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각) 한·미·일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에서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왼쪽부터)과 조셉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손을 맞잡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46)이 신경계 작용 독성물질인 브이엑스(VX)로 독살됐다는 말레이시아 정부의 공식 발표를 계기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외교적 압박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미·일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정부 고위 관계자는 27일(현지시각) 워싱턴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검토에 착수했다는 얘기를 미국 쪽으로부터 들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미국이 2008년 북한을 테러지원국 지정에서 해제한 뒤 정례적으로 검토는 해왔지만, 이번에는 김정남 피살 때문에 그 측면에서 검토가 시작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가능성이 높은지를 묻는 질문엔 “현 단계에서는 가늠하기 어렵다”며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도 새로운 제재가 들어가는 게 아니라 상징적 효과가 큰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1987년 대한항공 858편 폭파 사건으로 이듬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됐으나, 2008년 영변 핵시설 냉각탑을 폭파하고 ‘핵 검증’에 합의하면서 해제됐다. 현 정세와 관련해 이 관계자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MB)을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엄중히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8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군축회의에 참석해 “북한은 브이엑스를 포함한 화학무기를 단지 몇 그램이 아니라 수천톤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북한에 대해 (국제사회가) 유엔 회원국 지위의 자격 정지를 포함한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영국 등도 브이엑스 사용 문제를 유엔 등에서 공론화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아에프페> 통신이 27일 전했다. 매튜 라이크로프트 유엔 주재 영국 대사는 이날 기자들에게 “말레이시아 정부가 (브이엑스 사용) 증거를 갖고 있다면,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화학무기금지기구의 검증을 거쳐, 안보리 등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화학무기금지기구는 192개국이 가입한 화학무기금지협약의 이행기구로, 화학무기의 생산·사용 등을 조사하고 검증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앞서, 화학무기금지기구는 지난 24일 성명을 통해 “화학무기 사용은 심각히 우려스러운 일로, 말레이시아에 전문가 파견 및 기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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