한 탄핵은 정당한가?

정의길 국제에디터석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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