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지난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공항에서 살해됐을 당시 현금 12만달러(약 1억3500만원)를 가지고 있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11일 익명의 말레이시아 수사 간부를 인용해 김정남이 이 돈을 미국 정보당국과 연결된 인물에게서 정보 제공 대가로 건네받은 것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 신문은 말레이시아 경찰이 살해된 김정남의 소지품을 검사해보니 검은 가방이 있었고 그 안에서는 100달러짜리 현금 다발이 대량으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대부분 신권으로 300장씩 묶인 100달러짜리가 모두 4다발 발견됐다. 이 정도 거액을 신고하지 않고 국외로 가지고 나가는 것은 말레이시아를 포함해 대부분의 나라에서 불법이다. 하지만 김정남은 외교관 여권을 갖고 있어서 출국 절차를 밟을 당시 소지품 검사가 엄격하지 않았다.
2월6일 말레이시아에 입국한 김정남은 2월13일 가족이 있는 마카오로 돌아가려고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갔다가 살해당했다. 김정남은 말레이시아에 체류한 8일 가운데 5일 동안 북부 휴양지인 랑카위섬에서 머물렀다. 김정남은 2월9일에는 말레이시아 당국이 미국 정보기관과 연관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미국인 남성과 호텔에서 약 2시간 동안 면담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말레이시아 수사 당국은 김정남이 모종의 정보를 이 미국인에게 전달했다고 보고 있다. 익명의 말레이시아 수사 간부는 이 신문에 김정남이 소지한 거액의 현금이 “정보 (제공의) 대가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은행에서 돈을 인출한 기록은 나오지 않았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